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6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열린 어버이날 맞이 ‘효잔치’에 방문해 위안부피해자 이옥선(가운데), 안점순 할머니와 인사하고 있다. /광주(경기)=문병희 기자

[더팩트ㅣ광주(경기)=변동진 기자] "당신이 대구 살면서 (안 오니) 여기 계신 분들한테 창피하다. 이제야 나를 찾아오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6일 오전 10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효잔치'가 열린 경기도 광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가, 대구에서 온 이용수 할머니께 "왜 이제야 왔냐"며 꾸중을 들었다.

유 후보는 이날 나눔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들을 찾아뵀다. 우연의 일치일까. 최근 TV 토론회에서 "굳세어라 유승민!"을 외쳤던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남편 이승배 씨도 현장에 있었다.

유 후보는 한복 곱게 차려 입고 앉아계신 이옥선 할머니께 "아이고 이쁘게 입으셨네요. 좀 어떠세요? 여기에는 언제 오셨어요?"라고 물어며 두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할머니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 대구에서 온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다. 유 후보를 본 할머니는 "바쁜데 여까지 어떻게 왔냐"며 애정어린 구박을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6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열린 어버이날 맞이 '효잔치'에 방문해 위안부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약속했다. /문병희 기자

또, 주변에서 '유 후보 한번 안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자 할머니는 "미운사람 떡 하나 더 주라고, (내가) 안아줘야지"라며 따뜻하게 감싸 았다.

이어 이용수 할머니는 "나도 대구고, 너도 대구인데 아무리 바빠도 이제서야 찾아오냐. 당신 엄마도 70세 넘어서 찾아가냐. 조용할 때는 안 오고, 급박하니까 찾아오냐. 당신이 대구 살면서 (안 오니) 여기 계신 분들한테 (내가) 창피하다"라고 꾸짖으면서도 "어쨌든 왔으니 좋은 성과 내길 바라고, 할 말은 많지만 여기선 못하겠다"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뭐부터 할 거냐"며 물었고, 유 후보는 "위안부 재협상부터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약속이 못 미더웠을까. 할머니는 "당만 옮겼지 매번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남편인 이승배 씨(가운데)가 나눔의 집에서 만나 이용수 할머니와 인사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그러자 옆에 있던 이승배 씨는 "안녕하세요. 저 심상정 남편인데요. 우리 유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랑 다릅니다"라고 수차례 해명했다.

할머니들께 인사를 끝낸 후 이 씨는 유 후보에게 "일산에서 한 번 뵀는데 운명적으로 나라가 참 좋아졌으면 좋겠다.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응원했다. 유 후보는 '하하하' 웃으며 "잘하겠습니다"고 화답했다.

유 후보가 밖으로 나오자 때마침 딸 유담 씨도 현장에 도착했다. 지난 4일 불미스런 일을 당해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현장에 나와 밝고 차분하게 아버지 유세를 도왔다. 뿐만 아니라 유 후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후원하기 위해 제작된 팔찌와 브로치, 반지 등을 유담 씨에게 선물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딸 유담 씨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후원하기 위해 제작된 팔찌와 브로치, 반지 등을 사주고 있다. /문병희 기자

아울러 유 후보는 효잔치에 모인 수백여 명의 학생과 시민, 피해 할머니들 앞에서 "많은 분들이 할머니라고 그러는데 저는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훨 편하다"며 "효잔치 열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5명의 대통령 후보들이 2015년 12월 28일에 일본하고 맺은 위안부 합의가 '정말 잘못됐다' '대통령이 되면 재협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어느 후보라도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재협상해야 한다"고 밝혀다.

더불어 "그런데 현실적으로 일본 정부가 이 재협상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합의는 과거 역사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죄 등이 없었고, 우리 할머니들 동의를 구하는 그런 절차와 내용도 전혀 없었다"며 "10억 엔이 아니라 단돈 1원이라도 '불법에 대한 배상이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면 괜찮은데 '위로금'이라는 애매한 (성격)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유 후보는 "일본이 끝까지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저는 당연히 파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합의가 파기되면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자, 국민들은 역사의 잘못을 계속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독일은 총리가 바뀔 때마다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 무릎 꿇고 사죄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일본도 그런 걸 배워야 되는데 모범적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어머니들께서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굉장히 비통하고 서운하셨던 점, 다음 정부에선 반드시 바로잡을 수 있길 기도하고 노력하겠다"며 "효잔치 자주 못 찾아와서 정말 송구스럽고, 오늘을 계기로 저도 새로운 마음 갖고 자주 찾아뵙겠다. 만수무강하세요"라고 축사를 마무리했다.

나눔의 집 '효잔치'에 방문해 축사하는 유승민 후보. /문병희 기자

끝으로 이용수 할머니는 "어떻게 우리가 위안부냐. 나는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있는 이용수다. 그 포탄이 빗발치는데 열다섯에 대만 신주 가미가제 부대로 끌려갔다"며 "군인이 있는 방에 안 들어갔다고 전기고문을 많이 당했다. 그래서 지금 정신도 왔다 갔다 하는데 일본한테 당했다는 건 변함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는 이어 "우리가 자발적으로 가서 일본 군인을 즐겁게 해줬다는 게 위안부인데 얼마나 더럽냐"며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도둑협상 문제만은 꼭 해결하겠다는 맹세와 각서를 받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자리에 앉아 할머니의 연설을 듣던 유 후보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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