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文대통령 '지지율 80%'와 리더십의 조건
입력: 2017.07.18 08:51 / 수정: 2017.07.18 08:51

지난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긍정평가가 80%로 나타났다./한국갤럽 제공
지난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긍정평가가 80%로 나타났다./한국갤럽 제공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또 80%라고?"

한여름 찜통 더위만큼 좀체 꺾이지 않는 게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지난 5월 취임 초 첫 직무수행 평가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3주 연속 80%대를 유지했다.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을 지지해온 지인들은 취임 두 달째 '고공행진' 중인 지지율에 반색하는 반면 보수 성향의 인사들은 "여론조사에 허수가 많다"며 의구심을 드러낸다.

당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이 같은 의문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나 의원은 지난 13일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여론조사기관에 있는 분들을 만났는데 여론조사에 응답한 사람의 60% 이상이 문 대통령을 찍었다고 하더라"며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 이상 나온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대선 투표율과 문 대통령 득표율을 감안하면 전체 국민 중 문 대통령에게 표를 주신 분들은 한 35% 정도"라며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사람들은 (여론조사에서) 아예 대답을 안 하는 것"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 지지층의 응답이 많고, 문 대통령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잘 응답하지 않기 때문에 '지지율 80%는 허수'라는 주장이다. 또 '(문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사회적 바람직성'을 근거로 실제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고, 세상이 제시하는 여론을 따른다는 게 나 의원과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단순히 '허수'로 치부하기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충분히 설명하기 힘들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에서 각각 과반에 가까운 또는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막상 취임 이후 야권 성향들의 비토로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갤럽의 취임 4주차 첫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44%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취임 4주차 첫 직무수행 평가 조사를 한 결과,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제공
<한국갤럽>이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취임 4주차 첫 직무수행 평가 조사를 한 결과,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제공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양김(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고치(71%)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직후 들어선 만큼,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높은 국정기대감에서 출발한 정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YS정부, DJ정부 역시 최초의 문민정부, 최초의 정권교체를 실현한 정부라는 특성을 반영하듯 집권 초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집권 초기지만, 문재인 정부도 '위기'는 있었다. 취임 두 달째 인사검증 문제로 초대 내각 인선을 완료하지 못했고, 여야 간 대치로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는 역대 최장기간 동안 묶여 있다. 역대 정부에서 취임 초 '인사 난맥'은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취임 당시 '최초 과반 대통령' 타이틀을 얻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인사 문제'로 취임 한 달 만에 4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인사 난맥 등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현상 유지' 중이다. 이는 취임 전후 '파격과 소통'의 행보를 보여온 문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이 여전히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고, 반대로 야권이 주장하는 정책과 현 정부에 대한 견제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란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지난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해 발표(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긍정평가(803명, 자유응답) 이유로 '소통 잘함/국민 공감 노력'(17%)', '외교'(17%),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8%), '공약 실천'(5%), '일자리 창출/비정규직 정규직화'(5%), '전반적으로 잘한다'(4%), '전 정권보다 낫다'(4%), '서민 위한 노력/복지 확대'(4%), '권위적이지 않다/소탈/검소'(5%), '추진력/결단력/과감함'(4%) 등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했다.)

취임 전후 소통 행보를 보여온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를 관람하러 온 방문객들에게 직접 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트위터
취임 전후 '소통' 행보를 보여온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를 관람하러 온 방문객들에게 직접 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트위터

물론 정책 추진과 인사보다 '소통 행보'에 후한 지지를 보내는 게 국정운영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란 지적도 있다. 다만, 많은 학자들은 '리더십'의 요건으로 '비전·신뢰·지지' 세 가지를 제시한다. 조직이 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하며, 조직 구성원으로부터 인간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구성원의 열성과 행동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에 비춰 보면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함께 일하는(지켜본, 지내본) 사람들은 몇 주만 지나면 그 사람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아차린다. 이들은 무능함, 무지, 불안정성, 또는 나쁜태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까지는 그 사람을 용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 사람에게 진정성이 결여된 것에 대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어떤 조직이 위대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리더의 정신이 위대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위에서부터 죽는다'라는 속담이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80%의 지지율'이 말하는, 국민들이 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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