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상조 임명강행? 철회?…'딜레마' 빠진 文 정부
입력: 2017.06.03 08:21 / 수정: 2017.06.03 08:2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문병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야당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공세를 폈지만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야당이 김 후보자를 '낙마 대상'으로 정한 만큼, 향후 임명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두 차례의 위장전입, 아들 군복무 당시 보직특혜, 배우자 부정취업 및 세금탈루, 논문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등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논문표절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 배제 원칙'에 해당하는 만큼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각종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도 이날 청문회에서 '결정타'는 나오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다운계약서 작성 등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고, 근거가 부족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의혹들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될 지는 미지수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서다.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논문표절 등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 배제 원칙'에 해당하는 의혹들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야당의 평가다.

'위장전입' 건에 대해 '송곳 검증'에 나섰던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가 끝날 무렵 <더팩트>와 만나 "김 후보자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은 알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이 갖는 지위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감은 남다르지 않나"라며 "경제검찰의 수장이기 때문에 도덕성이 기반되지 않으면 지휘력에 면이 안 서니까 '5대 비리'에 주안점을 두고 철저한 검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도 "제기했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게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두 의원은 '문자 폭탄' 등에 시달려 개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는 "청문회가 끝나고 지도부, 당 의원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공식적인 입장은 내일 오전 중 당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무위 국민의당 간사인 김관영 의원 역시 <더팩트>에 "철저하게 검증을 한 것을 바탕으로 당의 입장을 정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개인적으론 의혹 해소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부인의 공립고교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를 했던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제학자로서, 시민활동가로서는 존중한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자격은 다르다. 문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말한 인사 검증 기준에 걸려 있다. 나라다운 나라 공정, 정의 등을 말했는데, 특히 '부인 특혜 의혹'은 직접적으로 위배되는 것 아니냐. 자격 미달인데 채용됐고, 더 높은 점수를 받은 2명이 떨어졌다. 촛불혁명의 시초가 됐던 정유라 이대 학사비리와 같은 맥락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병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병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 '협치'와 '재벌개혁' 딜레마

야당이 김 후보자 '낙마'를 위해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부의 상징인 '재벌개혁'과 '협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한 장관급 후보자는 국회 인준 절차가 필요한 국무총리·대법원장·감사원장 등과 달리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당시 여소야대 구도에서 '협치'를 강조했기 때문에 무작정 밀어붙이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미 이낙연 총리 인준 국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여야정협의체'에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혀 문재인 정부의 '협치'는 정권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반발 속에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는 여야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고 향후 정국은 더욱 꼬일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의 임명강행이 야당의 반발을 부채질해 역풍을 맞은 사례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가 2014년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한 부적절한 처신과 발언, 이에 대한 야당의 파상 공세로 결국 윤 전 장관을 해임한 바 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인 '재벌개혁' 정책이 좌초될 수 있어서다. 김 후보자 발탁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따라서, "결정적인 낙마 요인이 없다"는 점을 들어 임명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 노트북 앞에 특혜취업,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OUT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문병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 노트북 앞에 '특혜취업,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OUT'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문병희 기자

한편 야당은 각 당의 지도부 상의 및 의원총회를 거쳐 3일 중으로 김 후보자 청문회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회 정무위는 오는 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mj7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