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협치 난항' 文 대통령의 '연설 스킬'…PPT+스토리텔링
입력: 2017.06.12 14:00 / 수정: 2017.06.12 15:20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첫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성을 하며 여야의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PPT를 활용한 연설이 눈길을 끌었다./국회 방송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첫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성을 하며 여야의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PPT를 활용한 연설이 눈길을 끌었다./국회 방송 화면 캡처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역대 가장 빠른 시기의 시정연설이자 사상 최초의 추경시정연설이라고 들었습니다. 국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 하는 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이 꼬인 '여야 협치 정국'을 풀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첫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은 12일 여야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최근 야3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내각 1기 인사 검증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한 데 이어 추경안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 시정연설 무대에 오른 문 대통령은 PPT(PowerPoint, 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하는 보조 자료)를 활용해 일자리 추경의 필요성과 추경 예산의 쓰임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야당을 설득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약속했고, 이는 취임 후 '업무지시 1호'였다.

또한 감성에 호소한 '스토리텔링'으로 눈길을 끌었다. '취업난에 이력서 백장은 기본이 된 청년''실직과 카드빚으로 생을 등진 청년''과로사로 목숨을 잃은 우체국 집배원''인력난에 병가도 마음대로 못 쓰는 소방관' 등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문 대통령은 "이 분명한 사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맞서는 것이 국민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일자리 추경 예산 편성에 협력을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일자리 추경 예산 편성에 협력을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한 청년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입시보다 몇 배 더 노력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청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아들딸들이 이력서 백장은 기본이라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은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 그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모든 의원님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부상당한 소방관은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폐가 될까 미안해 병가도 가지 못합니다. 며칠 전에는 새벽에 출근한 우체국 집배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각종 경제지표'를 근거로 일자리 추경의 절박함과 시급성을 피력했다.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지속적인 소득감소 △도소매·음식숙박업 같은 서비스업의 마이너스 성장 등 소득불평등의 악순환 구조를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의 해법은 좋은 일자리 확충으로 인한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란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추경'과 관련해 야3당은 '추경안이 법적 편성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추경 심사에는 합의했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 상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거나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 ▲법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지출이 생겼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일자리 추경 예산 편성에 협력을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하기 전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일자리 추경 예산 편성에 협력을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하기 전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에 따른 11조2000억 원 규모의 예산은 세수 초과분 등으로 충당해 재정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문 대통령은 "다행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하다"며 "이에 정부는 올해 예상 세수 증가분 8조 8000억원과 세계잉여금 1조 1천억원, 기금 여유자금 1조 3000억원을 활용해 총 11조 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중심 추경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소방관 등 중앙과 지방 공무원 1만 2000명 충원)을 비롯해 △보육교사, 노인돌봄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2만4000개 일자리 확대 △중소기업청년고용지원제도 신설(2명 고용 시 1명 추가 고용 임금 국가가 3년 지원)로 5000명 추가 채용 등을 실행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여성의 일할 기회 확대를 위해 △출산 첫 3개월의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두 배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을 올해 예정한 지원규모보다 두 배 늘려 360개 신규 설치 및 어린이집 보조교사, 대체교사 등 5000명 충원 △새일센터 창업매니저 등 신규 배치 및 직업교육 과정 확대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미세먼지 측정 장치 설치 등의 예산을 배정했다.

또한 어르신 일자리 확대 방안으로 △노인 공공일자리를 3만개 확충 및 일자리 수당(월 22만원→월 27만원) 인상 △은퇴 어르신과 청년 공동창업 △치매안심센터 확대(전국 47개소→254개소) 예산을 책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일자리 추경 예산 편성에 협력을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일자리 추경 예산 편성에 협력을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이와 함께 지역 예산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 하수관거 정비 등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 △기초생활보장제도 수혜자 확대(4만1000가구) △스크린도어 안전보호벽 개선 △지방자치단체에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총 3조5000억 원)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다"며 국회와 정부, 여와 야, 공공과 민간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야를 향해 "이번 추경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어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한다"며 "정부는 국회가 추경을 확정하는 대로 바로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거듭 호소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등을 따로 만나 내각 인선과 추경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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