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 구속기소)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오는 31일 오후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다. 지난 1월 1일 덴마크 북부 올보르 현지 경찰에 체포됐으니 약 150여 일 만이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최순실(61, 구속기소)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오는 31일 오후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합니다. 지난 1월 1일 덴마크 북부 올보르 현지 경찰에 체포됐으니 약 150여 일 만입니다.
정 씨는 체포 직후부터 지금까지 덴마크 올보르에 있는 구금소에 수감돼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정 씨가 지난 24일 돌연 한국 송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제기했던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덴마크 검찰은 이 사실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알렸습니다.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정 씨가 돌연 항소를 포기하고 한국행을 선택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자가 덴마크 현지에서 정 씨를 취재했던 경험이나 이후 상황을 보았을 때 절대 귀국하지 않을 것 같던 태도였는데 말입니다.
당시 정 씨는 변호사를 고용해 어떻게든 한국행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몰려드는 취재진에 정 씨를 돕던 조력자들은 새벽 급히 짐을 빼 이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체포 직후 "한 푼도 없다"던 정 씨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조력자들이 버리고 간 침대는 천만 원을 호가했습니다. 물론 정 씨는 이런 보도로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정 씨자 지난 1월부터 구금된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 전경. /배정한 기자 |
이랬던 정 씨가 드디어 30일 코펜하겐에서 비행기에 올라 31일 오후면 한국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필자도 보름간 취재 후 한국으로 돌아올 때 정 씨와 같은 노선으로 왔습니다. 정 씨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중앙지검으로 가서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정 씨의 조사 내용에 따라 최 씨나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등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되기도 합니다. 정 씨가 이른바 어머니 최순실 사태에 대해 많은 내용을 알수 있다는 전제에 따른 겁니다. 여기에 정 씨의 럭비공 같은 성격을 감안할 때 어떤 돌발 변수, 폭탄 발언이 터져 나올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에서 입니다.
정 씨는 '박근혜·최순실·이재용' 재판 등에서 유일하게 조사를 받지 않은 인물입니다. 정 씨가 이 사건의 마지막 퍼즐일 수도 있습니다. 정 씨의 한국행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 씨가 체포됐을 당시만 해도 장미대선 등은 예측 가능 한 이야기였을 뿐, 현실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 씨는 귀국을 최대한 늦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은 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당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올보르 국립대학교 법과대학 나스 보 란스테 교수는 지난 1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정 씨의 국내 송환과 관련해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씨는 예상대로 6개월도 채우지 못한 채 31일 국내에 도착한다. /배정한 기자 |
이후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했고, 적폐청산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정 씨가 버텨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 정 씨의 귀국을 앞당긴 요인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등법원에서도 한국 송환을 뒤집을 수 없다는 판단이 가장 직접적이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문입니다. 필자는 지난 1월 올보르 국립대학교 법과대학 나스 보 란스테 교수를 통해 정 씨의 국내 송환과 관련해 인터뷰한 바 있습니다. 당시 교수는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 씨가 한국 송환을 불복해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최장 6개월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어떤 변호사도 정 씨의 송환(거부)문제를 계속 담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고법원에서 결정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재판은 정 씨의 귀국으로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노승일 전 K 스포츠재단 부장은 한 방송에서 정 씨를 누구도 쉽게 제어하기 힘들고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럭비공'으로 비유한 바 있다. /임영무·문병희 기자 |
그러면서 "덴마크 변호사라면 정 씨 문제를 계속 이어갈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정 씨는 계속해서 이의신청을 하려 하겠지만,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씨는 아마도 현지 변호인을 통해 고등법원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조언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정 씨의 나이가 21세인 점을 고려할 때 타국에서 아이와 떨어져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정 씨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터졌을 당시 "백(배경)도 실력이야"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한국행을 거부한 채 외국에 체류했습니다. 본인은 국정농단 사건과 무관하다는 듯이 말입니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재판은 정 씨의 귀국으로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노승일 전 K 스포츠재단 부장은 한 방송에서 정 씨를 "럭비공"으로 비유한 바 있습니다.
노 전 부장은 "정유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수준이다. 툭 건드리면 이 친구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라며 귀국 후엔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노 전 부장은 실례로 정 씨가 고등학교 시절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부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밝히겠다고 해 난리가 난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럭비공 같은 정 씨가 과연 검찰 조사에서 어떤 말을 할까요. 적지않은 이해관계자들은 아마 가슴 졸이며 '그 시간'을 걱정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