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뚜벅이 유세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6일 광주시 수완 롯데아울렛거리에서 많은 시민들 사이를 걷고 있다. /광주=배정한 기자 |
[더팩트 | 부산·광주=서민지 기자] '뚜벅이 유세'에 돌입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이틀(5~6일)간 2만 5826걸음을 걸었다. 정확한 명칭은 '안철수 걸어서 국민속으로' 캠페인이다. 안 후보는 첫날인 4일 대구에서 1만 2154걸음, 5일 부산에서 1만 3488걸음, 6일 광주에서 1만 2338걸음을 걸으며 바닥 민심을 훑었다.
필자가 동행한 일정은 안 후보의 2~3일째 뚜벅이 유세였다. 발걸음이 유독 빠른 안 후보의 뒤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졌다. 중간엔 비까지 내렸다. 우산, 마우스, 키보드 덮개, 휴대전화 충전기, 지갑 등 혼비백산해 분실한 물건도 수 개에 달한다. 저녁 무렵이면 다리 전체에 근육통이 온다. 앉을 때마다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흘동안 모든 일정을 안 후보와 같이 소화하지 않았는 데도 후들거리는 다리를 두드리며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안전상의 문제로 근접취재의 경우, '풀(Pool)단'을 꾸려 '선수 교체'를 한다. 또한, 각 매체에선 통상적으로 한 마크맨이 1박 2일 정도 일정을 소화한 뒤 마크맨을 교체 한다.) 동료 기자들도 일정을 한 번 뛰고오면, "이거 할 짓 못 된다"며 피로를 호소했다. '안 후보는 오죽할까?'
그런데 안 후보는 몸이야 어떻든 싱글벙글이다. 6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한 안 후보는 들어오면서부터 "아이 좋아라. 힘이 막 난다. (사흘째 되니까) 아무래도 몸은 좀 힘들죠.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에너지를 다 써야지!"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안 후보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 뚜벅이의 준비물…'빵빵한' 가방 속엔 무엇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뚜벅이 유세' 필수품인 '백팩'(왼쪽)이다. 왼쪽 손목엔 건강을 체크하는 스마트밴드인 '빗핏'을 착용하고 있다. /부산·광주=서민지 기자 |
'뚜벅이 유세'의 필수품은 '백팩'이다. 소지품을 보관하기 위한 용도지만, 활동적인 이미지 연출에도 제격이다. "'백팩' 멘 게 보기 좋았다"고 하자, 안 후보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필요에 의해서 멘 건데요. 하하. 물도 넣어야하고"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가방 속엔 물병, 초록색 윈드브레이커(방수 바람막이 점퍼), 티슈, 물티슈, 선블록, 용각산, 초콜릿 등이 들어있다. 때문에 안 후보의 가방은 항상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 6일 오후부턴 금남지하상가에서 지지자에게 연두색 인형(토이스토리 알린) 두 개를 선물받아 달고 다닌다.
편한 옷차림도 중요하다. 양복을 벗어던진 안 후보는 국민의당 상징인 '녹색계열'의 옷을 입고 다닌다. 특히 상의는 린넨 소재의 '녹색 셔츠'를 입는데, 지난해 총선때부터 줄곧 입어왔던 옷으로 사흘째가 되자 일각에선 "옷을 안 갈아 입는거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어제 비도 맞았는데…. 매일 옷을 갈아 입는 거냐?"고 조심스레 묻자, "하하, 이건 다른 옷이에요. 바지는 같은 거예요. 바지 이것도 카키색! 녹색계열이에요. 신발도 자세히 보면 녹색계열"이라고 답했다.(실제 이날 셔츠는 전날보다 살짝 밝은 에메랄드색이었다.)
