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토론] 홍준표는 기세등등했고, 유승민은 간절했다(종합)
입력: 2017.05.03 00:10 / 수정: 2017.05.03 01:16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참석해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참석해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 | 오경희 기자] 19대 대선 마지막 'TV토론'의 키맨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다. 최근 보수층의 지지율 급상승과 바른정당 내 비유승민계 탈당으로 기(氣)가 오른 홍 후보는 2일 중앙선관위 주관 토론회에서 선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압박했다. 또 다른 키맨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다. 그는 홍 후보의 비아냥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간절하게 호소하며 토론회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두시간 동안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토론회는 주요 5당 대선후보들이 복지·교육 공약과 국민통합 방안에 대한 공통질문에 답하고, 자유토론을 했다.

주로 질문은 상대적으로 문재인-홍준표 후보에게 집중됐다. 토론 초반 문 후보는 긴장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단호박' 토론 기조로 대응했고, 홍 후보는 상대의 질문에 '가만있어봐'라며 '멘탈갑' 별칭답게 응수하며 선문답식으로 추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상대 후보들에 대한 공약을 짚으며 '안전 노선' 전략을 폈고, '심크러쉬'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사이다 발언'으로 공격력을 유지했다. '토론의 제왕' 유승민 후보는 꼼꼼한 질의를 이어갔으나, '탈당 사태' 여파로 다소 힘이 빠진 듯했다.

토론 과정에서 후보 간 격론을 펼친 주요 쟁점과 공방전을 정리했다.

◆ 교육·복지 분야…단설유치원·반값등록금·수시비중·귀족노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교육·복지 공약부문에서 격론의 포문을 연 쟁점은 안철수 후보의 '단설 유치원 설립 제한과 학제개편' 공약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공공보육을 확대하자는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공약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인지. 또 학제개편은 전문가들이 최악의 공약이라고 평가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안 후보는 "오히려 반대로 정말로 좋은 공약이란 얘기를 듣는다. 학제개편과 유치원 교육은 한마디로 유치원 교육을 무상교육하자는 것이다"고 답하며 "문 후보에게 거꾸로 묻고 싶다. 이대로 가자는 건가. 고등학교 학점제 확대를 공약하셨는데 예산이 얼마드는지 아냐"고 역공을 펼쳤다.

문 후보는 "고교 학점제는 서울, 경기, 세종시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안 후보는 "전국으로 확대하면 10조 원이 든다. 문제점 중 하나가 농어촌 학교 여력이 부족하고, 입시위주 폐해를 낳는다"고 재반박했다.

안 후보에 이어 문 후보는 홍준표 후보로부터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한 공격을 받았다. 홍 후보는 "DJ(김대중), 노무현 정부때 대학등록금을 자율화해놔서 등록금이 두 배 올랐는데, 자기가 집권하면 옛날로 돌아가겠다고 반값해주겠다고 선심 쓰냐"고 주장했다.

문재인(왼쪽) 후보는 단설유치원 설립 제한 공약은 공공보육을 확대하자는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안 후보는 무상교육을 하자는 취지라고 맞섰다./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왼쪽) 후보는 "단설유치원 설립 제한 공약은 공공보육을 확대하자는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안 후보는 "무상교육을 하자는 취지"라고 맞섰다./국회사진취재단

문 후보는 "홍 후보는 반값등록금에 반대하는 거냐. 다음 정부 운영을 얘기하십시다"라고 차단했지만 홍 후보는 "반대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때 3% 밖에 안올렸고 지금도 억제하고 있다. 자기들이 대통령 비서실장할때 두 배 이상 올려놓고 '이제와서 환원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건 좀 그렇죠"라고 맞섰다. 문 후보는 "그게 무슨 선심입니까. 과중하니 낮추자는 거지"라고 웃어 넘겼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승민 후보는 '수시 비중 축소'에 대해 문 후보에게 질의했다. 그는 "문 후보님 공약 중에 수시 비중 축소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정시를 늘리겠단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논술 전형 특기자 전형은 없애서 대학입시를 단순화하고 그것을 통해 사교육비를 낮추자는 것이다. 이걸 없애면 수시비중 줄어들고, 이 부분에 대해선 각 대학의 자율이다"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정시가 늘면 무슨 수로 수시를 줄인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고 문 후보는 "수시 비중 는다고 정시 비중은 느는 게 아니다"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유 후보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하신다"고 일갈했다.

