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9대 대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맞불 동선과 유세 전략'을 펴고 있다./이새롬·배정한 기자 |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안철수가 금요일에 부산가니까, 문재인도 주말에 부산가겠지."
'5·9 장미대선'의 양강 구도를 형성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개시(17일) 이후 표심 공략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서로의 '흔적'을 지우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하루 차이로 다녀간 지역을 교차해 집중 유세를 펼치는가 하면, '한날 같은 정책'을 발표해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방문을 유세 일정으로 잡았다. 부산고 출신의 안 후보는, 이곳에서 '안풍(安風)' 확산에 주력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PK는 보수의 텃밭으로, 야권에 적을 둔 안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보수층을 흡수하며 최근 문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곧바로 문 후보는 다음 날인 22일 행선지로 'PK'를 낙점했다. 울산과 창원, 부산을 잇따라 방문한다. 경선 과정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도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고 출신에,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문 후보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PK 지역의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수 성향이 강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전 대구광역시 북구 경북대학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
두 사람 간 '동선 경쟁'은 앞서 공식 선거운동 첫날과 이튿날에도 두드러졌다. 문 후보는 17일 오전 민주당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유세지로 선택해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고, 오후 상경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 대통령'을 약속했다. 이에 18일 안 후보는 대전과 대구를 돌며 '문색(文色)'을 지웠고, 같은 날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전날 들른 전주와 광주를 방문해 '안색(安色)'을 지웠다.
동선 뿐만 아니라 '정책 발표'도 앞다퉈 하고 있다. 지난 18일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나란히 '기초연금 20만 원→30만 원 인상'을 골자로 한 '노인공약'을 발표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문 후보가 하위 70%, 안 후보가 하위 50%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20일엔 두 후보 모두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핵심으로 한 '장애인 복지 공약'을 발표했고, 21일엔 '과학의 날' 맞춤형 '과학기술 정책'과 메시지를 각각 내놨다.
양측의 이 같은 '맞불 경쟁'은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더욱 더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 없이 짧은 기간 내에 많은 곳을 다녀야 하는 만큼, 두 후보 간 동선은 겹칠 수밖에 없다. 또 '어젠다(의제)'를 선점해 우위를 점해야 하기에 '정책 발표' 경쟁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대구광역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
한편 오는 23일 문 후보와 안 후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5당 대선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TV토론'에 참여한다. 세 번째 대선 토론으로,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원고와 규칙을 없앤 '스탠딩(서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