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서초동=변동진 기자] "'애초 정말 친한 사이였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사건을 떠나서 씁쓸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40년지기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법정에서 눈길 조차 주고받지 않은 광경을 본 20대 남성 방청객이 이 같이 말했다. 반면 같은 장소에 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 50대 여성은 "(박 전 대통령은) 원래 올곧은 사람이라 정면과 문서만 봤을 뿐"이라고 반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9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첫 병합재판은 지난 23일 박 전 대통령의 1차 공판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40년지기로 알려졌지만, 국정농단과 탄핵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사이가 틀어졌다는 게 정계와 법조계 중론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법정에서 변호인과 적극 논의하면서도 서로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증인을 바라보는 등 정면만 응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40년지기 최순실 씨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 눈길 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
◆방청객,"박근혜·최순실 변호인들과 대화만…가끔 고개 숙이기도
서울 노원구에서 온 20대 남성은 "박 전 대통령은 법정 안에서 변호인들과 대화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증인심문 때 보는 정도였다. 가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면서 "변호인들과 대화를 더 많이 했던 사람은 최 씨이다. 둘이 아예 눈도 안 마주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년지기가 눈길 조차 주지 않은 상황을 본 소감에 대해 "애초에 정말 친한사이였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며 "(두 사람이) 너무 돌아서버리니 사건을 떠나서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30대 여성 방청객 역시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많이 숙이고 있었고, 최 씨는 정면을 응시했다"면서 "둘 모두 무덤덤한 표정이었지만, 대화를 나누거나 눈을 마주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바닥을 응시한 채 3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박근혜 지지자 "박근혜 전 대통령 성품 올곧아…원래 주위 둘러보지 않아"
그러나 본인이 박 전 대통령 지지라고 주장한 두 명의 50대 여성 방청객은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성품이 올곧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원래 품행이 주위를 둘러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항상 올곧고, 그냥 정도(正道)만 간다"며 "똑바른 걸 알고, 이렇게 지저분한 뇌물죄에 엮일 사람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나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덧붙여 "앞만 보고 계신다. 그리고 자료도 열심히 보신다. 우리도 눈을 마주치면 힘을 주는 행동을 하고 싶은데 일체 방청석에 시선을 안 주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29일 박근혜·최순실 뇌물혐의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한 이유는 "청와대 뜻"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남윤호 기자 |
한편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한 것'과 관련 "당시 친분이 있던 전문위 위원 박모 교수에게 이를 문의했고, 박 교수도 이해가 안돼 알아보니까 '청와대 뜻'이라고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