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여성의원은 서포터스?' 국회 진입장벽 존재 이유
입력: 2017.06.02 17:30 / 수정: 2017.06.02 17:30

임기 초 문재인 정부가 여성 인사들을 청와대 핵심 요직에 기용하는 가운데 20대 여성국회의원은 역대 최다지만, 여전히 국제평균에 못 미치는 등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더팩트DB
임기 초 문재인 정부가 여성 인사들을 청와대 핵심 요직에 기용하는 가운데 20대 여성국회의원은 역대 최다지만, 여전히 국제평균에 못 미치는 등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더팩트DB

[더팩트ㅣ오경희 기자] 임기 초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핵심 요직에 여성 인사들을 잇따라 기용해 '파격 인선'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정운영 파트너인 국회엔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여성의원 비율은 국제평균에 못 미치고, '여성 대표성' 확보는 미미한 수준이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여성 국회의원은 지난 2004년(17대)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제' 도입 이후 소폭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5.9%(16대)→13%(17대)→13.7%(18대)→15.7%(19대)로 점차 늘었고, 20대는 17%(51명)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대를 기준으로 정당별로 보면 지역구(26명)는 더불어민주당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새누리당 6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 등이었다. 비례대표(25명)는 새누리당 9명,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각 7명, 정의당 2명이었다. 국제의원연맹 회원국의 평균 여성의원 비율은 22.7%로 우리나라보다 5.7%포인트 높다.

주목할 점은 지역구 선거 여성후보 공천율이다. 934명 중 98명으로 10.5%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은 248명 중 16명 (6.9%), 더불어민주당 234명 중 25명(10.7%), 국민의당 171명 중 9명(5.3%), 정의당 51명 중 6명(11.8%)으로 어느 정당도 지역구 30% 여성할당제를 이행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47조 3항에는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 50%, 지역구 30% 여성할당이 명기돼 있다. 그러나 강제이행조치는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52조에 비례대표 50% 여성할당과 순번 위반 시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무효화하는 강제이행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민트색 자켓과 흰 바지 등 비슷한 의상을 착용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새롬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민트색 자켓과 흰 바지 등 비슷한 의상을 착용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새롬 기자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해 7월 16일 '여성의원 30% 실현을 위한 정치개혁 방안'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에 대해서도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의 강제이행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키지 않을 경우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등록을 무효화하거나 선거보조금을 삭감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지역구 국회의원 및 시·도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30% 이상을 반드시 여성으로 추천토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같은 해 9월 비례대표 후보자의 여성 추천 비율과 공천 순위를 위반할 경우 후보자 등록을 무효화하는 법안도 내놨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모두 소관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여성의원들이 진입장벽을 뚫고 국회에 진출해도 상임위원회 활동이 일부에 편중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전통적으로 여성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은 사회복지와 교육, 보건, 가족 문제 등에 편중돼 있다.

법률안·예산안·결의안·청원 등을 심사하기 위한 18개 상임위원회 중 20대 국회서 여성의원에게 돌아온 상임위원장직은 18석 중 단 2석에 불과했다. 당연직인 여성가족위원장을 빼면 사실상 여성 상임위원장은 김현미 예결위원장 1명이었다. 두 명 모두 민주당 의원으로 새누리당은 여성에게 상임위원장직을 내주지 않았다. 16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여성 상임위원장은 1명(5.9%)에서 최고 3명(18.8%) 수준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년 발간한 '여성 국회의원 증가에 따른 국회 성 인지성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재정, 외교통상 등 재정적 우선순위 결정과 국가 어젠다 형성과 관련된 위원회에서는 여성 대표성 확보가 미미하다"며 "여전히 특정 위원회에 여성 의원의 참여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가운데,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표결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가운데,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표결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장수 여성의원'이 적다는 점도 한계다. 상임위원장직 선출 기준은 '3선 이상'으로, 이 요건을 갖춘 여성 의원들이 많지 않다. 300명 당선자 중 남성의원인 경우 최다선 8선(서청원)이고,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반면, 여성의원(51명)은 최다선이 5선으로 1명(추미애) 뿐이다. 이어 4선 2명(박영선·나경원), 3선 6명 (김상희·김영주·김현미·박순자·심상정·이혜훈), 재선은 8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초선 비례대표가 다수를 차지한다.

3선의 이혜훈 의원은 지난 2013년 '중앙선데이' 대담 인터뷰에서 "남성 정치인에겐 들이대지 않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공천에서 배제한다. 독자적인 정치인으로 대우하기보다 보조 수단, 서포터스 정도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 정치인이 서포터스의 위상을 벗어나 자기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것 같으면 제거하는 문화가 있다. 바른 소리하고 자기 길 걷는 여성 정치인을 세다, 독하다고 표현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희정 전 의원은 "무턱대고 여성에게 할당하라고 하면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여성이어서 무임승차한다는 관점은 안 된다. '왜 여성이 많아져야 되는가'에 대한 공감이 중요하다. 여성이 절반이니 절반까지 가는 게 자연스럽고, 여성이 잘하는 분야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65개 회원단체와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새 정부는 대통령의 약속대로 임기 내 행정부에서의 남녀동수내각을 반드시 실현해 그 영향이 정치와 민간부문의 '남녀동수 대표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비단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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