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미필적 고의" 추미애 발언, 檢개혁 발목 잡는다
입력: 2017.07.13 10:29 / 수정: 2017.07.13 10:29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필적 고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배정한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필적 고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집권여당 대표로서 '미필적 고의'를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검찰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수사가이드라인을 밝히는 것으로 비쳐 또 다시 '정치검찰' 논란을 불러 올 수 있어서다."

최근 '머리자르기' '미필적 고의' 등의 발언으로 국민의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정치권 관계자의 지적이다. '미필적 고의'는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인식했음에도 그 행위를 인용한 것을 일컫는다.

정치권·법조계 안팎에서 추 대표의 국민의당 저격 발언을 두고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탈(脫) 정치'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 집권여당 대표는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수사가이드'를 의심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필적 고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필적 고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검찰개혁' 공약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무부 탈(脫)검찰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내건 바 있다. 그가 이 같은 공약을 내건 까닭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식에서도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국민적 요구"라며 "검사 개개인들이 개혁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정권에 줄서기했던 아주 극소수의 '정치 검사'들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검사들은 정말 사회정의를 지키기 위해 묵묵하게 노력했다. 그런 분(非 정치검찰)들도 검찰이 정치적 줄서기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라며 "거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는 그런 검찰로 거듭나길 바라는 것이 국민들 요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추 대표는 지난 7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이 준용 씨 제보조작 사건을 이유미 씨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린 것을 두고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는 것은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머리 자르기"라고 말했다.

추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국민의당은 국회 보이콧까지 감행했지만, 추 대표는 8일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충남 세종 '민심경청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형사 책임은 반드시 수사가 돼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추 대표 발언 이틀 후인 9일,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는 준용 씨 취업 특혜 제보조작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이 전 최고위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 이 씨의 '준용 씨 채용특혜 의혹 조작'에 개입한 혐의와 함께 제보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검증을 소홀히 하고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이른바 '미필적 고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대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미필적 고의를 적용했다. /남윤호 기자
검찰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대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미필적 고의'를 적용했다. /남윤호 기자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추 대표의 '미필적 고의' 언급은 정부의 검찰개혁에 걸림돌이 된 것은 분명하다.

실제 준용 씨 제보조작 사건에서 국민의당 '윗선'으로 지목된 박지원 전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추 대표가 미필적 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 '친절한 검찰 씨'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서 피의사실공표죄와 순차공범이라는 해괴한 이유로 이준서 씨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찰개혁을 외치며 진술 조사가 아니라 증거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검사는 혹시와 가능성으로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과잉"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추 대표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더팩트> 취재진에 "미필적 고의를 먼저 꺼낸 것은 추 대표이고, 때마침 검찰이 (이 전 최고위원에게) 미필적 고의를 적용하니 야당 입장에서 '추 대표가 검찰총장이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본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다. 하지만 추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자칫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새로운 정부로 갈아타는 또 다른 형태의 검찰 줄세우기라는 오해를 받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 대표가 정치적 계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추미애 대표의 미필적 고의 발언은 자칫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새로운 정부로 갈아타는 또 다른 형태의 검찰 줄세우기라는 오해를 받기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임영무 기자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추미애 대표의 '미필적 고의' 발언은 자칫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새로운 정부로 갈아타는 또 다른 형태의 검찰 줄세우기라는 오해를 받기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임영무 기자

최근 기자와 만난 야당 대표는 '추 대표 발언'과 관련 "여당 대표는 언행을 신중해야 하는 자리다. (여당 대표) 국정운영이 꼬이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유권자 15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개혁 과제 최우선 순위로 검찰개혁(24%)을 꼽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

게다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내각 구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적한 시점에 추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당내에서도 "자중하라"는 비판이 나왔을까. 추 대표는 '말 한 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되씹어 볼 시점이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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