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공수 교대' 여야, 강경화 청문회서 '동물 방담'
입력: 2017.06.08 05:17 / 수정: 2017.06.08 05:17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국회=이효균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국회=이효균 기자

[더팩트ㅣ국회=오경희·서민지 기자] 9년 만에 '창과 방패'가 뒤바뀐 인사청문회장 풍경은 다소 어색했다. 지난달 10일 정권교체로 여당(자유한국당)은 야당이 됐고, 야당(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됐다. 공수가 바뀌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완전히 제 옷을 갖춰 입지 못한 모습이다. 이는 7일 열린 '슈퍼 청문회'의 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한날한시에 열렸다. 세 후보자 중 가장 '핫'한 인물은 강 후보자였다. '첫 여성 외교부 장관 발탁' 타이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5대 비리(병역면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중 병역을 제외한 의혹으로 야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를 '낙마 1호 인사'로 지목한 자유한국당은 청문위원으로 8선 서청원, 5선 원유철·이주영, 4선 최경환·홍문종·유기준, 3선 윤상현 등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진 의원들을 대거 배치하며 단단히 별렀다. 통상 거물급 의원들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지켜보며 '큰 그림'을 그리는 몫을 한다는 점에서 '강한 야당'을 내건 한국당의 의지가 읽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가운데 강 후보자가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효균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가운데 강 후보자가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효균 기자

실제 청문회 시작부터 야당은 공세를 폈다. 질의에 앞서 자유한국당 윤영석 의원은 자료제출 미비를 지적했고,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도 외교부 소속 공무원들의 퇴장을 요구하며 압박했다.

'공수 교대'를 실감케 한 장면은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입을 뗀 순간이었다. 초재선이 아닌 중진인 최 의원이 직접 공격수로 나선 점과 지난 정권에서 치른 인사청문회 당시 '호위무사'로 활약했던 구여당 의원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생경한 장면이다.

최 의원은 강 후보자를 상대로 '어머니가 거주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연립주택을 매도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과 '배우자와 장녀가 부산 해운대의 부동산을 구입하며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 '두 딸 명의로 구입한 거제도 땅과 주택 투기 의혹' 등을 거론하며 집중 추궁했다.

최경환(오른쪽) 의원과 이주영 의원이 이날 오후 속개된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정회된 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열공 중이다./국회=서민지 기자
최경환(오른쪽) 의원과 이주영 의원이 이날 오후 속개된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정회된 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열공' 중이다./국회=서민지 기자

이어 같은 당 유기준 의원도 같은 의혹을 제기했고, 이주영 의원은 "논문표절 의혹을 인정하라"며 강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최 의원은 오후 속개된 청문회가 정회된 후에도 이 의원과 함께 자리에 남아 청문회 준비에 매진하기도 했다.

친박계 맏형인 한국당 서청원 의원도 "현 정권의 인사배제 5대 원칙 중 최소한 3가지 이상 위법"이라며 "여기 의원님들은 '우리가 야당이 되니까 여당할땐 가만히 있다가 지금 엄정한 잣대를 대느냐'는 말을 할 것 같은데, 우리는 여당일때도 사전 사퇴하는 검증까지 했다는 것을 아시고, 강 후보자와 관련해 지금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총리께서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옷을 갈아입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외교부 장관으로서 강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검증에 주력하며, 제기된 의혹에 대한 충분한 해명 기회를 줬다. 역대 정부 인사들의 청문회때마다 구야당으로서 '송곳 검증'에 나서며 야성(野性)을 발휘했던 여당 의원들 역시 '적극 방어 모드' 전환이 쉽지 않아보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요청에 따라 외교부 관계자들이 외통위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요청에 따라 외교부 관계자들이 외통위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양측의 상황은 청문회 정회 직후 오간 여야 의원들의 대화에 그대로 묻어났다. 앞서 질의시간에 "여당 의원들이 검증을 하려는 건지 치어리더가 되려는건지"라고 꼬집은 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청문위원석에서 일어서며 "옛날에 호랑이던 양반들이 왜 이렇게 고양이가 됐느냐"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설훈 의원은 "양이지 뭐. 양. 거물들이 야당이 됐으면 정책질의를 해야지"라고 웃으며 받아쳤다.

이어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도덕성 질의는 초재선이 하는 거죠. 질의할 기회를 안줘 기회를…."이라고 말했고, 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아니, 야당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웃음)"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자, 같은 당 이주영 의원도 "우린 야당하는 거 잘 몰라"라고 동조했다. 홍 의원은 "그러니까요. 설훈 의원 말하시는 게 양같이 되셨습니다. 고양이가 뭐야 순한 양이 됐지. 여당해보면 알아요. 어떻게 해야하는지. 옛날에 (지금 여당이 야당일 때) 이렇게 했었으면 우리가 덕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7일 오전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7일 오전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과 9년 만의 여야 공수 교대, 그리고 5당 체제', 이전보다 복잡한 셈법의 고차방정식 속에서 각 당의 '제자리 찾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호랑이든 고양이든 양이든, 동물의 세계나 인간 사회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된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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