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중앙당 후원회 부활, '거대 정당 vs 소수 정당' 누가 유리할까
입력: 2017.06.23 04:00 / 수정: 2017.06.23 04:00

정당 후원회를 통해 연간 50억 원까지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각 정당 홈페이지
정당 후원회를 통해 연간 50억 원까지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각 정당 홈페이지

[더팩트 | 오경희 기자] 2006년 3월 폐지된 '중앙당 후원회'가 11년 만에 부활한다. 정당 후원회를 통해 연간 50억 원까지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은 중앙선관위를 통하지 않고도 직접 중앙당에 자체 후원회를 설치해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앞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중앙당 후원회를 통해 연간 60억원, 시·도당 후원회를 통해 6억 원까지 모금할 수 있게 하자'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국회 상임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후원액을 (연간 50억 원·1인당 한도 500만 원)을 낮췄다.

정당 후원회 부활로 당장 각 정당의 유·불리에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진성당원을 다수 보유한 소수당의 자금줄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이 있는 반면 '구정치의 회귀'로서 불법정치자금 통로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 '차떼기 사건' 후 정당 후원금 모금 금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등 거대 정당이 대기업들에게 차떼기 방식으로 800억 여원의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2006년부터 정당을 통한 후원금 모금이 금지됐다./더팩트DB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등 거대 정당이 대기업들에게 '차떼기' 방식으로 800억 여원의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2006년부터 정당을 통한 후원금 모금이 금지됐다./더팩트DB

정당을 통한 후원금 모금은 2006년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금지됐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등 거대 정당이 대기업들에게 '차떼기' 방식으로 800억 여원의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의원이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원, 대통령·국회의원·당대표·광역단체장 후보만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으며, 정당은 선관위를 통해 '의석수 비율'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받도록 했다. 이는 불법 정치자금 관행을 근절하는 데 나름의 성과가 있었지만, 소수 정당이 뿌리 내리기 힘들게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하듯,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정당 후원금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정당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정당의 후원금 모금을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을 '2017년 6월 30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과거 정당 후원금 비중이 높았으나, '오세훈법'으로 돈줄이 막혔던 진보 정당은 법 개정을 서둘렀다. 노회찬 의원은 지난 4월 개정안을 발의하며 "정당이 국민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으로도 국민의 동의와 지지에 의존해야 한다"며 "정당이 후원자들에게서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밝혔다. 대선 정국에서 발의돼 주목받지 못했던 이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됐다.

◆ 소수정당 유리? 정치자금 '부익부 빈익빈' 심화?

정당 후원금 모금을 폐지하는 대신 각 정당은 선관위를 통해 의석수 비율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받도록 했다./더팩트DB
정당 후원금 모금을 폐지하는 대신 각 정당은 선관위를 통해 '의석수 비율'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받도록 했다./더팩트DB

일단 정당 후원회 부활로 의석수 비율에 따른 국고보조금 지급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거나 소외돼온 소수당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20대 국회의원 재적 299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20석, 자유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등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정당후원회 제도가 폐지되기 전인 2005년 정당 수입구조를 보면, 정당 후원금은 열린우리당 6억6000만 원, 한나라당이 2억7000만 원이었던 데 비해 민주노동당은 무려 55억 원이었다. 이는 진성당원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소수정당의 특성에 기인한 걸로 풀이된다.

<세계일보>가 2013년 8월 20일 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2011∼2012년 정당별 당비납부 현황'에 따르면 정당별로는 새누리당이 총당원 247만4036명 중 당비 납부 당원이 20만2722명으로 8.2%를, 민주당(옛 민주통합당)은 총당원 213만2510명 중 당비 납비 당원이 11만7634명으로 5.5%를 차지했다. 반면 당 정체성이 강한 군소정당은 상대적으로 진성당원 비율이 높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옛 진보정의당)은 당비 납부 당원이 각각 4만1444명(39.6%), 3783명(56%)으로 조사됐다. 녹색당더하기의 진성당원은 84.3%로 가장 높았고 진보신당연대회의도 57.5%에 달했다.

22일 국회 본회으를 통과한 정치자금법 개정안 주요 내용./의안정보시스템 의안원문 중 일부.
22일 국회 본회으를 통과한 정치자금법 개정안 주요 내용./의안정보시스템 의안원문 중 일부.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고 "일명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정당후원회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과잉입법이었다"며 "이번 정당후원회 부활로 각 정당이 보다 국민을 닮은,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됐고, 정당 간 건전한 정책경쟁 또한 활성화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수정당보다 수적으로 지지자가 많고 친(親)기업 성향의 보수 거대 정당에 후원금이 집중돼 소수정당과 거대정당 간 재정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노회찬 안'보다 정당이 모금할 수 있는 후원금 한도를 낮춘 것도 "정당이 후원금을 직접 모금하면 정경유착 위험이 여전하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정당들의 자정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안행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통과 뒤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정치자금 모금의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추가 입법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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