[TF초점] "나라 구한 인턴?" 박근혜정부 문건 논란…4대 쟁점은
입력: 2017.07.21 04:00 / 수정: 2017.07.21 04:00

최근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문건을 다수 발견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자 야당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통령 기록관으로 문건을 이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최근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문건을 다수 발견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자 야당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통령 기록관으로 문건을 이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박근혜 정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까. 청와대는 최근 민정수석비서관실 등 이전 정부의 문건을 대량 발견한 사실을 공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해당 일부 문건의 사본을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는 곧바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한 '사초(史草)' 정쟁으로 번졌다. 정쟁의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문건의 내용과 추가 문건 존재 여부 △문건이 남겨진 경위 △문건 공개의 위법성(대통령기록물법) △국정농단 특검 수사 영향 가능성과 우병우 전 수석의 역할과 책임 소재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여부다. 청와대 측은 지난 14일 공개한 문건(메모)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검찰에 고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맞물려 문건을 둘러싼 정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300건+1361+504건, 어떤 내용 담겼나…추가 문건, 어디까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전임 정부의 회의문건·검토자료 등이 섞인 서류 뭉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영상 캡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전임 정부의 회의문건·검토자료 등이 섞인 서류 뭉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영상 캡처

청와대가 20일 현재까지 발견한 박근혜 정부 문건은 총 2165건이다. 지난 14일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300건을 발견한 데 이어 정무수석실에서 1361건을, 18일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20일 발표 504건)에서 수백건을 확보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전임 정부의 회의문건·검토자료 등이 섞인 서류 뭉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문건과 메모(2014년 6월11일~2015년 6월24일)엔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문체부 블랙리스트 △지방선거 초반 판세 및 전망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필체로 보이는 메모 △국사교과서 조직적 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경영권 승계 지원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 측에 이 서류들의 사본을 넘겼다.

이어 17일 발견분(1361건) 중 1차로 254건(2015년 3월2일~2016년 11월1일)을 분류·분석한 결과 △한·일 위안부 합의 △세월호 사고 △국정 교과서 문제 △누리과정 예산 공방 당시 언론 활용 방안 △선거 등과 관련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 사항 등이 들어 있었다. 박 대변인은 이날 "14일처럼 특검(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관련 사본을 제출하고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 발견된 문건들을 옮기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 내부에서 발견된 문건들을 옮기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18일 국정상황실에서 발견한 문건을 분석한 결과 504건에 이른다고 20일 밝혔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한 것으로, '국정환경 진단 조치 운영 기조' 문건에는 △보수 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 및 홍보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대책 △사회적으로 취약한 청년 및 해외 보수세력 육성 방안 등이 담겨 있다. 또 2015년 7월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문건에는 "신생 청년 보수단체들에 대한 관련 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 등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추가 발견 문건에 대한 분석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며, 전수조사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따라 또 다른 '추가 문건' 발견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측은 우선 청와대 내부가 예상보다 훨씬 넓은 데다 미처 손이 닿지 않는 공간이 많아 과거 정부 문서가 발견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② 누가, 왜 남겼나…'미필적 고의론' '의인론' 등 설왕설래

박근혜 정부의 문건은 14일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처음 발견됐다. 사진은 민정수석실 서류 검색대 해체 작업 장면. /청와대 제공
박근혜 정부의 문건은 14일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처음 발견됐다. 사진은 민정수석실 서류 검색대 해체 작업 장면. /청와대 제공

그렇다면, 의문은 방대한 분량의 '박근혜 정부'의 문건을 누가, 왜 남겼는지다. 특히 문건들엔 '삼성경영권 승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상당수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가 탄핵 이후 문서파쇄기를 대량 구매하고 전자서류는 '디가우저'까지 이용해 삭제할 정도로 '증거 인멸(?)'에 철저했는데, 어떻게 이런 뭉텅이 서류가 남겨졌는지 의구심을 갖는다.

이를 놓고 '미필적 고의론''의인론'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우선 어수선한 탄핵 정국에서 청와대 직원들이 문서들을 미처 꼼꼼히 정리하고 떠날 경황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18일 "말단 행정요원들은 본인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에 문서 사본이 생산되고 돌려보는 과정에서 미처 파기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누군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실상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문서들을 '타입 캡슐'처럼 남겨두고 떠난 것이라는 '의인설'도 제기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19일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하지 직업공무원들 중 일부가 윗선의 파기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나라를 구한 인턴'이란 우스갯소리도 나돌고 있다. 지난 14일 문건 더미가 발견된 장소가 정무수석실 행정요원, 즉 청와대 인턴이 책상 아래 놓고 쓰던 낮은 서랍식 캐비닛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문건이 남겨진 경위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③ '메모·사본' 공개, 대통령 기록물? 비공개 정보 포함?

자유한국당은 19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 제공
자유한국당은 19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 제공

박근혜 정부 문건 논란의 본질은 '대통령기록물' 여부다. 야당은 대통령기록물일 가능성이 크고, 이관 절차를 밟지 않고 선(先) 공개를 한 점을 문제삼는다. 만약 청와대가 언론 공개 및 검찰에 제출한 문건과 메모 등에 '비공개 정보'가 포함됐을 경우 위법 소지도 있다.

박 대변인은 14일 "자료가 대통령기록물인 건 맞지만 자료에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아 지정기록물은 아니다"고 했다. 또 공개한 문건은 자필 메모이고, 사본이라서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보좌기관 등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한 기록물이어야 한다. 비밀기록물의 경우 보안업무 규정상 문건에 1·2·3급 대외비 표시가 돼 있어야 하고, 15~30년 동안 봉인된다.

결국 '메모'와 '사본'이 대통령 일반 기록물이냐, 비밀·지정기록물이냐가 쟁점이다. 대통령 기록물법 16조 1항은 국가안전보장 등 비공개 대상 외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청와대는 "메모의 내용과 형식에 비춰 볼 때 메모는 누군가에게 보고하거나 결재를 받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메모자의 기억을 환기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대통령기록물의 요건이 되기 위한 '생산 완료' 문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대통령물 기록물법' 위반이라고 반박한다. 자유한국당은 19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청와대가 적법한 절차를 거지 않은 채 문건을 공개한 것은 위법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16일 "대통령 지정기록물 여부조차 판단할 수 없다면서 문건을 먼저 공개하고 특검에 사본을 전달한 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④ 박근혜·이재용 재판, 영향 미칠까…우병우 역할 드러나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직권남용 등 관련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문병희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직권남용 등 관련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문병희 기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실 문건을 공개하고 검찰에 넘긴 데 대해 "해당 문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17일 추가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정치적 판단이 없다"는 걸 설명하는 데에 할애했다.

이번에 발견된 문건들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것들이 포함돼 있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받고 있는 뇌물죄 재판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적은 메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결정적 증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청와대가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게 야당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날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문건을 특검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7일 "특수1부에 배당해 작성·수집 경위를 확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수1부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부서다.

검찰은 청와대의 문건 분석 완료 직후, 문건의 진위 여부와 작성 경위, 작성 주체 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향후 재판에선 문건의 증거능력을 두고도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7일 "작성 주체도 불명확하고 그걸 어떻게 증거로 삼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청와대가 14일 공개한 문건의 생산시기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직 기간과 겹쳐 우 전 수석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2015년 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17일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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