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北 ICBM 발사, '김정은의 마이웨이' 노림수는?
입력: 2017.07.06 04:18 / 수정: 2017.07.06 04:18

북한은 4일 오전 9시 40분께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시험발사 성공을 발표했다. /이새롬 기자
북한은 4일 오전 9시 40분께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시험발사 성공을 발표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사흘 만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ICBM 발사 주장을 5일 공식 확인했다. 북한의 도발은 '북핵·미사일 동결→완전폐기'란 단계적 접근에 공감대를 이룬 한·미 합의 결과를 거부하고, '핵보유국으로서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에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국제사회와 국내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국제사회 주도의 제재와 압박 국면에서도 대화 가능성을 모색해온 문 대통령에게 북한은 미사일 도발로 응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이 한국을 제외한 미국과 직접 협상을 위한 포석이란 관측마저 제기됐다.

일단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북한의 ICBM 도발에 대응해 이날 오전 7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북핵 불용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시각이다.

◆ 북한, 한미공조 정면도발…물밑선 미국과 직접 협상 시도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 발사 성공을 발표한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이새롬 기자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 발사 성공을 발표한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이새롬 기자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미 공조에 대한 정면도발이란 분석이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미사일 마이웨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건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전, '특별중대보도' 형식으로 예고했다. 지난해 첫 수소탄 핵실험 단행 이후 세 번째로, 이 같은 명칭을 사용한 데는 핵·미사일 개발 목표 도달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북한은 협상에 나서더라도 한미 공조의 틀인 '비핵화'를 거부한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그간 줄기차게 "비핵화 대화는 꿈도 꾸지 말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도발은 북한의 ICBM 보유를 '레드라인(최후 금지선)'으로 설정하며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맞서 비핵화 대화는 불가능하며,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즉, 몸값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란 얘기다.

이지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일성 이래 현재까지 북한최고지도자의 통치는 '누가 뭐래도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다. 개인우상화 및 혈통역사 왜곡은 이러한 독자노선의 배경이기도 하다"며 "핵문제 역시 북은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포기할 생각도 없이 부단히 개발해왔다. 북한지도자, 통치엘리트, 주체사상 등에는 '타자'의 개념이 없다. 동반할 파트너란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물밑에선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직접 협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쿄신문은 "북한이 '지난달 초 스웨덴 비공식 접촉에서 미국 측에 한국을 제외하고 양자간 평화협상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같은 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서의 구도를 굳히려는 것"이라며 "이만큼 와 있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며 한국과 미국에게 묻고 있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 시험대 오른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국제사회 제재수위 ↑

조선중앙방송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형 시험 발사 성공을 특별중대발표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조선중앙방송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형 시험 발사 성공을 '특별중대발표'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북한의 도발로 남북대화 의지를 표명해온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6·15 남북 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이후 첫 도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핵 동결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이행하면 우리 정부도 상응하는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역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우리 측의 의지를 반영해 남북대화의 여지도 열어뒀다. 그러나 북한은 ICBM 발사로 오히려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은 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북한의 속성과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한미동맹 간 굳건한 기반, 나아가 극동 아시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대통령이 분명한 역할을 해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은 안보 위기 상황이고 압박과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할 때이지만 대화 역시 필요하다는 기조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며, 다만 압박과 제재의 강도가 지금보다는 더 커질 것이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날 오후 12시부터 1시간 동안 NSC 전체 회의를 주재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 미사일 발사 소식 방송을 지켜보는 시민./임세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날 오후 12시부터 1시간 동안 NSC 전체 회의를 주재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 미사일 발사 소식 방송을 지켜보는 시민./임세준 기자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공식화하면서 앞으로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 역시 한층 올라갈 전망이다. 일본 아베신조 총리는 북한의 도발 직후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라며 이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지수 북한학과 교수는 "백두혈통신화에 근거한 북한체제의 본질을 간과한 전략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한국정부가 제시하는 통일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주변국가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국제공조를 통해 통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력방안의 첫 단추"라고 조언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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