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최근 각각 아들과 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임영무·배정한 기자 |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지난해 말, '정유라' 이름 석자가 청년들을 분노케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딸이다. '비선실세' 최 씨(母)와 정윤회 씨(父)를 부모로 둔 덕에 그는 막대한 부(富)와 특혜를 누렸다. '헬조선'에 신음하는 'n포 세대(취업·결혼·출산·육아 등 몇 가지가 됐든 포기해야 하는 세대)'에게 지탄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에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란 정유라 씨의 과거 발언까지 드러나며 기름을 부었다. 그는 '해외 도피' 중 지난 1월 30일 덴마크 구치소에 수감됐다.
때문에 '정유라' 이름 석자는 '금수저(부모의 부를 대물림 받은 자식) 적폐'의 대명사가 됐다. 또, 그는 최근 다시 등장했다. 성씨(姓氏)만 바꿔 '문유라'와 '안유라'로 말이다.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촉발한 '조기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는 '문재인 아들' 대 '안철수 딸'을 둘러싼 네거티브전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 구도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양자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두 사람을 향한 '검증'의 칼날이 '자녀'들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자녀 의혹은 '특혜'와 맞물려 있다. 문 후보의 아들은 '고용정보원 채용 특혜 의혹', 안 후보의 딸은 '재산 및 원정출산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찾아 참배한 가운데, 견학 온 초등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새롬 기자 |
먼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에서 제기한 문 후보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의혹의 쟁점은 다섯 가지다. ▲2006년 12월 당시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동영상 담당자 1명을 뽑는데 '단독 응모'해 합격했느냐 ▲시험시행일 15일 전에 공고하도록 한 내부 인사규정을 어기고 공고기간을 줄였느냐 ▲고용정보원 내부 채용 계획을 사전에 알았느냐 ▲응시 서류를 마감일 이후 제출했는데도 합격했느냐 ▲노동부가 2010년 준용 씨의 채용 문제를 감사했었느냐 등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고용정보원 Q&A' '팩트체크' 자료를 배포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문 후보 본인도 지난 9일 "털어도 털어도 다른 흠이 발견되지 않으니 10년 전 이야기를 되풀이한다"면서 "그만큼 저를 공격할 거리가 없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안철수 후보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분이고 저는 흙수저의 아픔을 공감하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도 안 후보 딸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문 후보 교육특보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2013년에는 공개했던 딸 재산을 2014년부터는 독립 생계 유지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데, 혹시 공개해선 안될 재산이나 돈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온라인 상에 '안철수 딸 재산'이 검색어로 오르며 화제가 됐다. 또 일부 누리꾼은 유학 중인 안 후보의 딸 안설희 씨의 원정출산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11일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본인의(안철수 후보의 딸) 현재 자산은 예금 포함 약 1억 1200만 원이다"라며 "별도로 미국에서 이용하고 있는 2003년식 자동차 약 1만 달러 안팎 한 대 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안설희 씨는) 미국 국적을 보유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영주권 신청 사실도 없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be정상회담' 행사에 참석해 학생 대표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
박지원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안철수 대표의 딸 재산 공개는 법적으로 안할 수 있어서 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구가 있으니) 공개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 아들도 취업 비리를 밝혀라"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자녀들의 의혹을 해명했지만, 앞으로도 '네거티브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은 문 후보 아들에 대한 검증 고삐를 더 강화할 태세고, 한국 나이로 29세인 안 후보 딸의 '억대 재산 보유 사실'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 없이 짧은 시간 내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떠올리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지난 15대, 16대 대선에서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두 번 연속 낙마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측 역시 서로를 향해 '제2의 이회창''남자 박근혜'라고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자녀 문제'는 대권을 두 번이나 목전에 뒀던 이 전 총재까지 좌절시켰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에 분노한 국민들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을 실현할 '차기 대통령 후보'란 점에서 '명명백백'하게 '넘어야 할 산'이다. 국민들은 '문유라'와 '안유라'가 사실이지 않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