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과 정의화·임채정·박관용 전 국회의장, 정세균 국회의장, 김원기·김형오·이홍구 전 국무총리(왼쪽부터)가 제 69주년 제헌절인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제헌절 69주년을 맞아 국가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재인 정부에서 주도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는 17일 오전 11시 국회 본청에 '개헌론자'인 국가 원로들(김원기·김형오·박관용·임채정·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을 초청해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각당 원내대표들과 개헌특위 위원들도 함께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기조연설에서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향식 개헌'이 돼야 한다"면서 "이번 개헌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분권이다. 이번 개헌으로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서로 돕고 또 견제하면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중앙집권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의 권한을 새롭게 배분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기본권을 더욱 충실히 보장해야 한다"며 "기본권 주체를 확장하고 양성평등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며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새로운 기본권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의사가 정치 현장에 투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도 함께 손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 69주년 제헌절 기념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정의화(맨 앞) 전 국회의장이 메모를 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17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하고 현재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모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가치 중심은 어떻게 하면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느냐"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투적 정치가 계속되기 때문에 국민의 눈에는 우리 정치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김원기 전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공약했 듯 내년 지방선거 대 개헌하겠다고 당선 후에도 수차례 약속했다. 어느 때보다 개헌 가능성이 커졌고, 호기를 맞았다"며 "여아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들이 개헌에 자신감을 가지고 다같이 협력하고 참석한다면 이번 개헌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면서 개헌 시 ▲국회 자유투표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의 합의 ▲국민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회 개헌특위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역시 '권력의 집중화'를 문제점으로 삼았다. 그는 "막강한 헌법적 권한과 5년 단임제라는 시간적 제약의 딜레마에 빠져 새로운 대통령은 새로운 업적 쌓기와 전임자의 업적 지우기에 혈안돼 있다. 중장기 비전을 잃어버린 나라가 되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총리 권한 강화(이원집정부제, 분권형대통령제) ▲순수 대통령제 채택 ▲국회 권한 강화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지금처럼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강한 상태에선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에 국민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내자는 의견을 강하게 비판하며 "개헌을 통해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제 69주년 제헌절인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사법권 분권'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내놨다. 이 전 소장은 "전 세계에서 헌재가 설치된 나라 중 헌법재판소와 법원으로 규범통제권한을 이원화하고 있는 입헌제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규범통제권의 일원화는 반드시 이번 헌법 개정에서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소장은 또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대신 연임이나 중임을 할 수 없도록 정리해야 한다"며 "대법원장과 같이 중임이나 연임에 관해 관심갖지 말고 법원을 잘 관리해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유지되는 판결을 해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홍구 전 28대 국무총리는 "정치개혁은 피할 수 없는 국가개혁의 선결과제로 남아 있다. 헌법개정은 더이상 검토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이며 정치권의 의무"라면서 "촛불집회가 보여준 광장민주주의와 의사당민주주의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느냐가 우리가 당면한 최대 과제다.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건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있으며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엄숙히 공약한 바 있다. 이번엔 확실하게 개헌해달라"고 촉구했다.
16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양원제의 필요성을 강조, "총선과 대선의 주기를 일치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참석자 중 가장 최근에 국회의장을 맡았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19대 국회 후반기)은 "의장을 하면서 선거제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국민을 통합하려면 지금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나 소선구제로 이뤄질 수 없다. 헌법 정신 아래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