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인사청문회 '단골메뉴' 위장전입 史…강경화 후보도 '시험대'
입력: 2017.05.23 05:00 / 수정: 2017.05.23 18:52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1일(이하 현지시각) 뉴욕 JFK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큰 딸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는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미 보고한 사항이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야당에선 강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1일(이하 현지시각) 뉴욕 JFK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큰 딸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는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미 보고한 사항"이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야당에선 강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강 후보자 장녀의 미국 국적과 위장전입 사실을 공개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문제가 불거지기 전 '자진 공개'해 논란 확산을 막고 양해를 구하겠다는 취지다.

강 후보자 역시 21일(이하 현지시각) 뉴욕 JFK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큰 딸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는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미 보고한 사항"이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1984년 강 후보자의 미국 유학 중 태어난 장녀는 미국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하다가 2006년 국적법상 국적선택의무 결정에 따라 미국 국적을 택했으며, 2002년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다 한국으로 전학하는 과정에서 1년 동안 친척 집 주소지로 위장전입했다.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두고 야당에선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일각에선 큰 결점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제3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범죄다. 위장전입이 잦을 경우 인구 등 각종 통계의 오류를 가져와 국가사회 기구들의 각종 행정에 비효율화 예산낭비 등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후 고위공직자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은 단골메뉴가 됐다. 국무총리부터 경찰청장에 이르기까지 위장전입을 한 고위공직자는 다양했다. 위장전입 사유 또한 토지 매입, 자녀 교육 문제, 아파트 분양, 직장주택조합 가입 등 여러 가지다.

◆ 1998년 첫 낙마자 발생…2002년엔 2명 연속 낙마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전까지는 '위장전입' 낙마 사례가 많았다.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한 최초의 고위공직자는 1998년 사퇴한 주양자 전 복지부 장관이다. 주 전 장관은 일가족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16차례에 걸쳐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밝혀져 취임 58일 만에 사퇴했다.

2002년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울 잠원 반포 목동 등에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박은경(오른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겹쳐 낙마했으며 2010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역시 5번의 위장전입으로 낙마했다. /서울신문 제공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박은경(오른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겹쳐 낙마했으며 2010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역시 5번의 위장전입으로 낙마했다. /서울신문 제공

2005년 위장전입 의혹이 드러나 자진사퇴한 고위공직자도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부인이 위장 전입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해 수십억대의 차익을 남겼단 의혹이 제기돼 사퇴했다.

◆ "별 거 아닌데 뭐" 불어나는 위장전입 고위공직자

이명박 정부 때 가장 위장전입 논란이 많았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부터 자녀들의 초등학교 입학 관련 위장전입 의혹이 5차례나 불거졌고, 이를 시인하면서 '도덕 불감증' 기준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 논란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의 위장전입 사실이 연이어 드러났다. 당시 박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겹쳐 낙마했다.

2010년 8월에 있었던 청문회에서는 이인복 대법관 후보,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등 후보자 4명에게 동시에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5번의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신 후보자는 딸이 왕따를 당해 학교를 옮기느라 위장전입을 했다"고 해명했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고 결국,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위장전입은 여전 했다. 대부분은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는 데도 불구하고, 무사히 '직'을 달았다. 박근혜 정부 1기 내각 후보자들이었던 유진룡 문화체육부장관, 서남수 교육과학기술부장관, 김병관 국방부장관 등도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김병관 후보자를 제외한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프리패스' 했다.

2015년 3월 11일 당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병희 기자
2015년 3월 11일 당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병희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2013년 2월 실시된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을 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불일치인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사과한다"고 말했고, 법관 출신 황찬현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당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맞다"고 사실을 인정했다.

2015년 3월에는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 홍용표 통일부장관 후보,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 등 청문회가 진행된 4명 모두 위장전입 논란에 불거졌다. 때문에 당시 '위장전입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4명 모두 장관직을 유지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2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집권 여당(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정부에서 어떤 잣대로 평가하고 비판하고 낙마시켰는지 되돌아보라"며 "민주당보다 더 엄격하고 꼼꼼한 잣대로 인사청문회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했던 '5대 비리 관계자 원천 배제' 약속을 저버려 유감"이라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을 5대 비리로 규정하고 이에 연루된 인사는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mj7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