심상정(오른쪽) 후보가 서울대병원 적자를 언급하며 폐쇄 가능성을 질문하자 홍준표 후보는 견강부회하지 말라며 놀면서 일 안 하고 도민들 세금만 축내니까 폐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국회사진취재단
심상정(오른쪽) 후보가 서울대병원 적자를 언급하며 폐쇄 가능성을 질문하자 홍준표 후보는 "견강부회하지 말라"며 "놀면서 일 안 하고 도민들 세금만 축내니까 폐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국회사진취재단

'홍준표 저격수' 심상정 후보는 "진주의료원을 '돈 먹는 하마다. 문 닫길 잘했다'고 말씀하시는데 대통령이 되면 의료원을 다 폐쇄하겠냐"고 물었고 홍 후보는 "내가 강성 귀족 노조를 철폐한다고 했다. 진주의료원은 강성 귀족노조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 후보가 서울대병원 적자를 언급하며 폐쇄 가능성을 질문하자 홍 후보는 "견강부회하지 말라"며 "놀면서 일 안 하고 도민들 세금만 축내니까 폐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오히려 "그건 도민들이 홍 후보에게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유 후보는 여성가족부폐지를 주장하며 문 후보와 설전을 벌였고, 안 후보는 문 후보와 '5G 설치 국가 주도'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또 문 후보가 '4대강 사업의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자, 홍 후보는 "소양댐은 물을 가둬도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잘한 사업"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 국민통합 방안…사드배치·계파패권주의·바른정당 탈당

토론회 시작에 앞서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후보(왼쪽부터)가 안철수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토론회 시작에 앞서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후보(왼쪽부터)가 안철수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두 번째 토론주제에선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문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돈을 청구해 오지 않았느냐"며 "이쯤되면 사드를 국회에서 살펴보고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홍 후보는 "(비용부담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하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정권이 들어서면 칼빈슨함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사드와 FTA(자유무역협정) 문제 모두 해결된다"고 자신했다.

안 후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보면 분명히 나와 있다. 그런 무기에 대해서는 미군이 비용을 부담하게 돼있고 한국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드가 배치된다고 해도 우리가 부담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10억불을 얘기했다고 그걸로 사드 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 후보나 심 후보는 본질이 뭔지를 봐야한다"고 지적했고, 심 후보는 "이 정도로 심각하면 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원회를 열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 유고 상태에서 무슨 권한으로 협상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참석해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참석해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사드 배치' 격론에 이어 안 후보는 "계파패권주의 폐해를 어떻게 할 것이냐"며 또다시 문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문 후보는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당과 같다. 계파 패권주의"라고 응수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를 도와줬던 전직 당대표가 모두 당에서 나왔는데 정치인에게 탈당은 매우 중요한 결단"이라며 "그분들을 모두 다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격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그렇게 당을 쪼갠 사람이 안 후보 아니냐"고 반문했고 안 후보 역시 "쪼갠 사람은 문 후보다. 통합 방안이 있냐"고 맞섰다.

이날 토론회의 하이라이트는 홍 후보와 유 후보 간 설전이었다. 유 후보는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하셨다.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였다는 발언도 하셨고 헌재가 정치적으로 판단했다고 하셨다"고 질의했고, 홍 후보는 "유 후보처럼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했으면서도 배신하면서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그럴 수 있는데 사법적 판단은 정식으로 법 절차 따라서 하는게 옳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어 유 후보는 홍 후보의 '돼지발정제' 논란을 겨냥한 듯 "흉악범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했는데 성폭력범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홍 후보는 "이 질문에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는데 그런 식으로 비열하게 하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홍준표(왼쪽) 후보는바른정당 (탈당하겠다고 하는 의원들) 만나보니 처음 만나보자고 해서 가서 왜 나오려고 하냐고 물어보니 후보가 덕이 없어서 도저히 대선 못 치르겠다고 그래서 나온다고 하더라라고 유승민 후보를 비난했다./국회사진취재단
홍준표(왼쪽) 후보는"바른정당 (탈당하겠다고 하는 의원들) 만나보니 처음 만나보자고 해서 가서 왜 나오려고 하냐고 물어보니 후보가 덕이 없어서 도저히 대선 못 치르겠다고 그래서 나온다고 하더라"라고 유승민 후보를 비난했다./국회사진취재단

그러면서 홍 후보는 "바른정당 (탈당하겠다고 하는 의원들이) 처음 만나보자고 해서 가서 왜 나오려고 하냐고 물어보니 후보가 덕이 없어서 도저히 대선을 못 치르겠다고 그래서 나온다고 하더라. 그런 식으로 비열하게 질문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유 후보를 비난했다.

앞서 토론회에 비해 말수가 다소 준 유 후보는 토론회 말미에 "제가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시간을 아꼈다"며 "깨끗하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하고 싶었다. 쉽지 않은 거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바른정당 13분이 당을 떠났다. 힘들고 어렵고 외롭지만 저는 실망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이 손을 잡아주시면 개혁보수의 길을 계속 가고싶다. 꼭 좀 부탁드린다"고 간절하게 지지를 호소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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