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딸사진 보내며 "밤길 조심하라"…野, 문자폭탄에 섬뜩
입력: 2017.05.26 04:00 / 수정: 2017.05.26 11:08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이젠 딸내미 사진까지 찾아서 밤길 조심하라고 해요."

25일 오후 5시께 정회된 이낙연 국무총리 청문회. 연일 이어지는 '문자폭탄'에 야당 의원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하소연을 하며 퇴장합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전날 페이스북에 '문자폭탄'에 대한 힘듦을 토로한 김 의원에게 일부 시민들이 딸과 가족사진을 찾아내 보내며, "밤 길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좀전에 열심히 300건 정도 지웠어요. 문자 뿐만 아니라 친구로 등록 돼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카톡도 옵니다. 페이스북도 난리입니다. 악플이 엄청나게 달렸습니다. 눈 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새벽에 전화도 오고. 그 친구들이 잠을 안 자더군요. 완전히 야행성입니다. 밤에 주로 문자가 계속 와요. (청문회) 질의할 때 부담이 된다기 보단, 가족 신상까지 언급되면 솔직히 섬뜩하죠."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문자폭탄에 대해 하소연 했다. 사진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4일 오전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과 김 의원.(왼쪽부터) /이새롬 기자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문자폭탄'에 대해 하소연 했다. 사진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4일 오전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과 김 의원.(왼쪽부터) /이새롬 기자

김 의원은 전날(24일)부터, 이날까지 모두 2500여 통의 '항의 문자 및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또, 김 의원이 전날 올린 "'문자폭탄'에 뜨겁습니다. 무조건 잘 된 인사라고 용비어천가를 불러야 합니까"라는 내용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도 비판하는 댓글이 700여 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주로 "문자폭탄도 국민의 목소리"라는 주장과, "자제하라"는 내용이 맞섰습니다.

김 의원 뿐만이 아닙니다. 청문회 질의 1번이었던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작과 동시에 후보자에게 "밤새 잘 주무셨느냐. 밤새 문자폭탄 때문에 잠을 못 잤다. 욕을 하도 먹어 배가 부르다. (문자를 보내온 사람들이) '당신 아들은 어떠냐'고 묻던데 저와 두 아들은 현역 만기 제대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문자폭탄'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아픈 치부를 드러내야 했던 의원도 있습니다. 경대수 한국당 의원은 "어제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많은 국민께서 인사청문위원인 제게 수많은 문자를 보내 질타를 계속 하고 계신다. 청문회장에서 청문위원 개인 신상을 밝히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인사청문회의 공정성과 책임성 그리고 제대로 된 후보자 검증을 위해서라도 제 개인 신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면서 아들의 병역문제와 관련해 해명했습니다.

25일 야당 의원의 페북에 달린 항의성 댓글. /김광수 의원 페이스북
25일 야당 의원의 페북에 달린 항의성 댓글. /김광수 의원 페이스북

경 의원은 "제 아들은 뇌파의 경련성 질환인 간질이 있다. 객관적 진료기록을 통해 면제됐다. 2000년 발병해 당시 8살부터 10여년이 넘는 동안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뇌파 검사를 반복해서 받았고 모르핀을 복용했다. 지금까지도 늘 재발 위험에 마음을 졸여왔다. 이번 일로 충격을 받은 아들이 재발하지 않을까, 해당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결혼 등에 피해를 받지 않을까 마음이 무겁다. 아버지로서 건강한 신체를 물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고 장내 분위기는 숙연해졌습니다.

야당 의원들의 '문자폭탄' 하소연이 이어지자, 취재진들도 레이더망을 좁혔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도중 휴대전화를 보고 '웅성웅성'하면, 이를 찍기위해 취재진들이 우르르 모여 장내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김성원·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은 다른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취재진에 문자를 보여주는 제스쳐를 취했고, 해당 의원의 휴대전화를 찍으러 몰려든 것입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다른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는데 장내가 소란스러워서 되겠느냐"면서 정성호 위원장에게 장내 정리를 촉구했고, 급기야 정 위원장이 제지에 나섰습니다. 정성호 위원장은 "옆에 의원님들 가능하면 휴대전화를 보지 마시라. 사진 촬영 때문에 질의하는 분이나 답변하는 분이나 집중을 할 수가 없다"고 주의를 줬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새롬 기자

후보자 자질을 검증하는 청문회가 사실상 본질 보다, '문자폭탄'이 더 이슈화되는 듯합니다. 일각에선 의식이 높아진 국민들의 정치 참여의 일부라고 합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25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사람들이 청문회를 많이 본다.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가 자연스러워졌다. 정치가 두렵거나 어려운 게 아니라 정치인을 공복으로 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야당은 문자폭탄을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테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청문회에서 소위 '문빠'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문자폭탄은 거의 테러 수준이다. 의회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청와대와 여당은 남의 일 보듯이 내심 즐겨선 안 된다. 설득하고 자제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26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고 이르면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입니다. 한국당은 내부적으로 사실상 부적격 판단을 내렸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과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첫 청문회는 일단락 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문자폭탄'에 대한 논란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청문회로, 앞으로 내각의 인사를 검증하는 청문회가 줄이어 있는 만큼 험로가 예상됩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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