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미워도 다시 한번' 국민의당, 광주민심 돌리려 '안간힘'
입력: 2017.05.19 04:00 / 수정: 2017.05.19 09:27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광주=배정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광주=배정한 기자

[더팩트 | 광주=서민지 기자] 대선에서 참패한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맞아 납작 엎드려 통렬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김 권한대행을 비롯한 국민의당 대부분 의원이 참석했다.

김 권한대행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기념식 시작 30분 전부터 미리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5·18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부지런히 인사를 나눴다. 특히 장병완·최경환·송기석·권은희·김경진 의원 등 광주 지역구 의원들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당들이 식 시작 직전에 몰려든 것과 상대적으로 대비됐다.

호남에서 지지기반을 되찾고자 하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민주당과 바른정당에 흡수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28석 중 23석을 차지, 광주 지역구 8석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광주(61.14%), 전북(64.84%), 전남(59.87%) 등 과반 이상을 득표한 데 반해, 안 전 대표는 광주 (30.08%), 전북(23.76%), 전남(30.68%)를 얻는 데 그쳤다.

김동철(오른쪽 네 번째)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각당 대표들과 나란히 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광주=배정한 기자
김동철(오른쪽 네 번째)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각당 대표들과 나란히 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광주=배정한 기자

패배의 아픔을 추스르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5·18 본행사에서 귀빈석이 아닌 시민들과 함께 자리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당 의원들에게 이번 5·18 기념식이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행사인 만큼 공개적으로 광폭행보는 지양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검은 넥타이에 검은색 양복을 입었으며, 선거 때 고수했던 '띄운 머리카락'을 차분히 가라앉힌 채 참석했다. 그는 무대에서 한참 벗어난 뒷좌석에서 시민들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전인권 씨가 부르는 '상록수'를 따라 불렀다. 안 전 대표는 전인권 씨의 노래가 끝나자 감격한 듯 몇 번이고 손뼉을 쳤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발표할 땐 묵묵히 듣기만 했다.

안 전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귀빈석에 앉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달라진 기념식에 시민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향후 계획에 대해 "많은 분을 뵙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동시에 제 부족한 점들 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된 5·18 기념식에 대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비롯해 기념식이 정상화된 것은 참 기쁜 일"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길 바란다. 민생, 안보에 대한 부분은 다당제하에서도 여러 정당들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전인권 씨가 부르는 상록수를 듣고 있다. /광주=배정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전인권 씨가 부르는 '상록수'를 듣고 있다. /광주=배정한 기자

안 전 대표는 따로 헌화를 하지 않고, 조용히 5·18 기념식장을 벗어났다. 그의 떠나는 길에 일부 지지자들은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등을 외쳤고 안 전 대표는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찬과 만찬을 지역사회 지지자들과 함께 하며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향후 비공개로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예정이다.

안 전 대표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임 모 씨(50대)는 국민의당 및 안 전 대표의 이번 대선 패인에 대해 "딱히 잘못해서 그랬다기 보단, 안 전 대표는 젊으니까 다음 번에 한 번 더 기회가 있지 않냐"면서 "어쨌거나 문 대통령에게 잘 협조해서 좋은 나라를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광주 시민인 박혜자(50대·여) 씨는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에 몰아줬던 것이다. 뽑아놓으니 오늘 분위기 얼마나 좋냐"면서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같은 뿌리 아니겠나. 잘 도와주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전날인 17일부터 해외 출장 중인 일부 의원을 제외한 20여 명이 광주를 찾았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전야제에 총출동했다. 소속 의원이 100여 명에 달하는 민주당은 10여 명 정도 참석했다.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대거 참석해 국민의당과 자리다툼을 했던 때와 대비되는 풍경으로 눈길을 끌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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