실시간으로 운동량을 체크하는 스마트밴드인 빗핏도 안 후보의 '필수템(필수아이템)'이다. 마라톤을 즐겨하는 안 후보는 왼손목에 항상 '빗핏'을 차고 다니며, 시간과 걸음수를 확인한다. 휴대전화도 자주 보며, 일정을 체크한다. 안 후보는 아이폰 7+를 사용 중이다. 특별히 건강을 위해 챙기는 음식을 물으면, "밥심"이라고 말한다. 광주 한 식당에서 안 후보는 기자들과 쉴새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고깃국과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 "저녁마다 전화해"…가족의 사랑은 安의 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와 딸 안설희 씨가 지난 5일 부산시 동래구 사직구장에서 '극적 상봉' 후 부둥켜 안고 있다. /부산=배정한 기자 |
본인을 위해 전국을 돌며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와 딸 설희 씨는 안 후보의 '힘의 원동력'이다. 가족 이야기를 외부에 잘 안하는 안 후보지만, 선거기간 들어선 자신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함을 자주 표현하곤 한다.
지난 3일 서울집에서 '4박 5일' 가출을 선언하고 나온 안 후보는 지난 5일 아내, 딸과 뜻밖의 '뜨거운 상봉'을 했다. 사직구장에서 뚜벅이 유세를 하던 안 후보는 김 교수와 설희 씨를 만나자 부둥켜 안았다. 특히 눈을 꼭 감고, 안 후보의 품을 파고 드는 설희 씨를 토닥였다. 안 후보와 모든 일정을 '밀착 동행'하는 김경록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세 사람이 꽉 껴안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축제여야 할 선거를 누가 전쟁으로 만들어서 이 가족에게 수많은 아픔을 주었는지"라며 감동을 전했다.
안 후보는 이날 상봉에 대해 "(사직구장에서 만나서)깜짝 놀랐다. 제가 스케줄 체크를 잘 못해서 오는 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많아서 이야기도 잘 못나눴다. 그 다음에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밤에 하루 한번씩 전화해요. 아유, 저 도와주려고 학교도 휴학하고." 짧은 몇마디로, 설희 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 '유세뽕, 힘 불끈'…먹방부터 선물세례까지
안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받은 선물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가족 지지선언서', '건강즙', '응원문구가 쓰인 스티커'. /서민지 기자, 공동취재단 |
기자들은 안 후보의 힘의 원천은 '유세뽕'이라고 입을 모았다. 5060세대는 물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매우 낮게 나온 2030세대까지 안 후보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쌍셀카'는 물론이고 많게는 10명이 동시에 앞뒤 양옆으로 휴대전화를 들이밀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격려의 의미에서 '먹을 것'을 조달하기도 한다. 안 후보는 거리를 걸으며 요구르트, 설희 씨와 즐겨먹는 배맛 아이스크림, 오이, 바나나, 수박, 떡, 츄러스 등 '군것질'을 끊임없이 이어가며 '먹방'을 찍는다.(당내에선 "지난해 총선 때는 꺼려하더니 이젠 곧잘 넙죽넙죽 복스럽게 잘 받아먹는다"는 말도 나온다.)
또, 안 후보가 직접 찾아가는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안 후보를 직접 찾아오는 일도 많아졌다.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청하다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지자들이 생긴 것이다. 서울, 대구, 부산 등 전날 일정을 소화하고 계속해서 동행하는 열성 지지자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지지율이 왜 내려가냐. 짠하다" "제발 잘 돼서 나라를 구해달라"고 말하며 울부짖었고, '안철수의 생각' 책을 들고와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응원문구'를 적은 스티커를 손등에 붙여주는 가하면, 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어머니·형·본인의 이름을 적고 도장까지 찍은 '가족 지지선언서'를 들고 찾아온 지지자도 있다. 함께 초록 점퍼를 맞춰 입은 엄마·아빠·아들은 "안철수 대통령님을 봤다"며 춤을 췄다. 한 지지자는 원기회복을 위해 아로니아, 딸기, 키위를 함께 넣어 갈아만든 '건강즙'을 내밀며 "안철수 대통령"을 외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광주 금남로에서 유세차에 올라 '울컥'했다. 지지자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안 후보는 "사흘동안 걷고 걸었다. 확신했다. 바닥 민심의 열기 정말 뜨거웠다. 뚜벅이 유세로 제 진심이 국민께 전해진다는 것 정말 느낀다. 내일, 모레 걷고 또 걷겠다. 가능하신 분들은 저와 함께 걸어달라. 오늘도 국민 속에서 희망, 미래, 승리를 본다. 저 안철수 기필코 승리해서 대한민국 미래를 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