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유승민의 이상과 햄버거...'힘을 내요, 슈퍼파월~'
입력: 2017.04.19 02:00 / 수정: 2017.04.19 10:09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17일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잠실 한 패스트푸드 야외 탁자에서 햄버거를 먹는 모습이 한 누리꾼의 의해 촬영됐다. 유 후보는 현재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17일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잠실 한 패스트푸드 야외 탁자에서 햄버거를 먹는 모습이 한 누리꾼의 의해 촬영됐다. 유 후보는 현재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한참을 들여다봤다. 혹시 합성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가슴 한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까지 올라왔다.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한 장의 사진에 오롯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17일 유승민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선거 대선 후보가 한 패스트푸드 가게 앞 야외 의자에서 햄버거를 먹는 장면이 한 누리꾼에 의해 포착돼 화제를 낳았다. 대한민국은 이날부터 22일간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유 후보의 지지율은 사실상 꼴찌다. 역전의 희망을 안고 레이스에 뛰어든 유 후보 처지에선 촌각의 시간도 아까웠으리라. 그래도 '유승민'이라는 정치인 이름이 가진 무게감을 고려할 때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은 왠지 이질감을 자아냈다.

캠프에 사실을 확인했다. "잠실 유세를 마치고 그냥 시민들이 있는 곳에서 먹은 것이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햄버거가 첫 식사였다."

보수 정치인 중 유 후보는 '개혁보수' '따뜻한 보수'를 표방한다. 어느 때는 '이 사람의 정치는 보수가 맞나' 싶을 정도이다. 필자가 유 후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던 2015년 4월 8일부터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때 솔직히 놀랐다. 당시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야당 의원보다도 더 야당 의원 같았기 때문이다.

유 후보는 2015년 7월 8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사퇴하며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유 후보의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 당시. /임영무 기자
유 후보는 2015년 7월 8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사퇴하며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유 후보의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 당시. /임영무 기자

당시 그의 연설을 일부 발췌하면 이렇다.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습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 저는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 15년 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보수 정치인이 진영에서 가장 적대시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박근혜 정부의 복지를 꼬집으며, 스스로 왜 정치를 하는지를 매일 묻는다는 그의 연설은 지금껏 본 정치인들의 어떤 연설보다도 가슴에 와 닿았다. 안타깝게도 유 후보는 이후 '배신자'로 낙인 찍혔고, 정치 인생 중 가장 큰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친박의 찍어 누르기에 결국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필자는 유 후보가 원내대표를 사퇴했을 때와 지난 총선에서 당선했을 때를 모두 기억한다. 특히 지난 총선 당시엔 그의 캠프에서 당선을 지켜보기도 했다.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의 무게감이나 정책적 명확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인해 대선후보 유승민의 낮은 지지율이나 길거리에서 첫 식사를 햄버거로 하는 모습은 안타까운 마음을 자극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고 했던가. 한편으로는 유 후보가 겪는 작금의 상황은 그동안 정치적 상황마다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그의 정치적 행보 때문은 아닌지도 생각해본다. 유 후보는 좋은 법안을 발의하고 누구보다 국방과 안보, 경제정책에 능하면서도 대중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또,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열린 보수의 새희망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유 후보. /임세준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열린 '보수의 새희망'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유 후보. /임세준 기자

그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그때 못지않은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본인은 '배신자'라는 낙인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중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또, 박근혜 정부 탄생의 핵심 참모였다는 프레임도 있다.

대선후보 TV토론이 유 후보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어느 정도는 분명 작용할 것이다. 선거에서의 지지율은 언제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유 후보가 지지율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도 상황의 급변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햄버거를 먹는 유 후보의 사진 한 장은 참으로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대통령선거, 대통령, 국민, 민주주의, 진보, 보수 등등. 그들은 왜 냉혹한 현실을 알면서도 선거에 나서는가. 지지율이 낮은 그리고 19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기호6번 조원진, 기호7번 오영국, 기호8번 장성민, 기호9번 이재오, 기호10번 김선동, 기호11번 남재준, 기호12번 이경희, 기호13번 김정선, 기호14번 윤홍식, 기호15번 김민찬 후보에게 개그맨 김영철의 유행어 '힘을 내요. 슈퍼파월~'이라는 격려의 말을 건넨다.

덧붙여 당 일부의 사퇴 압박과 지지율 부진으로 마음고생 하고 있을 유 후보에게도 이 말을 건네고 싶다. 2105년 7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를 사퇴하며 했던 그 말이다.

"오늘 아침 여의도에 오는 길에, 지난 16년간 매일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을 또 했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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