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문준용 제보조작' 국민의당 "이유미 단독범행"…정치권 코웃음 친 이유는?
입력: 2017.06.29 04:07 / 수정: 2017.06.29 04:07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한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 공명선거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스쿨 동기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녹취록을 조작한 이유미 당원과 이준서 전 최고위원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한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 공명선거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스쿨 동기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녹취록을 조작한 이유미 당원과 이준서 전 최고위원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평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범행인가, '윗선'의 지시가 있었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제보를 조작한 혐의와 관련해 국민의당은 평당원인 이유미(38·여) 씨 '단독범행'이라고 선을 긋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정치권 일각에선 당내 '윗선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씨 본인과 이준서(39) 전 최고위원 등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윗선에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점과 '대선 캠프라는 특수성에 비춰 개인 혼자서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바른정당·정의당 등은 안철수 전 대표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국민의당과의 관련성 및 지시 여부 등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작 혐의'의 중심의 선 국민의당과 피의자인 이유미, 이준서 씨 간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검찰은 26·28일 두 사람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관련 혐의를 조사 중이며, 국민의당 윗선의 개입여부를 밝히기 위해 이들의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유미 씨에 대해선 28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이용주 "이유미 단독 범행…이준서 몰랐다" vs 이유미 "당에서 꼬리 자르기"

이용주 의원은  이유미가 어제까지 이틀간의 검찰 조사에서 제보조작을 혼자 했다고 진술했고, 이유미는 제보 조작 사실을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알린 바 없다고 주장했다./이새롬 기자
이용주 의원은 "이유미가 어제까지 이틀간의 검찰 조사에서 제보조작을 혼자 했다고 진술했고, 이유미는 제보 조작 사실을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알린 바 없다"고 주장했다./이새롬 기자

'문준용 특혜 의혹 조작 혐의'를 '셀프 고백'한 국민의당은 '조직적 개입 의혹'을 받자 이유미 씨 '단독범행'으로 몰고가는 분위기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유미가 어제까지 이틀간의 검찰 조사에서 제보조작을 혼자 했다고 진술했고, 이유미는 제보 조작 사실을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알린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주장은 앞서 검찰에서 '이유미 씨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진 내용을 반박한 것이다.

26일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문준용 특혜 의혹 조작 혐의'를 고백하며 사과하자 검찰은 즉시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이유미 씨를, 김인원 전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은 이 전 최고위원을 각각 믿고 해당 제보 내용을 자신의 '윗선'에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주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유미가 '제보 조작을 당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이 씨의 변호인 사무실을 통해 자백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 씨와 이 전 최고위원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했다.

이 의원은 이유미가 제보 조작을 당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이새롬 기자
이 의원은 "이유미가 '제보 조작을 당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이새롬 기자

'지난 4월 22일부터 조작된 제보에 근거한 의혹 발표 이튿날인 5월 6일까지' 두 사람 사이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증빙을 못하면 역풍이 분다",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민주당 반박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이 의원은 '(이 씨를 추궁하며 증빙을 요구하는) 이 전 최고위원이 이 씨의 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유미 씨는 검찰에 긴급체포되기 전인 지난 24일 당내 모 인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내일 어이없는 소식을 듣게 되실 것"이라며 "국민의당에서 문 대통령의 아들 파슨스 관련해 부친빽으로 갔다는 이슈 다 거짓인 걸 사과할 것이다. 어쩌다 거기 연루돼 있어 참고인 조사를 받으라고 한다. 당이 기획해서 지시해놓고 꼬리 자르기 하려고 하고 있다. 당에서는 몰랐다고, 해당자를 출당 조치시킨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커지자 국민의당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김관영 의원은 28일 "이 의원의 주장은 개인 판단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이유미 씨)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두고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음성파일·카톡, 어떻게 조작했나…"제보 내용, 상식적으로 납득 안돼"

대선 당시 국민의당 평당원으로 활동한 이유미 씨./온라인 커뮤니티
대선 당시 국민의당 평당원으로 활동한 이유미 씨./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5월 5일 당시 안철수 후보 측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공개한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의 증거는 '지난 2008년 9월부터 준용 씨와 함께 미국 파슨스 스쿨을 다닌 동료 A 씨'의 증언이 담긴 음성파일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창이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A 씨는 "(문준용 씨는) 고용정보원을 그냥 아빠(문 후보) 친구 회사쯤으로 여겼다"며 "아무튼 지(문준용 씨)는 소속기관 생겼으니 이력서에 한 줄 채웠고, (한국에서) 토플학원 다니고 놀러다니고 했지"라고 말했다. 당시 A 씨는 "시민수석(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딸도 자기와 동갑인데, 그런 식으로 은행 꿀 보직에 들어갔다고 준용 씨가 말하고 다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녹취록을 제보한 이 씨가 대선 후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조작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이용주 의원에 따르면, 이 씨는 본인과 아들·회사 휴대전화 3대를 이용해 카카오톡 프로필을 파슨스 졸업생으로 바꾸고, 준용씨 특혜 채용과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이후 캡처한 대화본을 이 전 최고위원에 제보하고, 동생에게 부탁해 녹취 파일을 만들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후 공명선거추진단은 발표 하루 전날인 5월 4일 지인(이유미)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는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얘기(제보)를 들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이유미 씨의 제보를 믿은 이유로 "우리가 당시 시민사회수석의 딸이 그 당시 은행에 입사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조작을 시인한 제보 내용'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평당원인 이유미 씨가 준용 씨의 신상(고용정보원 취업과 파슨스 스쿨 재학 및 토플학원 등) 정보를 인지하고 구체적으로 조작한 점''이 씨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국민의당이 사실로 확인했다는) 시민수석 딸의 취업 특혜 의혹을 알고 있던 점' 등을 근거로 '개인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이다.

전남 여수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유미(오른쪽) 씨는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안 전 대표와 교수-제자 관계로 인연을 맺었고, 18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온라인커뮤니티
전남 여수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유미(오른쪽) 씨는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안 전 대표와 '교수-제자' 관계로 인연을 맺었고, 18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온라인커뮤니티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28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의 설명은 기본적인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제보자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거짓말이거나, 만일 진짜라면 공당으로서는 한심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SNS본부장을 맡았던 최민희 전 의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에 나와 "캠프마다 상황실을 통해 보고가 다 올라가게 돼 있다. 누군가가 액션플랜을 짰으리라는 것이 상식적 추론"이라며 안 전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28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단독범행 여부는 검찰이 수사할 부분이지만, 정치판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면 '일개 평당원이 독자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나'란 상식적으로 봐선 미심쩍고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 이후 암중모색해온 안 전 대표는 이유미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가까운 시일 내로 직접 대국민 기자회견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은 물론 국민의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가 직접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창당 때부터 '안철수계'로 불렸으며, 장기간 안 전 대표의 청년몫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전남 여수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유미 씨 역시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안 전 대표와 '교수-제자' 관계로 인연을 맺었고, 18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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