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당권도전' 홍준표, '바퀴벌레' 친박계와 '손' 잡을까
입력: 2017.06.11 10:04 / 수정: 2017.06.11 10:05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경상남도지사가 지난달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LA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경상남도지사가 지난달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LA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홍준표 전 지사가 '바퀴벌레'와 손을 잡을지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최대 관심자죠."

자유한국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가 최근 기자에게 "홍 전 지사와 친박계가 당 대표를 놓고 서로 뭍밑에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당내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당권 도전'에 나선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당내 지지세력이 필요하고, 사실상 당 대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친박계는 당내 세력화를 유지하기 위해 '손'을 잡을 것이라는 게 이 인사의 설명이었다.

실제 여의도 정치권에선 "홍 전 지사가 미국에서 귀국하기 전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에게 연락해 당 대표 선거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서청원 의원이 홍 전 지사에게 당 대표 선거를 도와줄테니 친박계 무력화 시도를 하지 말라"는 등 구체적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연대 위해 물밑 접촉?…양 측은 "사실무근"

과연 홍 전 지사는 "바퀴벌레"라고 칭한 친박계와 '손'을 잡을까. 양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연대설'을 일축했다. 홍 전 지사의 한 측근은 9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팩트가 아니"라며 "홍 전 지사는 이번 주 내내 전화기를 꺼놨고, 측근들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홍 전 지사는 누구에게 먼저) 전화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며 "(전화를 했더라도) 홍 전 지사가 먼저 (서 의원에게) 전화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 측도 <더팩트>에 "그런 일이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양 측이 극구 부인하는데도 '연대설'이 흘러나오는 것은 왜 일까. 홍 전 지사는 친박계를 등에 업고 당 대표에 무혈입성을, 친박계는 당내 지분을 확보하면서 청산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이해관계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사실 홍 전 지사와 친박계는 '견원지간'처럼 껄끄러운 관계다. 특히 홍 전 지사는 친박계를 '바퀴벌레'라고 칭할 정도로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당내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당내 주류세력인 친박계를 청산할 대상으로 지목하며 갈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홍 전 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도 구체제 기득권을 고수하려고 몸부림치는 세력이 극히 일부 엄연히 존재한다"며 "보수가 궤멸되는 줄도 모르고 자기 자신의 영달에만 매달리는 몰염치한 인사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청산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대상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친박계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쏠린다.

앞서 미국 체류 중이던 지난달 17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더니 감옥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했다"며 친박계를 원색적으로 비난했었다.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주류 친박계가 자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당권 투쟁에서 승리를 거머쥘지 주목된다. 사진은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왼쪽)·원유철 의원. /이새롬 기자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주류 친박계가 자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당권 투쟁에서 승리를 거머쥘지 주목된다. 사진은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왼쪽)·원유철 의원. /이새롬 기자

◆당내 지지세력 필요한 洪, 당대표 인물 없는 친박계…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홍 전 지사 측이 친박계를 공격하면서도 '손'을 잡을 수 있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의견이다. 친박계 중 '당대표'에 나설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과 '보수 진영'에서의 홍 전 지사 지지세가 만만찮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7~8%대에 머물던 지지율을 막판 뒷심을 발휘해 24%까지 끌어올리는 저력을 보여준 홍 전 지사는 대세론의 주인공이다. 친박계에 지분을 내어주고 당권을 거머쥐게 된다면 취임 이후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된 상황이라는 점도 친박계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직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칫 와해 위기에 놓인 친박계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수도권 5선 중진 원유철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다소 계파색이 옅어 '원조친박'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원내대표 시절에도 원만한 성격으로 계파 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던 그다. 홍 전 지사와 정면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친박계는 분명 홍 전 지사를 위협할 만한 조직력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숨을 죽이면서 영향력이 줄었지만, 여전히 주류로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세가 약한 홍 전 지사는 힘의 균형에서 밀릴 수 있어 친박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비춰볼 때 미국에서 정국 구상을 마치고 지난 4일 귀국한 홍 전 지사가 귀국 기자회견에서 당권 도전을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도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친박계를 의식해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홍 전 지사는 당 대표 취임 후 실권을 잡기 위해선 친박계와의 동거가 필수적이라는 게 여의도 안팎의 시선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9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친박계 원유철·홍문종 의원 등이 (당 대표에) 출마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자 하는 바도 있기에 홍 전 지사의 완전한 추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친박계는 수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 권력이 있거나 미래 비전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내 지분 요구하면서 홍 전 지사와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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