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고려대학교·노량진=변동진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투표 하루를 앞둔 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와 노량진을 찾아 20~30대 유권자에게 소신투표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현장에서 만난 20대 지지자는 <더팩트> 취재진에 "기존 보수와 다른 유 후보가 좋다"면서 "연예인을 본 것 보다 더 떨린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유 후보의 노량진 유세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왜 유 후보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기존 보수랑 유 후보가 말하는 보수는 다르다. 이 때문에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접 보니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연예인을 본 것보다 더 떨린다"면서 "아직 사전투표는 하지 않았지만, 내일 투표장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우리 모두 유 후보를 찍기로 얘기했다"고 즐거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리고 유 후보를 만나기 위해 신림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여성은 "TV토론회를 본 후 인터넷을 찾아 봤는데 정말 바른 후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이 안 돼도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 후보는 노량진을 방문하기 전 고려대를 찾아 1500여 명의 시민과 학생들 앞에서 "제가 소신정치를 했으니 소신투표를 해달라" "여러분들의 손으로 내일 기적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즉석에서 '즉문즉답' 이벤트도 진행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자율전공학과 강민혁 학생회장은 '몇 달 전 24세까지 대중교통비 할인을 받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무산됐다. 대학생들을 위한 법안을 발의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유 후보는 "제가 보기에 이런(대중교통비 할인) 법안들은 차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밥을 먹을 때 부자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의 차별이 있는 무상급식 등은 찬성하지만, 무상보육이나 무상주택 등은 세금 때문에 등골이 빠진다"고 답했다.
다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 대한 등록금이나, 장학금, 대중교통 등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중심으로 시행하는 것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유세 지원을 나온 국회 국방위원장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은 "다른 후보들은 무조건 해준다고 그런다. 그런데 유 후보는 재정까지 다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진짜다"고 칭찬했다.

또 다른 학생은 '고위권력(박근혜 전 대통령에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냐'며 물었고, 유 후보는 "저도 쫄았다. 아닌 거 아니라 그러고, 잘못된 거 잘못됐다고 하는 거 쉽지 않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나라를 움직이는 대통령의 생각과 발언, 정책 하나하나가 어려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냐. 제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레이저 맞아가면서까지 얘기한 건 대부분이 정책 이야기다"며 "예컨대 선거 때 달콤한 약속으로 무상복지, 경제민주화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담뱃값, 연말정산 등 '조삼모사'식으로 (증세)하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분도 앞으로 직장생활이나,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하던 쓴소리 너무 자주하지 마시고, 조직의 건강과 발전을 위해 신념을 갖고 꼭 필요하면 얘기하라. 저는 옳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옳은 얘기해서 중간에 좌절하는 거 많이 봐왔다. 때문에 이런 사람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제가 정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그런 자세로 정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유효정 학생이 질문한 '토론을 잘 하는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은 듣기 좋다. 저도 토론하는 날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아마 다른 후보도 마찬가지다"며 "저는 그냥 어떤 경우든 평소 생각대로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본다. 일관성 있게 해야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다고 제가 17년 전에 했던 말을 100% 지키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다른 정치인들 보다 고민한 부분에 대해 그게 맞다고 생각하면 일관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런 생각이 모여서 토론 때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 후보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은 함성을 질렀다. 뿐만 아니라 그의 에세이집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어진 질문은 '트럼프의 대한민국 압박 정책'과 '사법행정고시 폐지 여부' 문제 등이었다.
이와 관련 유 후보는 "트럼프는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독특한 사람이다. 돌출발언 때문에 세계 여러나라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미 FTA 재협상과 사드배치 10억 달러 부담하라고 하고 있다"며 "근데 사드는 트럼프가 합의금에 대해 몰랐거나, 알고도 다른 노림 수로 한 얘기라고 본다. 주한민군 사드배치는 우리군이 갖는 게 아닌데 그 돈을 내라? 말도 안 된다. 그럴 거면 우리 세금으로 사는 게 맞다. 그래서 트럼프 노림수는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 돈을 왕창 올리려는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더불어 "비지니스 대통령에게는 그 진의가 뭔지 잘 파악하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근데 트럼프는 4년 뒤 재선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미동맹은 임기 4년이 아니라 오랫동안 중요하다. 그래서 트럼프를 구슬리던, 잘 달래던 협상을 잘해서 (한미동맹을) 깨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저는 미국에 절대 끌려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국가의 이익은 지키면서 능수능란하게 다를 수 있어야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법조인이 되더라도 휼륭하게 되고, 2번처럼(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되지 말라"며 강조하면서 "로스쿨제도가 법조인 많이 양성해 법의 문턱 낮추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이런 문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근데 그 학생들(로스쿨) 변호사돼서 로펌 들어가고, 판검사 되는 과정을 보니 공정하지 못하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배제되는 그 문제는 제가 충분히 인식했기 때문에 사법시험제도 완전 부활에 대해 약속은 못하지만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유민지 학생이 질문한 '바당정당 의원 집단탈당에 대한 생각'과 '통합의 리더십' 등에 대해 유 후보는 "아픈 이야기를 꺼내셨다"고 말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굳세어라 유승민!'을 외치기도 했다.
유 후보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진보는 무책임하고 너무 급진적이다. 곳간이 한도 끝도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이상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합리적보수는 지키는 것이다. 과거 지켜온 것 중 좋은 전통은 지키자는 게 보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 보수(수구 및 기득권 세력)는 지킬 게 없다. 헌법과 부패, 안보, 무너지는 공동체 등 그동안 제대로 지키지 못한 거 지켜주자는 게 합리적 보수다. 그리고 이 길을 계속 갈 것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의 보수는 시간의 문제지 분명히 망한다"며 "영국의 보수당이 300년 살아남은 이유는 노동자와 일반 국민들에 문호를 개방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펴서 그런 것이다. 지금 당장 몇 명의 탈당 보다 한 명이라도 똘똘 뭉처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 지키면 우리 국민도 따라 줄 거라 믿고, 그 길에 많이 동참해주시면 저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가 바뀌면 대한민국 절반이 바뀐다고 믿는다. 그리고 용감하게 가겠다고 약속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유 후보 유세엔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정병국 전 대표, 이혜훈, 지상욱, 홍철호, 김영우, 박인숙 의원 등도 나와 힘을 보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