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성 비하 논란' 탁현민 "靑생활 정리"…배경은?
입력: 2017.07.19 11:18 / 수정: 2017.07.19 11:33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조만간 사임할 뜻을 18일 밝혔다./탁현민 트위터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조만간 사임할 뜻을 18일 밝혔다./탁현민 트위터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성(性) 비하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온 탁현민(43)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 정치권 안팎의 퇴진 요구에도 '묵묵히' 버텼던 탁 행정관이 논란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나서 비난을 퍼붓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탁 행정관은 18일 <SBS>와 인터뷰에서 "날짜까지 얘기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청와대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며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짐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

앞서 탁 행정관은 2007년 펴낸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와 공동저자로 참여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 쓴 글의 내용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탁 행정관은 지난 5월 25일 저서 <남자마음 설명서>에서 "등과 가슴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건 남자 입장에서 테러당하는 기분" "허리를 숙였을 때 젖무덤이 보이는 여자가 끌린다"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등의 글을 실은 사실이 알려졌다.

6월 22일엔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남자들이 흔하게 생각하는 건 나도 대부분 상상해봤지. 그룹 섹스, 스와핑, 어렸을 때는 선생님" "학창시절에 임신한 여선생님이 많았다. 심지어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 등이라고 썼다. 특히 그는 해당 책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살 어린 여학생과 첫 성관계를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없었다.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라고 자신의 첫 경험을 고백한 부분도 있었다.

탁 행정관은 2007년 펴낸 저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여성 비하성 내용을 실었다./채널A 방송화면 캡처
탁 행정관은 2007년 펴낸 저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여성 비하성 내용을 실었다./채널A 방송화면 캡처

여성계와 야당은 탁 행정관의 그릇된 성 인식을 문제삼으며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도 탁 행정관의 발언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데 뜻을 모았고, 청와대에 그에 대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지난달 22일 알려졌다. 여당 역시 이미 탁 행정관과 같은 이유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며 물러난 상황에서 탁 행정관을 두고 볼 명분이 없었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초기 내각 인선과 연계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개편안 등 처리를 놓고 여당과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탁 행정관의 사퇴 문제도 거론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15일 "(탁 행정관에 대한) 경질 논의는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탁 행정관에 대한 거취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대선 당시 보좌한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지금 항간에서 탁 교수에게 쏟아지는 비판도 잘 알고 있다. 그 비판 속에는 사실과 허구가 뒤엉켜 있기도 하다"면서 "최근 벌어진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탁 교수 본인이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덧붙이지는 않겠다. 다만 청와대에서 일해 달라고 강하게 부탁했던 처지라 그 사연은 꼭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탁 행정관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판단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친노·친문 일부 인사들마저 탁 행정관에게 고개를 돌렸다. 노사모(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대표였던 노혜경 씨는 17일 페이스북에 "그들이 탁(현민)을 옹호하려 들면 들수록 문재인 대통령은 바보가 되고 탁은 너절해진다"며 "이 싸움은 절대 못 이긴다. 왜들 이렇게 '주군'(대통령) 모시는 게 서투르냐"고 비판했다.

탁 행정관은 2011년 7월 MBC 소셜테이너(사회 참여 연예인) 출연 금지 방침을 비난하며 이에 삼보일퍽 퍼포먼스를 벌였다./신동욱 공화당 총재 트위터
탁 행정관은 2011년 7월 MBC 소셜테이너(사회 참여 연예인) 출연 금지 방침을 비난하며 이에 '삼보일퍽' 퍼포먼스를 벌였다./신동욱 공화당 총재 트위터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을 못 놓는 이유를 과거 '끈끈한 인연'에서 찾았다.

정계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탁 행정관은 1973년생으로 성공회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이 대학에서 문화콘텐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참여연대에 몸담은 이후 오마이뉴스, 다음기획 뮤직콘텐츠 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탁 행정관은 '연출가'로서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추모콘서트를 기획했고, 이를 눈여겨 본 '노무현 정부' 당시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봉하마을에서 열릴 추도식, 노무현재단 창립기념공연 등을 탁 행정관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정치와 시사 관련 콘서트 분야에서 '친노' '친문' 성향 연출가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야인이었던 문 대통령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를 기획하며 정계 입문을 도왔고, 18대·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관련된 행사기획과 연출을 도맡으며 가까워졌다. 지난해 대선 구상을 위해 문 대통령과 복심 양정철 전 비서관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탁 행정관의 사이는 앞서 김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서도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김 의원은 "봉하마을에 귀향해서 국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보여주신 노무현 대통령의 행복한 모습을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실 때에도 경험하게 해 드릴 수는 없을까, 어쩌면 국민들이 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런 일을 해내는 데 탁 교수가 가장 적임일 거라고 저는 판단했고,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추천했다"면서 "행사 기획이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뜻을 잘 이해하고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국민과 늘 소통하고 싶어하는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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