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1만 불심(佛心) 사이 '김종인' 찾기…그리고 '완주(?)'
입력: 2017.04.11 15:28 / 수정: 2017.04.11 15:28

김종인 무수속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10시 2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 대광사 주지 월도 스님을 예방했다. /분당=변동진 기자
김종인 무수속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10시 2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 대광사 주지 월도 스님을 예방했다. /분당=변동진 기자

[더팩트ㅣ분당=변동진 기자] 기억조차 희미한 첫사랑의 상대를 찾는 영화 '김종욱 찾기'와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 '알래스카에서 김상덕 씨 찾기 특집'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10일 오전 1만여 불자들 사이에서 '김종인 대선후보' 찾기가 그랬습니다.

이런 일을 수년째 해왔기에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단 수월했죠. 다만 취재가 끝난 후 뒷맛은 개운치 않았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내조의 여왕'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김 후보의 방문은 희미해졌고, 그의 갑작스러운 오후 일정 취소로 '불출마 선언'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김 후보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광사를 찾은 이유는 대한불교 천태종이 조성한 동양 최대 규모 단일 목조건축물인 '미륵보전'과 '미륵존불 좌불상'에 대한 낙성식 및 봉안식에 초청받았기 때문입니다.

김 후보가 이번 행사에 참석한 속내는 불심(佛心)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2002년 호국당 김길수 후보가 내걸었던 '불심으로! 대동단결!'까진 아니지만, 그는 불교계와 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후보의 전용석은 미륵보전 앞 목 좋은 자리에 마련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약 1시간을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또, 애초 예정된 오찬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김 후보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취재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캠프 측은 "접견실에서 대광사 주지 월도 스님과 티(tea, 차) 타임을 갖고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불이나케 달려 갔습니다. 처음 방문한 터라 정확한 위치는 몰랐지만, 신도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친절한 도움으로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월도 스님과의 접견 자리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부인 이순삼 여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미경 교수 등도 동석해 깜짝 놀랐습니다. 통상적으로 대선후보의 부인 일정은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얻어걸린 셈이죠.

뿐만 아니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 여사는 미륵보전 낙성법요식에서 축사까지 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내조의 여왕 가운데 가장 열일을 한 건 안 후보의 아내 김 교수였습니다.

김 교수는 사부대중과 신도들이 앉아있는 자리 정중앙을 가로지르며 일일이 인사했습니다. 심지어 유독 따가웠던 햇빛을 가리기 위해 수건으로 얼굴을 덮은 신도들에겐 직접 눈을 마주 보며 악수를 청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처럼 김 후보가 자리를 비우면서 대선후보 부인들의 '불심(佛心) 내조'는 더욱 빛이 났습니다. 조금 독하게 해석하지면 김 후보에 집중될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대선후보 부인에게 집중된 것이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부인 이순삼 여사(왼쪽),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미경 교수는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대광사를 찾아 불심(佛心) 내조를 했다. /변동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부인 이순삼 여사(왼쪽),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미경 교수는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대광사를 찾아 '불심(佛心) 내조'를 했다. /변동진 기자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당일 오후 3시 30분 예정된 '공시촌 방문' 일정도 돌연 취소된 것입니다.

필자는 일명 제3지대 인사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 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회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김 후보 측 캠프 관계자들은 "저도 모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최측근인 최명길 의원은 "이 시간에 하지 않으면 안 될 개인적인 급한 일정이 생겼다"며 "지금까지 김 후보 측에서 누구를 만났다고 얘기한 적 있냐. 만난 사람들이 먼저 말한 것이다. 이번에도 만난 사람이 필요에 따라 밝히지 않겠냐"고 주장했습니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도 "김 후보가 집적 한 얘기(회동)는 아니겠지만, 그쪽에서 이슈 몰이를 하려는 것인지 자꾸 (정운찬) 이사장을 들먹거린다"며 "두 분 연락도 잘 안하고, 그쪽은 이미 우리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김 후보가 정치권 인사들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 자리에선 자신의 대선 행보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정확한 팩트체크(사실 확인)가 필요하지만, 김 후보를 둘러싼 대선 레이스 '완주' 논란은 이번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기자들과 가진 '벚꽃정담'에서 완주 여부에 대해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겠냐"며 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불행 중 다행일까요? 마크맨을 잃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온몸을 휘감을 때쯤 캠프 측에서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오늘(11일) 소상공인 정책공약 발표 및 국회도서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토크 콘서트를 갖는다 합니다.

대선후보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캠프 식구들, 지지층 등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김 후보가 오는 15~16일(대선후보 등록일)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겠지만, 완주할 생각이 있다면 열정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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