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다. 문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로 결정됐다. 지금까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한인동포와 간담회를 가졌었다. 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을 역대 대통령과 다르게 잡은 배경은 뭘까.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다음 달 2일까지 3박 5일 미국행 일정으로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 도착해 곧바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방문할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미 해병대 3대 전투이자 한국전쟁의 3대 전투로 기록된 장진호 전투를 기리는 기념비다. 버지니아주 콴티코시 미 해병대 박물관 앞 공원에 있고 지난달 4일 완공 및 공개됐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17일 동안 영하 30~40도의 혹한 속에서 이뤄진 전투다. 미 제1해병사단 1만5000명이 중공군 12만 명의 포위망을 뚫고 함흥으로 철수하며 10만여 명의 피난민을 남쪽으로 철수(흥남 철수 작전)시킬 수 있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첫 장면으로 다뤄지며 잘 알려진 전투다.
장진호 전투는 '흥남철수 작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은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더팩트DB |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와 인연이 있다. 문 대통령의 부모와 누나는 1950년 12월 22일 흥남 철수 때 미국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했던 피란민이었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해당 배를 타고 피난을 왔으며 2년 뒤인 1953년 1월 거제도에서 문 대통령을 출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6·25 전쟁 제67주년을 맞아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서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 작전에 대해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한국의 전후 세대에도 널리 알려진 역사"라고 설명한 뒤 "그 덕분에 흥남에서 피난 온 피난민의 아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돼 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지난 26일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한미동맹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 가족사와도 연결된 중요한 상징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30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 /더팩트 DB, 게티이미지 |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 일정은 앞서 미국을 찾은 전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과 차이를 보인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일정은 미국에 사는 한인 동포 간담회였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둘째 날에, 노·이 전 대통령은 셋째 날에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을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로 정한 것은 정치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2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보통 우리나라 대통령이 방미할 때는 동포 간담회를 가지고 국립묘지를 참배하며 현지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에 정상회담을 한다"면서도 "하지만 문 대통령의 경우는 '피난민의 아들로 미국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라는 메시지로 트럼프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서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사드 문제로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 슬기로운 동선을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