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 문재인 대통령선거 '낙승' 요인은?
입력: 2017.05.10 04:00 / 수정: 2017.05.10 04:12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왼쪽에서 네번째)이 9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왼쪽에서 네번째)이 9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더팩트 | 최재필 기자] 문재인(64)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선거 막판 추격전을 벌였지만, 문 당선인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 이번 대선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부터 줄곧 여론조사 1위를 수성한 문 당선인의 '대세론'으로 낙승이 예상됐었다.

문 당선인이 이처럼 낙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우선 가장 큰 요인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야기된 정권교체에 대한 거센 국민적 열망을 선점했다. '적폐청산'과 '정권교체'로 대변되는 촛불민심, 즉 시대정신을 읽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문 당선인은 대선 기간동안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걸었다. 게다가 반문연대 프레임을 내세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싸잡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며 진보 진영을 결집시켰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겨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당시. /남용희 기자
실제 문 당선인은 대선 기간동안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걸었다. 게다가 '반문연대' 프레임을 내세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싸잡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며 진보 진영을 결집시켰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겨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당시. /남용희 기자

◆'적폐청산' 열망 선점, 지리멸렬 보수 진영

실제 문 당선인은 대선 기간동안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걸었다. 게다가 '반문연대' 프레임을 내세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싸잡아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며 진보 진영을 결집시켰다.

문 당선인 캠프의 전병헌 전략본부장은 9일 "문 당선인은 촛불정국 때부터 적폐청산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며 "문 당선자의 이런 의지가 '정권심판'이라는 시대정신과 맞아 떨어진 게 승리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상파 3사의 심층 출구조사에서도 후보 선택 이유 중 부패·비리청산이 20.7%로 가장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으로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도 문 당선인의 승리에 한몫을 했다. 새누리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으로 쪼개졌고, 이렇다할 후보도 내지 못하는 인물난을 겪었다. 문 당선인의 강력한 대항마로 내세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검증 과정에서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문 당선인은 군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안보 이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문 후보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천국만마 국방안보 특보단 출정식 당시. /남윤호 기자
문 당선인은 군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안보 이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문 후보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천국만마 국방안보 특보단 출정식 당시. /남윤호 기자

◆지난 대선 패배 복기…'약점' 선제적 대응

2012년 대선 패배 원인을 복기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전략도 주효했다. '중도층 끌어안기'와 '안보 공세 방어 전략'이 그것이다.

문 당선인은 일명 '용광로 캠프'로 불리는 선대위에 당내 주류와 비주류는 물론 중도 보수 진영 인사들을 대거 흡수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참여한 전문가는 8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선대위 출범 뒤 대부분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로 흡수됐는데, 위원장을 맡은 이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경제 가정교사'였던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이었다.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부위원장을 맡아 문 당선인의 정책 수립을 주도했다. 특히 이들이 만든 '성장담론' 중심의 정책은 중산서민층의 호응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당선인은 군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안보 이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문 당선인은 선거 초반부터 "사악한 종북 공세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제기한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 의혹에 대해서도 공격적으로 맞섰다.

'아덴만의 영웅'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예비역 장성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냈고, 유세 현장 곳곳에서 검은 베레모를 쓴 특전사 퇴역 장병들을 등장시키는 '코스프레 유세'도 주저하지 않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선 "집권 시 국회 동의 절차를 밟겠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중도층을 끌어안았다.

문 당선인은 경선이 끝난 뒤 안 지사와 이 시장 등 경쟁자들과 호프 모임을 가지며 화합을 이끌어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문 후보가 합정동의 한 호프집에서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과 함께 화합 의지를 다진 호프 타임 당시. /임영무 기자
문 당선인은 경선이 끝난 뒤 안 지사와 이 시장 등 경쟁자들과 '호프 모임'을 가지며 화합을 이끌어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문 후보가 합정동의 한 호프집에서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과 함께 화합 의지를 다진 호프 타임 당시. /임영무 기자

◆'상처뿐인 경선'을 '당내 화합 시너지'로 끌어내

'본선보다 치열했던' 당내 경선은 '상처'로 얼룩졌다. 문 당선인 지지층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은 온라인 상에서 '막말'을 하며 상대 후보를 공격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계파 싸움으로 '삐거덕'됐던 경선이 재현되는 듯했다.

하지만 문 당선인은 경선이 끝난 뒤 안 지사와 이 시장 등 경쟁자들과 '호프 모임'을 가지며 화합을 이끌어냈다. 선대위에 박영선·이종걸 의원 등 안 지사와 이 시장 쪽 인사들을 중용한 것도 각 경쟁자의 '지지층'에 화합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과정의 과열경쟁은 문 당선인의 화합 메시지로 일단락됐고, 오히려 치열했던 만큼 협력적 관계가 형성돼 당내 화합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jpcho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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