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합정동=윤소희 기자] "윤소희 기자님, 지갑 두고 가셨어요."
당황하게 만든 한 마디였다. 잃어버렸는지도 몰랐던 지갑이 다른 이의 손에 있듯 정신도 그 언저리에 같이 잃어버리고 온 모양이었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호프집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이 화합을 다지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 닷새만이었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행사에 적당히 시간 계산을 해 지하철에 몸을 실었으나 몇 정거장을 가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문득 깨달았다. 목적지와 반대로 가는 지하철을 탄 것이다. 내선순환인 2호선으로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 합정에 도착하겠지만, 앞서 밝혔듯이 '적당히' 시간 계산을 해놓은 상태였다. 아마 정신은 이때부터 없지 않았나 싶다.

겨우 도착한 호프집은 민주당 관계자들과 취재진, 일반 시민들이 한데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뜨거울 토요일의 호프집은 네 사람의 만남으로 어마어마한 열기를 뿜어냈다. 용(龍) 네 명이 모였으니 아우라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지각한 만큼 더 다급한 몸짓으로 문 후보의 테이블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와이파이 연결을 위해 가방에서 라우터를 꺼냈고, 입장할 때 필요할까봐 주섬주섬 꺼냈던 기자증과 명함을 다시 집어넣었다. 아마 지갑은 이때 잃어버린 듯했다.
네 사람의 회동은 약 40분 만에 끝났고, 호프집 구석의 소파에서 마감을 하던 필자는 주변의 눈치를 보다 지금이 퇴장해야 할 때라는 걸 알아챘다. 노트북을 품에 안고 호프집에서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복합 쇼핑몰로 이동하는 도중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에 토요일에도 배송을 해주던 택배 기사님의 얼굴이 떠올라 꽤 낭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기사님이 아닌 발신자 남성은 나직한 목소리로 "윤소희 기자님, 지갑 두고 가셨어요"라고 첫 마디를 꺼냈다. 정말로 잃어버렸는지도 몰랐다. 아직 호프집에 있다는 남성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여전히 시끌시끌한 호프집으로 돌아왔다. 인파 한가운데서 다시 전화를 걸었고 동시에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남성의 손에는 지갑이 있었고, 고마운 마음에 자동으로 머리부터 조아렸던 것 같다.
이 남성은 "의도치 않게 지갑 안에 내용물들을 보게 됐다. 명함이 있길래 연락을 드렸다"고 말했다. 과정이 어떻든 지갑을 찾아줬음에 감사해 꾸벅 인사를 하고 지갑과 함께 그의 명함을 받았다. 명함 한가운데에는 '더문캠'이 큰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지갑과 정신을 되찾고 기사 마감을 하다 조금 전에 받은 명함을 꺼내 다시 한 번 천천히 훑었다. 정치부에 몸을 담은 지 얼마 안 된 기자가 처음으로 받은 정치 관계자의 명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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