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마크맨' 25시] 홍준표의 '씨암탉' 먹방이 어색했던 이유
입력: 2017.05.02 04:00 / 수정: 2017.05.02 06:18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에 있는 전동성당 앞 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가 준비한 씨암탉을 먹고 있다. /전주=신진환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에 있는 전동성당 앞 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가 준비한 씨암탉을 먹고 있다. /전주=신진환 기자

'장미 대선'이 시작됐습니다. 5월 9일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이번 선거는 기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후보도 많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주요 대권주자입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취재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후보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보들과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를 '마크맨'이라고합니다. <더팩트> 기자들도 각 후보별 마크맨들이 낮밤없이 취재 중입니다. '마크맨 25시'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없이 풀어쓰는 코너입니다. 각 후보 일정을 취재하며 마크맨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ㅣ전주=신진환 기자] 광주→전주→대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일 훑고 지나갈 지역이다. 홍 후보가 거치는 지방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쏠린 곳은 전북 전주시였다. 왜냐하면 홍 후보의 처향(妻鄕)이 전북이었기 때문이다. 홍 후보의 배우자 이순삼 여사는 고향이 전북 부안군이다. 또, 홍 후보는 부안에서 단기사병으로 14개월간 군 복무를 한 만큼 전북과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하나 더. 지난 3월 21일 당내 경선 레이스를 펼치던 홍 후보는 전북 새만금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북은 내 처의 동네다. 35사단 부안행안대대에서 14개월 복무했고, 한때는 전북도민이었다"며 "전북은 내가 도민이었기 때문에 나를 배척할 이유가 없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홍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한 지난달 17일 이후 약 보름여 만에 처가가 있는 지역을 찾았다. 때문에 애초 홍 후보의 일정을 받아보고 '전북의 중심' 전주의 민심을 살펴보리라 마음먹었다.

전주 완산구 전동에 있는 전동성당 앞 광장에서 모인 시민 300여 명 가운데 중장년층을 상대로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곳은 인근에 한옥마을이 있어 관광객들이 많은 터라 '진짜' 시민을 찾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중장년층은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경향이 짙은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에 있는 전동성당 앞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전주=신진환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에 있는 전동성당 앞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전주=신진환 기자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 탓에 이마에 작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중년이 눈에 들어왔다. 중화산동에 거주하는 장모(54) 씨였다. "홍 후보가 '전북 사위'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장 씨의 대답은 단호했다. "홍 후보의 처가가 전북이라는 점은 제 선택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전북이 처가라는 것보다는 엉망이 된 나라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정권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효자동에 사는 윤모(46·여) 씨는 "홍 후보의 처가가 부안이라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어 "전북과 인연이 있다는 것을 참고만 하겠다"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을 보였다. "관심이 낮은 것 같은데, 왜 유세를 지켜보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모처럼 가족끼리 봄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주변에서 홍 후보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구경하려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오후 2시께 모습을 드러낸 홍 후보가 유세차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다. 대부분 후보가 방문한 지역의 '맞춤형'으로 발언하듯 홍 후보 역시 전북과 인연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제가 전북도민이었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을 것"이라며 "1981년 4월부터 1982년 6월까지 전북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에서 1년 4개월을 도민으로 살았다. 부안군 3대대에서 방위소집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필자 옆에 있던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동 없이 홍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처가의 결혼 승낙을 받던 과정에서 어려웠던 일화를 밝힐 때 일부 시민은 술렁였다. 홍 후보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장인은 우리 집에 올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집에 못 오게 했다. 장모님만 오라고 했고, 장인은 26년간 못 오게 했다. 장모님만 모시고, 용돈도 돈 있으면 장모님만 줬다"고 말하자, 오히려 한 시민은 혀를 차면서 "아무리 그래도…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네!"라며 홍 후보를 지적했다. 이후 홍 후보는 "장인 임종을 본인이 지켰다"면서 "관계를 풀었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에 있는 전동성당 앞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전주=신진환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에 있는 전동성당 앞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전주=신진환 기자

그런데도 일부 시민의 표정은 탐탁치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 '전북 사위' 홍 후보에 대한 민심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연설을 마친 뒤 홍 후보는 한 노년의 지지자가 준비한 '씨암탉'을 먹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전통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한 호남에서 '전북 사위' 이미지를 부각하고 지역 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몸싸움을 벌이면서 '순간'을 담기 위해 휴대전화로 그 모습을 담고 돌아선 그때, 홍 후보와 지지자의 행동이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시민들의 반응에서 알 수 알게 모르게 설명할 수 없는 그 어색함.

그래서인지,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선거가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하지만, 전북 방문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나. 대구·경북, 부산·경남과 비교하면, 선거운동이 중반을 넘긴 즈음에 '전북 사위'가 찾아오면 처 고향 사람들이 서운하지 않겠느냐'고.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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