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이게 다 야당 때문"...국회의원 출마자격을 강화하자
입력: 2017.06.02 06:44 / 수정: 2017.06.02 08:56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더팩트DB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더팩트DB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 병역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사람은 국회의원 직에 출마할수 없게 한다면 국민들은 좋아할까.

지난해 12월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군 출신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병역의무 기피자는 선출직 공직자 후보로 나올 수 없도록 피선거권을 제한하자"며 공직선거법 개정안(의안번호 4517)을 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그 대상이다.

병역 의무를 '제대로'이행하지 않은 이들은 분단국가 상황에서 선출직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당시 새누리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출마를 막으려는 '황교안 저지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정치적 저의가 있는 '표적 입법'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이에 "개정안은 합법적 병역 면제자들이 아니라 법률체계를 악용해 의도적으로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돈이나 힘이 있는 사회 지도층들이 합법을 가장해 병영의무를 교묘히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김 의원의 개정안은 한 번 쯤 진지하게 고려할 만한 법안이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에서 귀국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강경화 후보자는 자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에 관해선 청문회에서 소상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임세준 기자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에서 귀국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강경화 후보자는 자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에 관해선 청문회에서 소상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임세준 기자

# '내로남불'은 집권층 보도는 아니다. 개혁이 보수를 따라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가 정부 출범 21일 만인 지난달 31일 임명됐다. 역대 정부 가운데 최단 기간 초대 총리 임명 기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더 낮은 자리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낮은 총리'가 되고 싶다"고 취임식에서 강조했다.

'가장 낮은 총리'의 인준과정은 의외로 험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고위공직자 배제 5대 인선 원칙'의 화살이 이 총리를 비켜가지 않았다. 이 총리 부인의 위장전입 팩트는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한국당은 결국 이 총리 수용불가 당론하에 인준표결에 불참했고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대승적 차원에서 인준 절차에 협조했다.

이낙연 총리의 인준은 개인의 정치적 역량과 식견, 호남출신이라는 지역적 안배 등으로 일단 국회 시험대를 통과했지만 부처 장관 후보들의 인사청문회도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병역면탈·부동산 투기·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표절' 등 인선 배제 5대 원칙에서 후보자 마다 사안별로 100% 자유롭지는 않을 것 같아서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인사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야당과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가 인사 정책의 실용적 기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총리 인준 보이콧에 나선 한국당은 강력한 대여 투쟁을 선언하면서 향후 고위 공직자들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원칙적으로 야당의 ‘칼날 검증’은 더욱 예리해야 한다. 집권여당의 일방적 독주와 전횡이 있다면 일차적으로 이를 제어하는 책무는 야당에게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민의의 대변자이다. 보수와 개혁의 정치 이념적 성향을 떠나 의원은 국민의 소금이 되고, 지팡이가 되고, 촛불이 돼야 한다. 임명직이 아니라 선출직이기에 더욱 민심의 바다에서 항해를 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당의 ‘여야정 협의체’ 불참 등의 대여 강경 대치를 무작정 비난해서는 안 된다.

시쳇말로 ‘내로남불’이 집권층의 보도는 아니지 않은가.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나도 위장 전입자다"라는 패러디와 주장이 현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엄연한 실정법 위반(혐의)의 허물을 모두 모른척 하거나 덮어줄 수는 없다.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왼쪽에서 네번째)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의원들을 예방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왼쪽에서 네번째)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의원들을 예방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 고위공직자 인선원칙과 국회의원 출마자격을 연동시키면 어떨까.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중에 누가 더 완벽한 도덕성을 갖춰야 할까. 국민의 '공복'과 '대변자'인 만큼 두 직업군(?)을 도덕의 잣대로 우위를 가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국민의 일꾼으로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사명감이 투철해야 함은 양측 다 당연하다.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이 총리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원들 대상으로 신상털기식 공세에 나선 배경에도 이같은 양시론(경우에 따라서는 양비론)이 작동했을 지도 모른다.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힐난하는 의원에게 "당신은 문제가 없냐"며 위장전입 전수조사를 벌이자는 온라인상의 움직임은 어찌보면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전장에서 오십 걸음을 도망친 군사가 백 걸음 도망친 군사를 비웃는 '오십보 백보' 논쟁같은 작금의 흐름은 결코 자랑거리는 아니다.

개혁정부 시대라면, '뒤로 후퇴한' 오십보 백보 논쟁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오십보 백보 논쟁이 요구된다는 게 개인적 소견이다.

그 일환으로 차제에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출마자격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작업도 진행하기를 바란다. 고위 공직자들 인선원칙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법적 기준을 만들어 인사청문회에서 그들의 송곳 검증이 한층 정당성을 얻고 꼿꼿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일본의 제1 야당 민진당이 지난 5월 초 '색다른' 공천기준을 발표했다. 국회의원 세습을 제한하기 위해 3촌 이내 친촉이 같은 선거구에서 연속 출마하는 경우를 안정하지 않을 방침을 정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민진당은 현직 의원이 은퇴하거나 사망한 직후 치뤄지는 선거에서 배우자나 자녀 외에도 조카등 3촌 이내 친촉이 같은 선거구에 입후보할 경우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선출직 공직자의 세습 권력화를 차단하기 위해 공천과정에서부터 거름막을 치겠다는 의도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해 홍역을 치뤘던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이 근래 재점화되는 듯한, 여전히 뒤로 물러서는 오십보백보의 정치극화를 연출중이다.

새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선원칙이 마련되고, 나름 여야가 인정할 수준이라면 이를 국회의원 출마기준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개헌 논의가 진행되는 마당에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기준도 국민 정서와 사회 현실성에 적합한 지 따져봐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과 사명감을 강조하는 선거법 개정은 언제라도 환영을 받는다.

sunmoon41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