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마크맨' 25시] '열공, 또 열공' 安과 함께한 첫 비행
입력: 2017.04.29 02:00 / 수정: 2017.04.29 09:04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낮 12시께 제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서민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낮 12시께 제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서민지 기자

'장미 대선'이 시작됐습니다. 5월 9일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이번 선거는 기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후보도 많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주요 대권주자입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취재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후보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보들과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를 '마크맨'이라고합니다. <더팩트> 기자들도 각 후보별 마크맨들이 낮밤없이 취재 중입니다. '마크맨 25시'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없이 풀어쓰는 코너입니다. 각 후보 일정을 취재하며 마크맨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 | 제주·경주·대구=서민지 기자] '두둥' 비행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만났습니다. 평소 안 후보는 은색 카니발을 타고, 기자들은 기자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이동 중 마주칠 일은 없는데요. 게다가 비행기를 같이 탄 건 처음이네요.

27일도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최근 하락세로 접어든 지지율 때문인지, 안 후보는 '제주→경주→영천→대구'를 돌며 7개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제주→경주'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부산(김해)으로 향하는 낮 12시 비행기편은 단 하나밖에 없었고, 안 후보 일정에 동행하는 모든 이들은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됐지요.

그러다보니 좌석이 모자랐습니다. 전날(26일) 비행기 예매를 하려고 보니 '이코노미석(일반석)'이 매진된 겁니다. 어쩔 수 없이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을 타게 됐는데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낮 12시 이륙 직전 비행기에서 김경록 선대위 대변인에게 서류를 건네받고 있다.  /서민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낮 12시 이륙 직전 비행기에서 김경록 선대위 대변인에게 서류를 건네받고 있다. /서민지 기자

먼저 입장해서 앉아있었습니다. 이 구간의 대부분은 안 후보 일정에 동행한 기자들 혹은 일반인이었습니다. 몇몇 자리가 비어 있기에 안 후보가 타려나 생각했습니다. 낮 12시 비행기 이륙이 임박하자 안 후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이코노미석으로 넘어갔습니다. 도리어 안 후보를 경호하던 일부 경호원들이 멋쩍은 표정으로 프레스티지석에 앉았습니다. 취재진들은 "서민 코스프레라고 해도, 의외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안 후보는 이코노미석 오른열의 가장 앞줄에 앉았습니다. 당연히 비행기에 탄 주변 시민들의 시선은 안 후보에게 쏠렸습니다. 안 후보의 오른편은 복도, 왼편은 최 비서실장이, 뒤편은 김경록 대변인이 함께했습니다. 앞뒤 양옆으로 경호원들이 포진해 있었고요.

그렇다면 비행기에서 안 후보는 무엇을 했을까요. 비행 전부터 김 대변인은 안 후보에게 서류를 들이밀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안 후보는 서류를 보며 입을 떼 조용히 중얼거리며 읽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안 후보가 무엇을 했냐'고 최 비서실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서류만 주구장창 봤어요"라는 말이 돌아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안 후보가 하루에 봐야하는 서류의 양은 엄청납니다. 이날만 해도 각 지역에 맞게 유세문도 수정해야 하고, 주요 정치 현안들도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누가 언제 물어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중앙선대위에서 하루에 2건씩 발표하는 본인의 정책 관련 부분도 숙지해야합니다. 이를테면 이날 발표한 예술공약입니다. 블랙리스트도 화이트리스트도 아닌, 'NO(노)리스트' 정책 같은 것이지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27일 대구 유세에서 홍찍문을 강조하며 안철수 찍으면, 안철수가 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27일 대구 유세에서 '홍찍문'을 강조하며 "안철수 찍으면, 안철수가 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비행기에서 '열공'한 덕분인지 안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지역에 맞는 전략적인 공약을 발표하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평소 '미래'를 강조하는 평이한 내용의 유세문을 어느 지역에서든 똑같이 발표했던 것에 비해 다채로워졌달까요.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견인했던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율이 주춤하자, '절박한 호소문'을 작성했나 봅니다.

"요즘 홍준표 후보 뜨는 거 보고 누가 웃고 있습니까?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에게 박수받고 다닙니다. 알고 계십니까?" 이른바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 논리입니다. 안 후보는 경주와 대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속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자기 마음에 안드는 이야기한다고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호통치는 후보 오만하지 않습니까. 아들 취업비리 의혹 물어보면 '됐다, 그만하라' 말 자르는 태도. 이거 불통 아닙니까? 대통령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여러분 말 과연 듣겠습니까?" 문 후보를 '불통 대통령'으로 부르며, 문 후보에 대한 공세수위도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안철수 찍으면, 안철수가 됩니다"라는 '안찍안'을 내세웠습니다. 안 후보는 "저 안철수 오늘 이곳에서 계파패권주의의 종말을 선언합니다! 통합 바라는 여러분의 뜻 꼭 국정에 반영하는 국민 대통합정부 만들겠습니다! 새로운 미래로 과감히 전진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시겠습니까"라고 외쳤습니다. 다음 날(28일) 있을 집권 시 차기 내각 운영방안에 대한 포석을 깔은 건데요.

안 후보는 이날 늦은 밤 서울에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서도 '개혁통합정부'와 관련해 논의했고, 28일엔 직접 발표했습니다. 과연 안 후보가 김 전 대표를 끌어안고, 지지율 반등을 노릴 수 있을까요?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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