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조대엽 사퇴-송영무 임명', 추경·대치정국 향방은?
입력: 2017.07.14 05:37 / 수정: 2017.07.14 10:25
야3당이 임명을 반대한 조대엽(왼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자진 사퇴해 국회 정상화에 물꼬가 트이는 듯했으나 청와대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면서 다시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이새롬, 남윤호 기자.
야3당이 임명을 반대한 조대엽(왼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자진 사퇴해 국회 정상화에 물꼬가 트이는 듯했으나 청와대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면서 다시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이새롬, 남윤호 기자.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꼬일대로 꼬인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풀릴까. 청와대는 13일 조대엽(57)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송영무(68)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 강행했다. 야3당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 개편안 등과 연계해 두 후보자 임명에 반발했으나, 조 후보자 사퇴로 송 장관 카드를 선택하면서 국회 갈등 봉합에 나섰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를 통해 출입기자단에 보낸 단체 문자에서 "본인의 임명 여부가 정국 타개의 걸림돌이 된다면 기꺼이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사퇴의 길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고용노동부 장관에 지명된 지 32일 만이며, 안경환(69)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7일 사퇴한 이후 현 정부 장관 후보자 중 두 번째 자진 사퇴다.

출범 이후 두 달여 동안 인선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로 난항을 겪은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인사와 추경 등은 분리해 달라"며 국회 차원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지난 11일 인사청문회법 상 문 대통령은 임명을 단행할 수 있었으나, 야당 설득을 위한 여당의 요청으로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늦추며 협상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이후 여야는 2박3일 간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고, 청와대는 '조대엽 사퇴·송영무 임명'이란 고육지책을 냈다.

◆ '靑, 대리사과'로 국민의당 달래기…당청관계 '엇박자' 노출

임종석(오른쪽)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찾아 추미대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을 대신 사과하며 추경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추미애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는 임 실장./임영무 기자
임종석(오른쪽)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찾아 추미대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을 대신 사과하며 추경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추미애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는 임 실장./임영무 기자

추경 처리가 시급했던 청와대와 여야 간 협상은 13일 오전, 전환점을 맞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민의당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그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송·조' 후보자 인선에 반대하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고, 민주당에 협조해왔던 국민의당마저 지난 7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취업 특혜 제보 조작 사건) 머리 자르기 발언'에 반발하며 합류했다. 임 비서실장은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만나 추 대표의 발언 등에 대해 대신 사과하며 추경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임 비서실장의 '대리 사과' 후 추경 심사 등 국회 일정 복귀를 선언했다. 여기에 조 후보자의 사퇴로 국회 정상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대리 사과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 해프닝이 벌어지며 '앙금'을 남겼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임 실장이 추 대표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혼선을 빚자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임 비서실장이 박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추미애 대표에 대해 사과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며 국회 보이콧을 거둬들이기로 한 기존 결정에 변화가 없다고 정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당의 국회 복귀로 숨통은 트였으나, 청와대와 여당 간 소통의 '엇박자'를 그대로 노출하면서 향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뒤따랐다.

◆ '송영무 강행'에 야3당 반발…국회 정상화 '도로 먹구름'?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이새롬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송영무·조대엽 낙마'를 요구하는 야당과 협상을 위해 '조대엽 낙마' 카드가 불가피했다. 국민의당 복귀는 반쪽 정상화에 그치기 때문이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여당과 협상 과정에서 '송영무 낙무'를 요구하면서 차선책으로 '조대엽 낙마와 함께 대통령의 유감표명'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반대에도 두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저울질하던 청와대로서도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찾아 '최소한의 조치'를 제안했고, 이후 (지명철회가 아닌) 조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야당의 입장을 수용하고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명분을 세운 셈이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조 후보의 사퇴에도 국회 정상화 대열에 쉽게 합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두 보수정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명 강행에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송영무·조대엽' 두 후보자 모두 '부적격'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온 자유한국당은 14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고,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송영무 후보자까지 임명 강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협치의 파트너가 아닌 거수기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복귀를 결정했던 국민의당도 송 후보자 임명 발표 이후 '국회 정상화 합의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김수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야3당이 반대하는 송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며 "추경안 심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 등 의사일정에 대한 재검토까지 포함한 당내 의견을 취합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만약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14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복귀해 추경안 심사를 시작하게 되면 오는 1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의결될 수 있다. 반면 '대여 투쟁 전선'을 지속한다면 국회 파행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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