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마크맨' 25시] 기승전 '안보'…시민 돌발 질문엔 '침묵'
입력: 2017.04.12 11:11 / 수정: 2017.04.12 11:1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파주=이새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파주=이새롬 기자

'장미 대선'이 시작됐습니다. 5월 9일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이번 선거는 기간도 짧을 뿐만 아니라 후보도 많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물론 김종인 전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주요 대권주자입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취재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후보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보들과 일정을 함께하는 기자를 '마크맨'이라고합니다. <더팩트> 기자들도 각 후보별 마크맨들이 낮밤없이 취재 중입니다. '마크맨 25시'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없이 풀어쓰는 코너입니다. 각 후보 일정을 취재하며 마크맨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취재를 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ㅣ파주·포천=신진환 기자] #1. 11일 오전 9시 30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보다 한 발 앞서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 도착했다. 자연스레 발길은 전망이 좋은 곳으로 향했다. 북녘을 바라봤다. 조용히 흐르는 임진강과 자유의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북한 실상은 보이지 않지만 적막함이 흐르는 가운데 철책과 초소가 보였다. 우리나라가 휴전국임을 새삼 실감했다.

만감이 교차한다. 강원도 고성군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서 군 복무를 했던 시절이 오버랩됐다. 짙은 안개만 없다면 맨눈으로 북한 땅을 볼 수 있어 분단국가임을 늘 인식하고 살았던 때가 있었는데, 전역한 이후 차츰 둔감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예비역, 특히 최전방 일선에서 복무한 이들은 안보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껴 잘 알 것이다.

현재 대선 이슈는 '불안한 한반도'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 항공모함 등이 한반도 인근 해상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한반도 전쟁설' '북폭설' 도 떠도는 실정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11일 경기도 파주의 판문점에서 군 관계자와 걸음을 옮기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11일 경기도 파주의 판문점에서 군 관계자와 걸음을 옮기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역시나 홍 후보는 '안보 행보'를 펼쳤다. 이날 오전 10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 전 판문점을 들린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한국 대통령 가운데 누구도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JSA) 지역까지 온 일이 없었다고 일선 장교의 말을 전했다. 유일하게 미국 클린턴 대통령만 JSA를 방문했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도 방문하지 않은 곳을 자신이 방문한 것에 큰 의의를 두는 모습을 보면서 안보를 챙기는 홍 후보의 전략을 읽을 수 있었다. 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보다 뚜렷한 안보관을 내세우며 '안보 주자'의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속셈이 엿보였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부터 안보를 수없이 강조해왔던 그다. 보수당 후보답게 안보에 관한 일관성은 인정해야 할 듯싶다. 안보는 국가의 존망을 가르기에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안보에 집중하는 것은 그의 전략이라고 하나 우파만이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는 접근은 아쉽다. 보수 결집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일 수 있겠다. 그러나 좌파 진영에서도 안보관을 '우클릭'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11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송우시장 일대에서 포천시장 보궐선거 김종천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포천=이새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11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송우시장 일대에서 포천시장 보궐선거 김종천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포천=이새롬 기자

#2. 임진각을 찾은 뒤 홍 후보는 경기 포천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포천에 자당 후보 유세를 지원하기 위해였다. 연설하기 위해 탑차에 오른 그의 구두가 눈길을 끌었다.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양옆에 나란히 서 있던 김종천 포천시장 후보와 김성남 도의원 후보의 구두는 말끔해 홍 후보의 더럽혀진 구두가 유독 더 튀었다. 구두를 살필 새 없이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연설을 마친 뒤 잠시 들르기로 한 한 음식점을 걸어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한 중년 남성이 홍 후보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홍 후보도 웃으면서 손을 잡았다. 당 관계자들은 흐뭇하게 이 광경을 바라봤고, 경호원들도 제지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으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남성이 환하게 웃으면서 "왜 도지사를 늦게 사퇴했냐"고 돌직구를 날렸다. 홍 후보는 멋쩍게 웃으며 남성을 뒤로했다. 경호원들도 부랴부랴 남성을 막아섰다.

홍 후보가 늘 말하는 '존경하는 국민' 중 한 사람인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이다. 모 방송사와 인터뷰에서도 "기분이 안 좋은 질문만 한다"며 지적했던 그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민감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질문이더라도 국민이 물으면 마땅히 대답하는 태도가 마땅하지 않겠나 싶다. 설령 갈 길이 바쁘더라도 말이다.

서울 양재동 더케이 아트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핵심선거대책위원 전체회의 일정을 마친 뒤 현안을 확인했다. 홍 후보가 대선 주자 비호감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였다. 이날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8~10일 조사·전국 성인 1046명·표본오차 95%·신뢰수준 ±3.0%·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가장 지지하고 싶지 않은 후보는 누구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47.2%가 홍 후보를 꼽았다. 국민이 홍 후보를 비호감으로 선택할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홍 후보캠프가 심각하게 점검해야할 대목이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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