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국민의당, 문준용 취업의혹 "조작했다"…'셀프사과' 왜?
입력: 2017.06.27 05:46 / 수정: 2017.09.02 14:17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입사 관련 의혹 제보가 조작이었다는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입사 관련 의혹 제보가 조작이었다는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국민의당이 26일 대통령 선거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 대선 직전 주장했던 '문 대통령 개입설'에 대해 거듭 고개를 숙였다. 대선을 4일 앞두고 '깜깜이 선거' 당시 벌어진 일에 대해 갑자기 '셀프 사과'를 하게 된 경위에 관심이 쏠린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돌연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지난 5월 국민의당에 제보돼 발표한 문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스쿨 동료 증언은 카톡 캡쳐와 음성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들 문준용 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당은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없이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촉구함과 동시에 진상규명팀에서 자체 진상조사를 하고, 관련자들을 당헌당규에 따라 엄중조치할 계획이다. 국민의당은 허위사실을 공표하게 된 점, 혼란드리게 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 조작된 '녹음 파일·카톡 캡처'엔 어떤 내용이?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김유정(오른쪽) 당 대변인이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 관련 의혹 제보가 조작이었다는 것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김유정(오른쪽) 당 대변인이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 관련 의혹 제보가 조작이었다는 것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국민의당은 지난 5월 5일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취업 의혹을 뒷받침할 대학원 동료 A씨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대선 당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당원 이유미(38) 씨로부터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시 문 대통령 개입 의혹과 관련해 넘겨받은 관련 카톡 캡처 화면과 녹음 파일을 제보받았다. 국민의당은 카카오톡 내용, 대화자 이름을 검토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자료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녹음 파일을 공개했고, 국민의당은 이를 근거로 '문 대통령 개입설'을 주장했다. 다음은 국민의당이 당시 공개한 A씨와 이유미 씨의 음성변조 증언 녹취록이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A씨는 이유미 씨의 친인척 관계(동생)이며 해당 사실을 알고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미 씨= 본인이 지원을 해서 합격을 한 게 아니라, 어느날 부친이 갑자기 한거라고 들었는데.

A씨=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듣기로는 그렇게 들었어. 아빠가 이야기를 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걔가 뭘 알겠어.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한 것으로 소문이 났고 난 그렇게 들었어.

이유미 씨= 파슨스 다니는 분들은 알고 있겠네요?

A씨= 당연히 그걸 모르는게 이상한거지

이유미 씨= 토론회하는 것 봤더니, 아드님이 자기 실력으로 입학했고 본인이 아무런 힘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A씨= 말이 돼야 뭘. 아유 참.

이유미 씨= 음, 본인 실력이 별론가요?

A씨= 본인이 본인 실력을 알 걸?(웃음)

이유미 씨= 고용정보원 5급 갈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A씨= 알아서 생각해야지 그런 건. 뭐 어떻게 그것까지 말해.

이유미 씨= 문 후보가 자신있게 본인 실력으로 합격했다고 하길래. 학교 졸업 직전에 다른 경력이 없었음에도 한 것은 좀 의아했어요.

A씨= 아유 우리나라가 그렇지 뭐. 더 이상 뭐 이야기를 할수가 없네…잘 지내.

당시 공개된 카카오톡 내용도 위 내용과 동일했다. "준용은 아빠 덕에 입사해서 일도 안 하고 월급받는 게 문제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한 것 같아. 뉴욕에서도 종종 잘 이야기 했어. 노동부인가 고용정보원인가 거기를 그냥 아빠 친구회사(?) 쯤으로 여겼어. 아빠가 어느 날 원서 좀 보내라고 해서 보냈더니 그걸로 프리패스하고 애초에 걔 자리로 하나 빼놓은 거지. 남의 자리 빼앗았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음."

