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첫 회동을 하면서 '화합과 소통'을 상징하는 '비빔밥'과 김정숙 여사의 정성이 들어간 '인삼정과'를 식탁 위에 올렸다. /이덕인 기자 |
[더팩트 | 서민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첫 회동을 하면서 '화합과 소통'을 상징하는 '비빔밥'을 내놨다. 김정숙 여사표 '인삼정과'가 후식으로 곁들여 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소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밥상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김동철·바른정당 주호영·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2시 14분까지 청와대 상춘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했다. 원형 탁상 위에 올라온 김정숙 여사의 '인삼정과'는 10시간 정도 배춧물에 푹 달인 인삼으로 상당한 정성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리 솜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김정숙 여사의 요리 선물이 국회와 협치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첫 회동 담례품으로 '인삼정과'를 선물했다. 김 여사가 인삼정과를 포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재보궐선거 후 '지도부 사퇴 논란'이 일자 당 지도부를 집으로 직접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 바 있다. 당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서 대게찜, 군소볶음, 전복볶음, 섭산삼 튀김요리 등을 내놨으며 이후 당내 갈등이 한동안 봉합되면서 점수를 후하게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대통령이 어떤 메뉴를 식탁 위에 올리느냐는 여러 정치적 의미들이 숨어 있다. 대중적 음식을 내어 대통령의 소탈한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는 고급요리를 대접하고, 통합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특산물로 만든 요리를 대접하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은 어떤 음식을 즐겨 먹고, 어떤 형태로 손님을 맞았을까.
김영삼 대통령이 1993년 2월 27일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칼국수 오찬'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제공 |
이승만 전 대통령은 현미떡국을 즐겨 먹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비듬나물 비빔밥을 즐겼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육식류를 좋아해 소고기 갈비를 자주 식탁 위에 올렸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콩나물국밥과 아욱국을 주로 먹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칼국수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칼국수 사랑이 남달랐다. 김 전 대통령의 칼국수 사랑은 절약, 청렴, 개혁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물 역할을 했다. 때문에 YS 집권 당시에는 '청와대 칼국수를 먹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생전 단골집인 '성북동 국시집'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3월 12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 및 당3역과 점심을 함께 하며 대북송금 특검법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제공 |
미식가로 유명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흑산도 홍어'를 사랑했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엔 청와대 행사에 홍어가 식탁에 자주 올라왔다. 김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의 주방을 책임졌던 문문술 명장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DJ는 홍어에 대해서 전문가 수준이었다"면서 "조금만 홍어가 좋지 않으면 '오늘 홍어는 별로다'고 짚고 넘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음식을 특별히 가리지 않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맑은 국물의 담백한 음식을 선호했다. 특히 삼계탕을 좋아했으며, 장관 수석들과의 만남이나 기자들과 간담회도 청와대 근처에 있는 비좁은 삼계탕집에서 하면서 현안의 매듭을 풀곤 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팔도 대장금 요리'라는 주제로 남쪽 각 지방의 토속 식재료를 이용한 향토 음식을 북측에 대접했다. 메뉴는 제주흑돼지 맥적과 누름적, 고창 풍천장어구이, 횡성·평창 너비아니 구이와 자연송이, 전주비빔밥과 토란국 등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후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그러나 당시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문제가 불거져, 침체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2008년 4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와 청와대에서 여야 교섭단체 지도부 초청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제공 |
'광우병 사태'로 골머리를 앓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정상회담에서 오찬 메뉴로 '한우갈비구이'와 '미국산 안심스테이크'를 메뉴로 준비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온 국민적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라, 미국산 쇠고기를 메뉴로 해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두달 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야당 지도부와 첫 만찬을 가졌다. 당시 만찬에는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등 지도부 21명이 참석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는 의미로 생일을 맞은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을 위해 생일케이크를 준비했다. 촛불을 켜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 뒤 케이크를 함께 나눠먹었다. 문 위원장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생일"이라고 화답했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이 손님맞이 음식으로 식탁에 자주 올리는 고급 메뉴는 샥스핀이 꼽힌다. 지난해 7월 박 전 대통령은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초청한 오찬 회동에서 샥스핀, 송로버섯, 캐비어 샐러드, 바닷가재 등 서민들은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최고급 메뉴의 코스 요리가 올려 구설에 올랐다. 2003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열린우리당 17대 총선 당선자들을 초청해 만찬자리에서 샥스핀을 대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