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김 전 실장의 모습. /이덕인 기자 |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김기춘 전 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형을 구형 받았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3일 오후 열린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57),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51) 등 4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함께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는 징역 6년을, 김 전 수석과 김 전 비서관에겐 각각 징역 6년과 3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은 우리 헌법이 수호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나 중대하다"며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참모로서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이에 동조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국민 입을 막는 데 앞장섰다"며 "이들은 네 편 내 편으로 나라를 분열시키려 했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았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
특검은 또 "문화예술인의 생계와 직결되는 생계형 보조금까지 모든 보조금을 무조건 배제했고 그 규모는 1만명"이라며 "합법적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이유를 철저히 함구해 이의제기를 사전에 봉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9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고 발언한 이후 지원 배제 명단 작성과 집행을 총괄하는 등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 업무에 소극적인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 등도 있다.
조 전 장관은 2014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문예기금 지원배제 등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선별해 교문수석실에 통보하고 문체부에 하달하는 등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한 혐의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거짓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도 있다.
3일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 전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앞서 특검은 이날 오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의 결심 공판에서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김 전 장관은 최후진술에서 "전직 문체부 장관으로서 재임 기간 있었던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고, 정 전 차관 측은 "이 사건에서 사적인 일을 도모한 적이 없고,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신 전 비서관은 "피해자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같은 사안으로 재판 중인 이들 7명의 선고를 같은 날 진행하기로 했다. 선고공판은 이달 27일 오후 2시10분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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