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가진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 | 상암동=서민지 기자] "제가 겁나는 모양이야. 저한텐 질문을 안 해요!"
13일 첫 대통령선거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막말 활약'이 두드러졌다. 유쾌하지만, 때론 당혹스러운 '막말' 퍼레이드를 펼쳐 주목 받았다. 홍 후보의 공격에 각 후보들은 혼비백산했고, 저마다 다른 대처법으로 홍 후보의 공격을 막아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대선후보 첫 토론회'에서 변호사 출신답게 홍 후보에 '말발'로 맞대응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반격 전술'을 사용해 홍 후보의 입을 막았다.
전 새누리당 출신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홍 후보와 '보수의 대결'을 벌이며 '세게' 붙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가세해 홍 후보에게 '정면 공격'을 가했다.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한 번 돌리고 시작하겠다"는 홍 후보와, 그의 '막말'을 제압하는 각 후보들의 반응을 정리했다.
◆ "내가 왜 주적? 그말 책임져!" 문재인, 따박따박 맞대응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가진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이날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문 후보를 '주적'으로 꼽으며 선제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문 후보는 물러서지 않고 따박따박 맞대응 했다. 문 후보의 단호한 태도에 홍 후보는 때로 말문이 막혔다.
홍 후보는 주도권토론에서 문 후보에게 "노 전 대통령의 640만 불 뇌물 수수, 같이 있으면서 몰랐냐. 그 사실을 몰랐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욕하면 안 된다.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 같이 붙어있었으면서 그걸 몰랐다고 하면 면책이 되고, 박 전 대통령은 (몰랐다는데도)감옥 들어갔다"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문 후보는 "지금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고 말하는거냐. 전 몰랐다. 그 말 책임지셔야 할 것"이라고 수차례 엄포를 놓았다.
또, 홍 후보는 또 문 후보가 왼쪽 가슴에 달고 있던 세월호 추모 배지를 언급하며 "세월호는 노무현 정부가 유병언의 빚 1150억원을 탕감해줘 살아났다"고 주장하자, 문 후보는 홍 후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말도 책임지라. 노무현 정부가 탕감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아니라고 하는데 우긴다"고 딱 잘라 말했다.
문 후보는 홍 후보가 본인을 '주적'이라 칭하자, "뼛속까지 서민, 그건 저와 같은데 왜 제가 주적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홍 후보는 "친북좌파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가 이렇게 위태로운데 당선되고 제일 먼저 김정은을 찾아가겠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적폐니까 청산하겠다고 생각하니까 주적"이라면서 "집권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말을 취소하라"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북핵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면 홍 후보는 북한에 가지 않겠냐"고 반문했고, 말문이 막힌 홍 후보는 말을 돌렸다. 홍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추진' 공약에 대해 "좌파정치인들이 반기업 정서 만들어 기업들이 다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재공격했다.
문 후보는 "선거 때마다 재벌한테 차떼기로 정치 자금을 받고 국정농단 사건에서 재벌로부터 돈 받는 게 반기업이지 재벌을 건강하게 하는 게 반기업이냐"고 되물었다. 홍 후보는 "노무현도 돈을 받았죠"라고 했지만, 사회자인 김성준 앵커의 제지로 입을 닫아야 했다.
◆ "세탁기에 돌려야" 유승민·심상정 '정조준 공격'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가진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심상정(왼쪽) 정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보수끼리'의 경쟁은 치열했다. 유 후보는 유일하게 홍 후보의 '아픈 부분'을 수차례 건들이며 치고받았으며,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 심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안보·경제 문제로 24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법원에 재판받으러 가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홍 후보의 성완종 리스트 대법원 상고를 언급했다. 홍 후보는 "제가 잘못 있다면 대통령 임기 마치고 저도 감옥가겠다. 유 후보는 옛날 이정희 의원을 보는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지금 주적은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를 공격하라"고 말했다.
언쟁이 격해지자 김 앵커는 "지금은 정책 검증 시간"이라며 홍 후보를 말렸다. 하지만 사회자의 만류에도 언쟁이 이어져 유 후보는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겠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홍 후보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고, 홍 후보는 "이미 한 번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들어갈 일이 없다"고 응수했다.
'세탁기 논쟁'에 심 후보도 거들었다. 유 후보 다음 순으로 질문권이 주어진 심 후보는 홍 후보에게 "고장난 세탁기에 넣고 돌린 것 아니냐"고 직격타를 날렸고, 홍 후보는 "아니다. 삼성세탁기다"라고 말했다.
농담 같은 발언에 화가 난 심 후보는 "도지사를 하면서 태반을 피의자로 재판받았으면 경남도민들에게 석고대죄하면서 사퇴해야하는 것 아니냐. 또 꼼수사퇴를 해서 참정권까지 없애는 건 너무 파렴치하지 않나. 양심이 있어야지. 대통령 하는 분은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정면으로 치고받았다.
홍 후보는 심 후보의 '돌격 발언'에 더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손으로 입주변을 닦았다. 보다 못해 김 앵커가 제지에 나섰지만 심 후보는 "지금 홍 후보는 정책을 논의할 게 없다. 자격부터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후보는 "청년일자리를 위해 민주노총을 응징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재벌들이 부정축재한 재산들 환수하고 홍 후보가 국민세금으로 지급한 특수활동비 사모님 생활비 드린거 이런 것들도 알뜰하게 챙겨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자,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될리 없으니 그런 꿈은 안꾸셔도 된다"고 비아냥댔다.
◆ "좌파우파? 나는 상식파" 고개 홱 돌린 안철수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가진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안 후보에게도 홍 후보의 공격이 이어졌다. 안 후보는 첫 공격엔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 당황한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냈지만, 시간이 지나자 도리어 홍 후보와 같은 방식으로 반격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 "'창원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의 R&D 역량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이냐"고 물었고, '창업'이라는 자신의 주분야인 만큼 깊게 파고들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의 질문이 수차례 이어지자 "글쎄요. 안 후보가 중소기업 운영을 해봤으니까 제가 집권하면 이야기를 잘 듣겠다"면서 더이상 질문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안 후보는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해했다.
그러나 홍 후보의 두 번째 공격에 대처는 달랐다. 홍 후보가 "지금 보면 민주당은 호남 1중대, 국민의당은 호남 2중대인데, 선거가 끝나면 이미 합당하는 것 아니냐"며 당 정체성을 문제 삼았고, 안 후보는 "제가 반대로 묻고 싶다. 박 전 대통령은 150석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법을 통과시켰나? 협치를 했나? 대통령은 협치가 가능한지,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가 또 한번 "국민의당은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당이다. 나중에 합당하게 되면 어쩌겠나"라고 되묻자, 안 후보는 "그럴 일 없다"면서 "지난 총선 때 이미 (국민의당의) 돌파력을 보여드렸다"고 딱 잘라말했다.
또한, 본인이 주도권을 가지고 토론할 때 안 후보는 홍 후보를 되려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홍 후보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시겠나, 아니면 지지자들의 대통령이 되시겠나"라고 물었다.
홍 후보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게 맞다"고 했고, 안 후보는 "그런데 지금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고 계신다"고 말했다. 반격을 당한 홍 후보는 "거꾸로 묻겠다. 안 후보는 우파인가 좌파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나는 상식파"라고 말하며 홍 후보가 더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게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