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대선 패배 후폭풍 불라' 국민의당, 지도부 총사퇴 예고
입력: 2017.05.11 04:00 / 수정: 2017.05.11 04:00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시청한 뒤 대책마련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시청한 뒤 대책마련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가 10일 이번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예고했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더블스코어' 차이로 참패하면서, 침체한 당 분위기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저는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100가지 패인을 이야기하지만,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지겠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새로운 모습의 당으로 거듭 나가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향후 인사청문회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 서둘러서 지도부 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보고, 11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논의·의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박 대표는 주승용 원내대표의 임기가 이번 달 만료되는 만큼, "현 원내대표의 임기가 만료되고 다음 주 중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 구성 권한을 위임하고 현 상황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해단식 후 기자들과 티타임에서 "주승용 원내대표-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 선출을) 다음 주에 하자고 한다"면서 "선대위원들을 뽑고 오는 17일 원내대표를 선출한 뒤, 19일 최고위를 소집해서 당무위를 열고 여러 사람과 논의해서 신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을 구성하면 된다. 당무위 소집권은 당 대표에게 있으니 상황을 정리하고 이후에 물러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박지원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박지원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그러나 박 대표는 지도부와 사전에 사퇴 결정을 논의하지 않은 상황이라, 연석회의에선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변수가 튀어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도부가 총사퇴하지 않으면 당헌당규 제29조(당대표와 최고위원의 임기)에 따라, 최고위원 중 다득표순, 원내대표 순으로 당대표직을 승계하므로 득표순 2위인 문병호 최고위원이 당대표를 맡게 된다.

하지만 박 대표도 "으레 선거에 패배하면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정치적 도리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밝혔다. 당내 관계자도 "대선 끝나고 정비 시기를 고려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게 가장 낫다. 문 최고위원이 대표를 하는 방안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를 꾸린다고 해서, 온전히 정상화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지도부 총사퇴에 따른 위험요소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지도부인 데다가, 40석의 소수정당으로서 '대안 부재론'이 발목을 잡는다. 외부 인사로 꾸리겠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동안 영입 때마다 실패한 만큼 이번에도 대안 부재로 인해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 갈 수도 있다.

창당 후 위기 때마다 수시로 불거지던 '연대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도 악재다. '연대론'이 불거질 때마다 '자강론'을 외치며 구심적 역할을 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까지 당분간 정계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중심축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당내에선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 통합론이 심심찮게 들린다. 대선 패인 중의 하나인 '40석 미니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캐스팅 보트로서 존재감을 살려 나가려면 지금보다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가 10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가운데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과 박지원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왼쪽부터)가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가 10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가운데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과 박지원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왼쪽부터)가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다만 바른정당과 통합론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으나, 결국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완주' 의사를 확고히 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또, 구여권인 바른정당과 함께하는 것에 대한 호남 여론까지 의식하면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민주당과 통합론도 제기된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러브콜'을 받아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박 대표와 만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가 같은 정당"이라고 했으며, 박영선 의원은 같은 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은 형제당이다. 문 대통령이 '내 당'이라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바른정당과 합해야 한다는 이야기 많이 나온다. 또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 상층부에서 만나자고 한다고 저한테 이야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까 미스터 프레지던트(문 대통령)도 '우리가 뿌리가 같다'고 하지 않나. 꾸준히 그런 것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부화뇌동하면 안 된다. (민주당과) 같이 블루스를 추면 끝난다. 우리 당의 결속과 어떻게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지킬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해단식에서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우리가 소수 약체 당인데, 민주당이 집권하니까 거기에 휩쓸려 가선 안 된다"면서 "혹시라도 그런 유혹이 개개인에게 있다든지 하면 분명히 잘라내야 한다. 국민의당의 몫은 미래와 개혁과 변화다. 우리 당이 분명한 정체성으로 힘차게 깃발을 높이 들고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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