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황영철·장제원 등 바른정당 13명 의원은 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바른정당 탈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변동진 기자 |
[더팩트 | 최재필 기자] '5·9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집단 탈당한 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범보수 진영의 '이합집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 후보에게 '보수 결집' 효과를 가져와 지지율 탄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반면, 이들의 '이합집산'이 명분이 없어 국민적 반감을 불러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바른정당 의원 집단탈당, 보수 결집 효과 불러올 것"
바른정당 의원 13명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단일화를 통한 정권 창출을 위해 바른정당을 떠나 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홍 후보 지지를 공식화했다.
이들은 또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다"며 "저희는 유승민 후보에게 보수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고, 의원총회와 당 대표 권한대행 면담 등을 통해 그동안 여러가지 방법으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탈당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탈당에 동참한 의원은 권성동·김성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이다.
이들의 탈당 후 홍 후보 지지 선언이 대선 판을 흔들 수 있을까. 정치권에선 "대선 판을 흔들기에 충분한 변수"라는 의견이 많다. 홍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유승민 후보가 흔들리면 '밴드 웨건(band wagon·유행에 편승하는 심리) 효과'가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3일 <더팩트>에 "보수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황 위원은 "3주전까지만 해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따라잡을 듯했다. 그 동력을 살펴봐야 한다. 안 후보는 불과 한 달 전만해도 한자릿수 지지율이었다. 그런데 3주전부터 지지율이 급상승했는데, 바로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했던 20%의 중도·보수 표였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이들의 표심을 못잡았다. 현재 상승했던 지지율이 반토막난 게 그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후보가 치고 올라오니 보수 진영에선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홍 후보에게 기대를 걸 수 있다. 게다가 홍 후보와 안 후보간 실버크로스(2·3위 지지율 순위가 역전되는 것)가 오늘로써 이뤄졌다고 본다. 홍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바른정당 의원 집단 탈당으로 유승민 후보가 흔들리면 '밴드 웨건(band wagon·유행에 따라가는 심리) 효과'가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참석해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한국당 "실버크로스 이뤄졌다"
실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홍 후보의 상승세는 괄목할 만하다.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결과에 따르면 홍 후보는 18.6%로 안 후보와 동률을 기록했다. 홍 후보는 4월 중순 대비 8.4%포인트 오른 반면 안 후보는 같은 기간 13.7% 하락했다.
자유한국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홍 후보가 안 후보를 누르고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1~2일 실시한 자체조사 결과, 홍 후보는 24.9%로 안 후보(20.1%)를 4.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본부장이 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홍준표 후보가 현재 안철수 후보를 완전히 제치고 문재인 후보를 추격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며칠 전에 이미 실버크로스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상호 공동선거대책위원장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가서 숨겨진 보수가 총결집하면 결과를 알 수 없는 판으로 바뀐다"며 "대선 종반전 최고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바른정당 의원 집단탈당 사태가 녹록치 않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인지 홍 후보 측에선 "바른정당 의원 탈당과 지지 선언이 홍 후보를 보수의 대표 후보 이미지를 굳어지게 할 것"이라며 "결국 지지율이 오르고 선거 막판엔 문재안 후보와 양자 대결 구도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들의 탈당이 오히려 보수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치의 대의인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보수의 가장 큰 덕목은 품격이다. 정치에서는 '명분' 있어야 품격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들의 탈당은 명분이 없다. 오히려 '철새' 이미지 때문에 이들의 홍 후보 지지 선언이 보수 층의 결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투표장에 나오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영철 의원이 3일 탈당을 번복하고 유승민 후보를 돕겠다며 바른정당 잔류를 선언했다. /더팩트 DB |
◆"국민여론 등 돌려, '찻잔 속 태풍 그칠 것"…황영철 탈당 '번복'
실제 국민적 여론은 이들의 탈당을 지지하는 모양새가 아니다. 탈당파 의원들에게는 2일부터 수십~수백 통의 항의 문자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상에서도 이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방송인 전여옥 씨도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도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다"면서 "탈당을 할 때 그 '결기'는 '헛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태를 "'떳다방' 정치에 '보따리장사' 정치"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상황이 이러자 탈당을 번복하는 의원도 나왔다. 황영철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 발표에 동참한 것을 자책한다"며 "바른정당에 남아 유승민 후보를 돕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개인적 이해에 따른 '원칙 없는 이합집산'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홍 후보가 원하는 보수 결집은커녕 보수가 투표장에 나오는 것을 막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복당을 대선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