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체크] 4대강 보 '찔끔' 개방, MB정부 '책임면피용'?
입력: 2017.06.06 08:56 / 수정: 2017.06.06 13:11

문재인 정부가 녹조발생 우려가 높은 낙동강과 금강 등 4대강의 6개보를 지난 1일부터 상시개방한 가운데 지난달 23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 수문이 닫혀 있다. 함안보는 녹조현상 및 강바닥 오염 등의 문제가 집중 제기돼 왔다./문병희·이덕인 기자
문재인 정부가 녹조발생 우려가 높은 낙동강과 금강 등 4대강의 6개보를 지난 1일부터 상시개방한 가운데 지난달 23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 수문이 닫혀 있다. 함안보는 녹조현상 및 강바닥 오염 등의 문제가 집중 제기돼 왔다./문병희·이덕인 기자

[더팩트ㅣ오경희·윤소희 기자] '4대강 녹조라테'는 사라질까.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4대강 녹조 저감을 위해 낙동강의 고령보·달성보·창녕보·함안보,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등 6개 보를 상시개방했다.

이는 녹조 발생 등 수질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4대강 보'가 지속적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MB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으로, 16개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둬놓다 보니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발생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6개 보 개방으로 '녹조 줄이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모내기철인 것을 고려해 '농업용수 이용에는 지장이 없는 수위'인 1단계까지 개방했다. 평균 0.26m, 시간당 2~3㎝ 수준으로 수위를 낮췄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4대강 보 개방 조치에 대해 '하나마나'한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적 판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무부처의 좀 더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 결국 MB 정부의 4대강 사업 명분에 힘을 실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더팩트>는 4대강 보 개방을 둘러싼 궁금증을 '팩트체크'로 풀어봤다.

√FACT 체크1=22조원 투입한 4대강, 수질 '최악'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9년 22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형 녹색 뉴딜 사업인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더팩트DB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9년 22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국형 녹색 뉴딜 사업인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더팩트DB

4대강 사업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녹색 뉴딜 사업으로, 22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 대하천 정비작업이다.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을 준설하고, 친환경 보를 설치해 하천의 저수량을 대폭 늘려 하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게 사업 명분이다.

MB정부 당시 진행된 4대강 관련 1차 감사에서 감사원은 "환경영향평가, 타당성 평가, 문화재 조사 등 모든 절차가 이행됐고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2013년, 2차 감사에서는 "수질관리에 있어서 잘못된 예측으로 수질 악화과 우려되며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1차와 상반된 결과를 내놓아 논란을 빚었다.

2차 감사 결과를 반영하듯, 한강과 낙동강 일대에는 맹독성이 있는 녹조현상이 일어났다. 2015년 12월 '4대강 사후 피해 모니터링과 지역주민 삶의 변화' 토론회에서 일본 국립신슈대 물질순환학과 연구진은 "이른바 '녹조라테'로 불리는 4대강의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현재 낙동강에서 발견되는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최대 400ppb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400배에 해당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가톨릭관동대 토목학과 박창근 교수는 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 (녹조현상 및 강바닥 오염 등의 문제가 집중 제기된) 함안보인 경우 수질이 4급수로 떨어졌다"며 4대강의 수질 오염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수질은 총 5등급으로 나뉘는데, 4등급은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는 수질이다. 최근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가 금강과 낙동강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FACT 체크2=평균 0.26m 수위론 "형식적 조치"

6개 보 개방 수위는 모내기철인 것을 고려해 농업용수 이용에는 지장이 없도록 한 수준에서 정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문병희·이덕인 기자
6개 보 개방 수위는 모내기철인 것을 고려해 농업용수 이용에는 지장이 없도록 한 수준에서 정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문병희·이덕인 기자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개방대상 6개 보에 대한 개방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수차례 현장조사와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쳤다. 그 결과, 개방 수위는 낙동강 강정고령보 1.25m, 달성보 0.5m, 합천창녕보 1m, 창녕함안보 0.2m 수준으로 금강 공주보는 0.2m, 영산강 죽산보는 1m 낮추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평균 0.26m의 수심을 낮춘다.

개방 수위는 모내기철인 것을 고려해 농업용수 이용에는 지장이 없도록 한 수준에서 정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관계자는 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수위를 낮춰 물의 체류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더 많이 줄여야 하는데 농번기에 농업용수를 사용하는 등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못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위를 크게 낮추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경상대 해양식품생명의학과 정우건 교수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장 작은 효과는 나타나겠지만, 조금 수문을 개방했다고 해서 녹조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 역시 "함안보 같은 경우 수심 6m에서 20㎝(0.2m) 밖에 수위가 낮아지지 않는데, 수심에서 보면 30분의 1이 낮아지는 것이고, 연속방정식에 따르면 유속이 30분의 1만큼 증가된다. 그러나 이는 공학적으로 보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결국은 수문을 열어라 하니까 말 그대로 형식적으로 여는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FACT 체크3=농업용수 공급, 차질 빚나

일부 4대강 찬성단체와 농민들은 보 개방으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문병희·이덕인 기자
일부 4대강 찬성단체와 농민들은 보 개방으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문병희·이덕인 기자

일부 4대강 찬성단체와 농민들은 보 개방으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면 농업용 양수장 취수구가 물밖으로 나오게 돼 농업용수 공급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 역시 "다가올 농번기에는 (취수구가) 물에 잠겨있을 정도까지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 측은 "애초 설계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신재은 팀장은 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하한수위까지 내렸을때까지 취수시설에 문제가 없었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설계되지 않은 것"이라며 "예비비든 추경이든 해서 양수시설을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문제는 농업용수에 차질을 빚느냐 마느냐 이전에 녹조가 생긴 이상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종석 부장은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가뭄이 심해서 일부 농민들이 보를 열면 안된다는 말을 하시지만 저희 입장에선 탄력적으로 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그런 입장들은 4대강 개발에 찬성했던 쪽에서 터뜨리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향후 농업용수 취수와 관련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고 보강방안을 마련하면 완전개방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전에도 대부분이 보가 없더라도 농업용수를 취수했기 때문"이란 견해를 나타냈다.

√FACT 체크4="대통령은 굿, 문제는 공무원 조직"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완전개방은 어렵지만 장기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한다./문병희·이덕인 기자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완전개방'은 어렵지만 장기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한다./문병희·이덕인 기자

4대강 보의 '찔금 개방' 이면엔 MB정부에 몸담았던 공직사회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신재은 팀장은 "국토부와 농림부, 환경부 등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장본인인 정부부처들은 전 정부에서 '필요하다'고 했는데 정권이 바뀌어서 말을 바꿔 '필요하지 않다'고 스스로 말하는 게 힘들 것이다"며 "대통령은 정책 방향을 잘 잡았지만, 공무원 조직이 본인들이 해온 과오가 있어서 책임자가 뭘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금 수준의 보 개방으론 한달이나 두 달 후에 '녹조 저감 효과가 없다'라는 잘못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엔 녹조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수문을 열었는데도 녹조가 증가했다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정부부처 인사 등) 한쪽 진영에서 할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16개 보 완전개방'이 답일까. 박 교수는 "지금 완전개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보다 장기적이고 전반적으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개방을 진행할 게 아니라, 각 강과 지역의 특성을 하나씩 보고 그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러 조사를 통해 몇 군데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들고 다른 곳에 적용 및 보완해서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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