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무직' 박근혜의 4년, '나대블츠'와 '법불아귀'
입력: 2017.05.25 15:04 / 수정: 2017.05.25 15:04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 18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차 공판을 받기 위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 18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차 공판을 받기 위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더팩트ㅣ오경희 기자] 집게 핀으로 겨우 추스른 올림머리를 한 60대 여성은 민낯으로 심판대에 섰다. 사복(私服)을 입은 가슴 왼편엔 '나대블츠, 서울(구), 503'이라고 쓰인 원형 수용자 배지가 달렸다. 직업을 묻자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지난 23일 박근혜(65) 전 대통령은 수감 53일 만에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인과 대통령 시절 '패션 정치'란 수식어가 붙었을만큼 여성 대통령으로서 옷차림과 외모에 신경을 썼다. 그 이면엔 40년 지기이자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 씨의 '특별 관리'가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선택과 최 씨와의 인연은 '화려했던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에서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으로 전락케 했다.

'나대블츠'. 이 네글자가 박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4년과 탄핵 사유를 상징한다. 교도관만이 아는 '공범부호'로, 수용자의 정보를 담고 있다. '나'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 연루자로 '국정농단'을, '대는' 미르·K재단 모금 강요와 대기업 뇌물 사건, '블'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츠'는 한국동계스포츠센터 사건 등 주요 범죄 혐의를 나타낸다. 남성은 검은색, 여성은 빨간색으로 쓴다. '서울(구)'와 '503'은 수용 장소와 수감번호다.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는 박 전 대통령./문병희 기자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는 박 전 대통령./문병희 기자

즉 박 전 대통령은 이들 사건 모두에 연루된, 18가지의 가장 많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배지엔 '나블'이라고 쓰여 있고, '대기업 뇌물'로 분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배지엔 '나대', 최순실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의 배지엔 빨간 글씨로 '나츠'라고 적혀 있다. 최순실 씨는 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이 기호에 해당하지 않지만,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면 상당히 긴 기호를 가질 뻔 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3일 언니의 첫 정식 재판을 방청하러 법원을 찾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민낯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머리라도 하실 수 있도록…공인으로 사는 분들은 그런 것이라도 허락해줬으면 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지지자들도 한때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이새롬 기자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이새롬 기자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게 국민 다수의 시각이다. 지난 3월 10일 당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파면을 선고했다.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나대블츠'는 곧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하다고 아부하지 않는다)여야 한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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