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마크맨' 25시] 안철수, 'ctrl+c= ctrl+v' 연설...최선입니까?
입력: 2017.04.27 12:53 / 수정: 2017.06.09 18:06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선거유세는 가슴을 울리는 연설이나, 돌발(?) 발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26일 강원도 강릉시 금성로 로터리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안 후보. /강릉=배정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선거유세는 가슴을 울리는 연설이나, 돌발(?) 발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26일 강원도 강릉시 금성로 로터리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안 후보. /강릉=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강릉·춘천=변동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유세 일정을 취재 중이다. 가까운 서울부터 멀리는 부산까지 전국 8도를 누비고 있는 셈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던 역사는 없는 것 같다. 1박2일이면 다행이지만, 당일 지방 출장의 경우 저승사자와 악수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취재 환경? 좋을리 만무하다. 안 후보 유세 차량 앞 길가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면 시민들 발에 치이기 일쑤다. 뿐만 아니라 곱게 다려 입은 정장은 반나절만 지나면 꼬질꼬질 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고생하는 회사 선후배 및 동료 기자들을 보며 젖먹던 힘까지 짜내 취재를 이어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금성로 로터리 유세에서 태블릿 PC를 보며 연설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금성로 로터리 유세에서 태블릿 PC를 보며 연설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 안 후보의 복사, 붙여넣기 방식의 연설이다.

안 후보는 26일 춘천에선 "존경하고 사랑하는 춘천시민 강원도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기호 3번 안철수입니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보수 진보, 진보 보수가 아니라 미래로 나가야 합니다" "제가 통합의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통합의 나라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전임정권 실세였습니다. 집권당이나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북핵, 미사일 위기는 더 커졌습니다. 책임 위치에 있었던 분들 반성부터 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개혁의 적임자 누구입니까! 통합의 적임자 누구입니까! 미래의 적임자 누구입니까! 더 좋은 정권교체 누가 할 수 있습니까! 국민이 이깁니다" 등을 골자로 연설했다.

곧바로 이동한 원주에서는 '춘천시민'에서 '원주시민'이라고 바뀌고, 사실상 모든 내용이 똑같았다. 심지어 앞서 춘천에서 밝힌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및 사후 활용방안 마련 ▲환동해 경제융합허브 구축 ▲신재생에너지 집적단지 조성 ▲체험형 내륙관광 활성화 ▲춘천 공연 및 애니메이션 산업 확대 ▲원주 의료기기단지 활성화 등 5가지 공약도 같았다.

문제는 지난 21~22일 PK 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연설했다는 점이다. 가슴을 울리는 연설이나, 돌발(?) 발언을 기대하는 입장에선 힘이 빠지는 것을 넘어 '앵무새' 같은 느낌도 받는다.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둔치 주차장에서 어떠한 대본도 없이 유세를 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이새롬 기자
사진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둔치 주차장에서 어떠한 대본도 없이 유세를 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이새롬 기자

반대로 안 후보 취재 전 필자가 마크했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항상 달랐다. 누가 적어준 대본이 아닌 국민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과 이루려고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대로 내뱉었다. 날 것 그대로 자신을 드러냈다. 역동적이고 울림으로 다가온 이유다.

물론 연설문을 보고 읽는 안 후보에 비해 유 후보는 문장이나 화법 등이 부자연스러울 수는 있지만, 절실함과 처절한 진정성 만큼은 여러 시민들의 가슴을 울리기 충분하다. 유 후보가 지난 4차례 토론회에서 최고 평점을 받은 까닭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많은 대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생각이 아닌 남이 써준 대본을 읽는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가 남이 써준 대본을 읽는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적어도 취재기자 입장에선 날것 그대로의 유세를 한 번쯤은 들어보고 싶다. 그래야 많은 검증 부분 중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은 두 번의 TV토론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돌발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대본 없이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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