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3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사드반대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 | 최재필 기자] "10억 달러의 사드 배치 비용은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과 29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이어 주장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으로 촉발된 '사드 비용'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안보수장이 나서 '재협상'을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협상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한미 안보수장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으면서 진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얼개는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청구서' 발언 논란과 관련,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30일 전화통화를 가졌다. 이 통화 직후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는 우리 정부가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사드비용 부담'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美 안보보좌관 "재협상 있기 전까지 기존협정 유효"…靑 "기존 합의 재확인"
문제는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측의 발표와는 다른 발언을 내놨다는 점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당신이 한국 측 카운터파트에 기존 협정을 지킬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사실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내가 한국의 카운터파트에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 그 기존 협정은 유효하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정부는 맥매스터 보좌관의 인터뷰가 진실공방으로 확산되며 논란이 일자 1일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맥매스터 보좌관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은 한미간의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 협정은 유효하다"는 맥매스터 보좌관의 발언에 무게를 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재협상'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진위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5차 TV토론회에 앞서 대선후보들이 '투표합시다'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심상정 정의당·유승민 바른정당·안철수 국민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대선후보들 의견은 엇갈려…文·安 "국회 비준 필요" 洪 "협상용" 沈 "사드 철회" 劉 "미국 부담"
사드 배치 비용 논란에 대해 대선 후보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지난달 30일 사드 비용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 비용으로 우리 국가 예산 400분의 1이 넘는 10억불을 내놓으라고 한다"며 "처음에 부지만 제공하면 될 것처럼 하더니 선거 국면에 슬그머니 사드를 먼저 보내놓고 이제 돈을 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드 배치도)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며 "새 정부가 결정하고 국비 비준 동의를 거쳐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돈 요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측은 미국 측이 사드 관련 양국 합의를 깬다면 국회 비준절차를 거치는 등 배치 문제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근식 정책 대변인은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조원 이상이라는 것은 엄청난 국가 이익이고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국회 비준 절차가 남는다"며 "다시 절차를 밟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는 "(미국 측의) 협상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홍 후보는 "트럼프는 자세히 보면 협상하기 전에 조건을 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업가들"이라며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이야기하는 것도 협상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우리가 250억 달러 흑자를 보고 있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중동에서 수입하는 가스를 미국의 셰일 가스로 대체해주면 협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비용을 얘기할 거면 사드를 가져가라"고 했다. 심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사드를 철회하고 밀실협상 실체를 반드시 밝히겠다"며 "아직 사드가 배치됐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대통령이 되면 사드배치에 그동안 생략된 절차를 반드시 거치고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 사드를 철회시키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한미) 양국 간 합의한 대로 하는 것"이라며 "한미 합의대로 미국 측이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했다. 유 후보는 "(최근) TV 토론회에서 이야기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압박으로 작용할까 봐 걱정"이라며 "방위비분담금이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든 (미측이) 협상을 요구해오면 그에 따라 현명하게 대처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