◆ 제발 저린 이유미 당원의 '자백'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입사 관련 의혹 제보가 조작이었다는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입사 관련 의혹 제보가 조작이었다는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국민의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 고발 사건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제발 저린' 이 씨는 지난 24일 이용주 의원을 찾아 '자백'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된 이 의원이 박 비대위원장한테 보고했으며, 26일 오후 국민의당 측은 대대적으로 대국민사과를 하며 '선제 조치'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이유미 씨가 당시 제공한 자료가 본인이 직접 조작해 작성된 거짓 자료라고 고백했다. 국민의당은 고백 내용을 추가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자료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이유미 당원과 이준서 전 최고위원으로 하여금 곧바로 검찰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는 이날 제보 파일을 조작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이 씨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밝힌 대로 제보를 조작한 사람이 이 씨가 맞는지, 조작했다면 이유와 경위는 무엇인지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구속 수사로 방향을 틀었다. 검찰은 이날 오후 9시 12분께 "혐의가 짙고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된다"며 이 씨를 긴급 체포했다.

당초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에게 먼저 소환 통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이 녹취록을 공개한 바로 다음 날(5월 6일) 법적 대응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 당시 김태년 문재인 후보 특보단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준용 씨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김성호 수석부단장, 김인원 부단장, 신원 불상의 인사 등 3명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등 혐의로 오늘 검찰에 고발한다"고 말했었다.

검찰에 소환 통보를 받은 이 전 최고위원은 바쁘다는 이유로 "출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소명했고, "녹취록은 이 씨에게 받아서 넘겼다"고 검찰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이 전 최고위원은 이유미 씨를, 김 전 부단장은 이 전 최고위원을 각각 믿고 해당 제보 내용을 자신의 '윗선'에 보고했다 진술한 셈이다. 이후 검찰은 이 씨를 소환 대상으로 지목했고, 26일 오후 검찰 출석을 앞두고 압박감을 느낀 이 씨가 이용주 의원을 찾아가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안철수, 정치적 타격 불가피…민주당 "엄청난 범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은 이 사건이 단지 당원의 독단적 행동인지, 배후가 있는지 철저한 수사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새롬 기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검찰은 이 사건이 단지 당원의 독단적 행동인지, 배후가 있는지 철저한 수사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새롬 기자

대선 패배 후 정치적 활로를 고심하며 암중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겐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정치권 안팎에선 책임 소지가 불분명한 만큼, 당 대선후보였던 안 전 대표에게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은 창당 때부터 '안철수계'로 불렸으며, 장기간 안 전 대표의 청년몫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전남 여수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 씨 역시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안 전 대표와 '교수-제자' 관계로 인연을 맺었고 18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만큼 안 전 대표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박 위원장은 안 전 대표가 조작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그건 모른다"라고 말을 아꼈다. 박 위원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즉시 공당으로서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사과 말씀을 드렸다"며 "검찰의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자 진상조사팀을 만들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부연했다.

당내 한 의원 역시 "이 전 최고위원이 이 씨와 친분관계가 얼마나 두터웠는지는 모르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조작 가능성을 모르고 이 씨를 믿고 당에 넘겼다. 안 전 대표 역시 대선후보가 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보고 받았겠는가. 전혀 몰랐다"며 "어쨌든 당에서 거르지 못한 점은 대단히 잘못이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달게 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안 전 대표를 비롯한 측근들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민주당에서 당시 바로 검찰 조치를 한다고 분명한 태도를 취해서 미심쩍다고 생각했다. 대선 4일 앞두고 이런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진 것은 죄질이 아주 나쁜 것이다. 어쨌든 안 전 대표 측근이 연루돼 있는 것 아닌가. 패배한 마당에 어찌할 도리는 없지만 책임을 어느정도 져야할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비록 국민의당이 사과를 했지만,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 공작과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사과'는 아닌지, 국민들은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사건은 '대선 공작 게이트'로 파장이 커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엄청난 범죄"라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백 대변인은 "평당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소위 배우를 섭외하고 문준용 씨와 관련 허위 발언을 하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냐.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당시 선대위 책임자들이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지도 여전히 의문"이라면서 "검찰은 이 사건이 단지 당원의 독단적 행동인지, 배후가 있는지 철저한 수사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조속한 시일 내 당내 진상규명TF를 꾸려,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응 조치를 할 방침이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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