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라이프人] "아이와 함께 '그림책' 읽어요" 어린이서점 대표의 '팁'
입력: 2017.07.02 07:00 / 수정: 2017.07.02 07:00

지난달 30일 서울 중화2동에 자리 잡은 어린이책서점 상상하는 삐삐 주인 이계명 씨가 그림책 읽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중화2동에 자리 잡은 어린이책서점 '상상하는 삐삐' 주인 이계명 씨가 그림책 읽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TF라이프人>은 일반인이지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일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힘든 일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일상을 내보이며 서로가 다르지 않음을 알고 희망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빨간머리와 주근깨를 가진 소녀 '말괄량이 삐삐(1945, 스웨덴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쓴 아동 소설)'는 엉뚱하게도 뒤로 걷는다. "왜?"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삐삐는 "자유로운 나라에서 자기가 걷고 싶은 대로 걷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라며 싱긋 웃는다. 서울시내 유일하다시피 한 어린이책서점 '상상하는 삐삐'도 그런 공간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화2동, 한적한 동네 길목에 자리잡은 서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삐삐의 얼굴이 그려진 유리벽 안으로 알록달록 책상과 의자, 조그만 다락방이 이곳의 정체를 보여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점의 주인 이계명(48·여) 씨가 차분한 얼굴과 목소리로 손님을 맞는다.

170여㎡(50평) 남짓한 매장에 1000여 권의 책이 빼곡히 비치돼 있다. 이 씨는 지난 12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켰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결혼 전에는 학원강사로 일했던 그가 어린이책서점을 열 생각을 한 건 딸 때문이었다. 이 씨는 "아이에게 좋은 어린이책을 읽어주고 싶었다"며 "그래서 큰아이를 데리고 중계동에 있던 어린이책서점을 직접 보면서 다니기도 하고, 벤처기업에 다니던 남편도 적극적으로 해 보라고 해서 (서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은 대학교 2학년이 됐다.

이 씨는 부모들이 좋아하는 책보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취향의 책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이새롬 기자
이 씨는 "부모들이 좋아하는 책보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취향의 책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이새롬 기자

이 씨는 부모들이 좋아하는 책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다르다고 했다. 부모들은 학습에 도움이 되는 지식책이나 교과서와 연계된 책들을 선호하는 반면,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지식책을 지루하게 느끼고 선호하는 책은 취향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좋은 독서교육은 "부모가 아이의 취향을 아는 게 먼저"라고 했다. '상상하는 삐삐'에선 전집류나 참고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길을 지나다 혼자 서점에 들어오는 엄마들이 간혹 있어요. 그러면 저는 아이와 함께 오길 권해요.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해요?'라고 물어도 모르는 엄마들이 많거든요. 아이들은 엄마들이 사주니까 한두 번은 읽지만 곧 흥미를 잃어요. 요즘 엄마들은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될 필수도서를 찾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선택하는 게 좋아요."

'상상하는 삐삐'는 단순히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게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부모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쓰기 교육도 받을 수 있다. 또 이 씨는 서점 밖 여러 도서 모임에서 '그림책 읽기' 방법 등을 나누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추천한 도서도 바로 '그림책'이었다. "코흘리개 어린아이들만 보는 책"이란 무식한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숀 탠의 '빨간나무' 그림책을 펼쳐들었다.

이 씨는 부모와 아이가 책을 함께 읽을 때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새롬 기자
이 씨는 "부모와 아이가 책을 함께 읽을 때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새롬 기자

"표지에서 종이배를 탄 소녀가 빨간 단풍잎을 바라봅니다. 책장을 펼치면 침대에서 막 깬 소녀가 있고, 이런 문장 하나가 더해져 있습니다. '때로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또 다음 장엔 '모든 것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합니다. 어둠이 밀려오고 아무도 날 이해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책장을 넘기며 '그림 속 소녀는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생각을 하게 돼죠. 그림책을 읽는 사람마다 '소녀'에게 자기감정을 이입하고, 처한 상황도 각자 다를 거에요."

어렸을 때부터 자녀와 함께 그림책 읽기를 해왔다는 이 씨는 "0세~100세까지 읽을 수 있는 게 그림책"이라며 "그 속엔 하나의 사회가 있어요. 예전에 대학생 분도 엄마랑 같이 그림책을 사러 왔어요. 함께 읽고, 책을 고르다 보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다만 어린 자녀와 함께 읽을 때는 부모가 먼저 그림책을 읽고 이해한 뒤, 아이가 몰입할 수 있도록 '왜 그렇게 생각해?' 등의 질문을 하기보다 '지금 주인공이 어떤 기분일까'라며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씨는 어린이책서점을 계속 운영하고 싶다고 희망했다./이새롬 기자
이 씨는 "어린이책서점을 계속 운영하고 싶다"고 희망했다./이새롬 기자

스마트폰과 전자책, 온라인 대형서점, 도서관 등의 활성화로 어린이책서점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 씨는 힘이 닿는 데 까지 '상상하는 삐삐'를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조금 더 바람이 있다면 '그림책 전문 카페'로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만 제 딸 친구들이나 저희 서점을 다니던 아이들이 많거든요. 이 아이들이 부모가 됐을 때 자녀한테 좋은 책을 함께 읽어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이 들거든요. 지금 제 이야기를 보시는 분이 있다면, 아이들하고 무조건 대화를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또 무엇보다 아빠의 역할이 중요해요.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해야죠(웃음)."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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