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을 찾아 제19대 대통령선거 패배를 인정한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녹색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막판 '뚜벅이 유세'라는 반전 카드로 '안풍(安豊)' 재점화를 시도했지만, '문재인 대세론'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안 후보의 '패인'은 선대위의 미숙한 대처로 꼽힌다. 국민의당 선대위는 '박지원 상왕론' '김미경 교수 1+1 채용특혜' 등 상대 당의 네거티브에 대처가 늦었으며, 반전 카드였던 '뚜벅이 유세' 역시 선대위가 아닌 안 후보 개인의 아이디어였다. 이는 곧 40석에 불과한 제3당의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한달여 간 짧고 굵게 진행된 선거기간 안 후보의 지지율은 롤러코스터였다. <더팩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안 후보에게 좌절을 안긴 결정적 순간, 그 변곡점을 꼽아봤다.
◆ '단설유치원 자제' 발언…떠다닌 보수표심은 洪에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황교완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선레이스에서 멀어지면서 중도보수 표심은 안 후보에게 쏠렸다. 여기에 안 후보가 당 경선에서 압승한 것과 맞물리면서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기대했던 '문재인vs안철수' 양강구도도 형성된 것은 물론, 역전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제3차 TV토론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가장 뼈아픈 패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안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하지만 안 후보는 지난달 11일 '단설 유치원 자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사립 유치원보다 단설·병설 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의 공약으로 큰 반발을 불러온 것이다.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보수층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로 결집하는 양상을 띠었다.
◆ TV토론 '갑철수·MB아바타'…스스로 수렁에 빠지다
"갑(甲)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제가 MB아바타입니까?"
TV토론은 안 후보가 패배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안 후보는 경선 TV토론에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무난한 토론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세 번째 토론회에서 스스로 '갑철수' 'MB아바타' 등을 꺼내 역효과를 불렀다.
이에 호남권 의원들은 'MB 아바타'설 등이 지지율 하락에 일조한다고 보고, 안 후보에게 민주당의 'MB 아바타' 공세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받아들인 안 후보가 TV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다 도로 네거티브 수렁에 빠지면서 보수층의 급격한 이탈을 야기해 되려 '역풍'을 맞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닷새 간 진행한 '뚜벅이 유세'는 취지와 효과는 좋았지만, 결과를 뒤짚기엔 시간이 촉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사흘째 뚜벅이 유세에 나선 안 후보가 6일 광주시 수완 롯데아울렛거리에서 많은 시민들 사이를 걷고 있다. /배정한 기자 |
◆ 한박자 늦은 '안철수 다움'…물 건너 간 만회
지지율 급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당 내부에서 만회를 위한 전략이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TV토론회에선 '안철수 다운' 모습을 보이자는 전략으로 다시 페이스를 찾았지만, 이미 돌아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안 후보는 또, 지난 4일부터 유세차에서 내려와 '제2의 안풍'을 꿈꾸며, '뚜벅이 유세'를 진행했다. 그러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직접 시민들과 소통하는 '걸어서 국민 속으로' 캠페인의 취지와 결과는 좋았으나, 결과를 뒤짚기엔 5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는 지적이다.
안 후보 역시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9일 자정 직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하며 "'안철수, 걸어서 국민속으로 120시간' 뚜벅이 유세 5일째,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좀 더 일찍부터 국민 여러분 찾아뵐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