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한국당 추경 거부→참여 선회는…우원식의 힘?
입력: 2017.06.13 20:02 / 수정: 2017.06.13 20:02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13일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야3당이 이번 추경을 공무원 증원 추경으로 규정하고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 여야 간 갈등이 예상된다. /이새롬 기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13일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야3당이 이번 추경을 '공무원 증원 추경'으로 규정하고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 여야 간 갈등이 예상된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이 13일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각 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인사청문 정국과 각 당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현재 자유한국당·이용호 국민의당·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이번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편 등 향후 이런 주요 현안에 대해서 향후 긴밀히 협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국당의 거부로 '반쪽 심사'가 될 뻔 했던 추경안 심사는 이날 야3당의 합의로 열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야3당이 이번 추경을 '공무원 증원 추경'으로 규정하고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추경안 심사과정에서 여야 간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의 추경안 참여를 설득하며, 12일 한국당을 뺀 여야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추경안 심사 착수에 합의한 것처럼 발표된 것을 전면 부인했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의 '추경안 참여'를 설득하며, 12일 한국당을 뺀 여야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추경안 심사 착수에 합의한 것처럼 발표된 것을 전면 부인했다. /이새롬 기자

◆ 한국당, 추경 심사 거부에서 참여로 입장선회…여당 물밑 작업 성공?

이번 추경안 논란에서 흥미로운 점은 강경화·김이수·김상조 후보 사퇴 없이는 추경 심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퍼부었던 한국당이 '왜' 추경 심사 참여로 방향을 급선회했느냐 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안을 거부할 뚜렷한 명분이 없는 데다가, 인사청문과 추경 연계에 대한 반론을 피할 근거도 없다는 게 이유로 관측된다.

실제 여당은 "국민적 여론"을 명분으로 일자리 추경의 시급한 처리를 강조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해 "유능한 야당의 길로 가기를 충심으로 권고한다. 국회가 문재인 정부가 내민 손을 맞잡아 대승적 협력을 해야 한다"면서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3분의2가 일자리 추경이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국가재정법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서 4년 동안 세 번의 추경이 있었는데 늘 대량실업, 경기침체가 이유였으며 이번하고 다를 바 없다"면서 "자유한국당은 본인들이 여당일 때 내건 논리를 지금 와서 뒤집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정우택 한국당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추경안 심사 일정에 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 원내대표는 "여러 사항을 심의해서 결과적으로 결정해야 된다"며 "심의를 위해 여러 가지 의사일정을 짜야한다"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추경 심사는 물론이고 추경 통과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아니"라며 추경안 통과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하지만 단지 '여론' 때문에 추경안 심사 거부를 강하게 주장하던 한국당이 입장을 바꿨다고 보기엔 뭔가 부족하다. '여론' 때문이라면 추경안 심사 거부로 대여 공세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당이 돌연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뭘까.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의 '취중 읍소'가 정 원내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민주당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우원식 원내대표가 전날(12일) 늦은 밤까지 정우택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우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와) 취중진담을 나누며 인사청문 및 추경안 처리 통과에 협조해달라고 읍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일자리 추경의 처리를 위해 겉으론 '강경 어조'로 야당을 압박하면서도, 물밑으론 '달래는' 설득작업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당청 간 이견을 조율하며, '야당 설득'이라는 중책을 맡은 우 원내대표의 '노력'이 정 원내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인사청문 및 추경안 처리를 위해 야당을 설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인사청문 및 추경안 처리를 위해 야당을 설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국민의당·바른정당도 한국당 달래기 나서…한국당, 그래도 야당인 척

여당의 '물밑' 작업에 덧붙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야당들의 한국당 '달래기'도 한몫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전날(12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한국당을 뺀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추경안 심사 착수에 합의한 것처럼 발표된 것을 전면 부인했다.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합의는 사실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당을 포함한 바른정당, 국민의당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역시 "어제 회동에서는 추경이 국가재정법 요건에 미흡하다는 데 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어떻게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것인가를 잠시 언급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마치 합의되고 한국당을 빼고 하는 것처럼 발표된 것은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당은 추경안 심사 거부를 입장을 견지해 온 터라 심사 참여 입장으로 선회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며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청와대가 김이수·김상조·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국회운영이 원만히 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mj7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