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응원문구'로 본 '투대문' 열기, 옴짝달싹 못했네
입력: 2017.05.01 05:00 / 수정: 2017.05.01 11:19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 로터리 앞에서 집중유세를 펼치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신촌=남윤호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 로터리 앞에서 집중유세를 펼치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신촌=남윤호 기자

[더팩트 | 신촌=오경희 기자] 사방팔방이 막혔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옴짝달싹할 수 없다. 숨이 막힌다. 머리가 핑 돈다. 4월 30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에 서 있다. '젊음의 거리'가 여느 때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디딜 틈 없이 인파(주최 측 추산 3만5000명)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보기 위해서다.

주말인 이날 문 후보는 충남·대전에 이어 서울 신촌에서 집중 유세를 펼칠 예정이었다. 한 시간전부터 신촌 거리는 들썩였다. '차 없는 거리' 길목,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에선 흥겨운 춤마당이 펼쳐졌다. 유세단의 선거율동에 맞춰 대학생, 아줌마, 아저씨들이 신나게 몸을 움직였다. 축제의 장이었다. 외국인들은 "축제냐"며 신기한 눈으로 지켜봤다.

문 후보의 신촌 유세 한 시간 전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위)과 공약집을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는 한 유권자./신촌=오경희 기자
문 후보의 신촌 유세 한 시간 전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위)과 공약집을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는 한 유권자./신촌=오경희 기자

유세 무대와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눈에 띄게 많아졌다. 2030세대 젊은 지지자들은 '문재인' 야광봉을 손에 들고,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 머리띠를 쓰고 거리로 나왔다. 아이를 목말 태운 4050세대도 함께였다. 또, 누가 젊은 유권자들에게 '공알못(공약을 알지 못한다)'이라고 했던가. 거리 중간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공약집을 구매하는 청년들도 꽤 눈에 띄었다. '알바비(아르바이트 임금)' 중 1만5000원을 내 공약집을 산 20대 대학생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대통령을 뽑으면 안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열기는 각종 '응원문구'가 담긴 피켓에서 읽을 수 있었다. '얼굴로 입덕(팬의 길로 들어섰다는 의미)' '우리도 잘생긴 대통령 좀 가져보자' '이니사랑 나라사랑' '잘생긴 순서대로 해도 NO.1 문재인' '얼굴이 패권이다' '파란대문' '다빼줄껴 금니까지' '대깨문, 투대문, 어대문' '눈흙문' 등등. 오랫동안 지지율 1위를 유지 중인 '문재인 대세론'을 여실히 보여줬다.

신촌 유세 현장을 가득 메운 인파와 지지자들이 다양한 응원문구가 담기 피켓 모음./오경희 기자
신촌 유세 현장을 가득 메운 인파와 지지자들이 다양한 응원문구가 담기 피켓 모음./오경희 기자

이윽고, 문 후보가 등장했다. '문재인'을 외치는 함성이 메아리쳤다. 거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저마다 휴대전화를 머리 위로 들고 '문재인 찍기' 경쟁에 돌입했다. 좋은 '스팟'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명당을 차지했다고 나름 자부하고 있었는데 인파에 떠밀려 점점 문 후보와 거리는 멀어져만 갔다. 꼼짝없이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갇혔다.

동전의 양면이 있듯, 열기 이면에 싸늘한 반응도 스쳤다. 거리 일대가 꽉 막히자 통행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여럿 있었다. 경찰을 투입해 통로를 확보해보려 했으나, 사람이 드나들기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문 후보의 지방일정을 동행해 뒤늦게 합류한 카메라 기자 몇몇도 인파를 뚫지 못하고 갇힌 신세가 됐다. 심지어 선대위 실무진도 작은 가게에 들어가 주인의 눈치를 보며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가게 주인은 "대체 뭐하는 짓이냐"며 볼멘소리를 했고, 실무진은 양해를 구했다. 저마다 유세 현장을 지나야 하는 사람들도 잔뜩 성이 났다.

수만명이 인파가 몰리자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과 취재진./오경희 기자
수만명이 인파가 몰리자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과 취재진./오경희 기자

중간자 입장에서 환호하는 이도, 화가 나는 이도 모두 이해가 됐다.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는 모든 유세 현장에서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다. 특정 후보 지지여부를 떠나 '선거에 관심이 없다'거나 '투표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도 종종 만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는 사실을 다시금 곱씹어본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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