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경제할배' 김종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입력: 2017.04.09 05:00 / 수정: 2017.04.09 08:32

김종인 대통령 후보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벚꽃 구경을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변동진 기자
김종인 대통령 후보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벚꽃 구경을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변동진 기자

[더팩트ㅣ여의도=변동진 기자] 무소속 김종인 대선 후보와 7일 오후 윤중로를 걸으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둘 만의 브로맨스는 아니었지만, 김 후보와의 거리는 벚꽃 구경을 나온 연인처럼 가까웠습니다. 사실상 밀착한 상태로 걸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할 것 같습니다.

그토록 달라붙은 이유는 웬만해선 잘 들리지 않는 김 후보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밀착 스킨십은 김 후보와 시민, 나아가 국민과의 사이에 더 필요하다 느꼈습니다.

김 후보는 이날 현장에서 중학생 3명과 인사했습니다. 인자한 동네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를 보듬듯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죠. 사춘기 소녀들의 수줍은 미소 덕분에 주변까지 밝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김 후보가 물었습니다. "내 이름이 뭐야?" 하지만 소녀들 입에선 "잘 몰라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옆에 있던 최명길 의원이 "김종인 (전) 대표님이야"라고 친절히 설명해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남성은 김 후보에게 다가와 악수를 나눈 후 "안철수 꼭 대통령 만들어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마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로 착각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모든 시민이 김종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김 후보의 답변들이었습니다.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제19대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에서 한 시민이 자신의 명함을 건네고 있다. /문병희 기자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제19대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에서 한 시민이 자신의 명함을 건네고 있다. /문병희 기자

주변에 있던 한 기자는 김 후보에게 "아직 청소년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얼굴은 아는 것 같은데 이름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라며 물었고, 그는 "이름이야 뭐 중학생들이 어떻게 알겠어? 중학생 정도는 아직은 정치에 관심이 없을 거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요즘 청소년들 촛불집회에 많이 나왔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자기 목소리 많이 내고 있잖아요'라고 재차 묻자, 김 후보는 "글쎄 내가 보기에 단순하게 대통령 탄핵만을 위한 촛불집회라기보다는 각 개개인이 갖는 불만이 노출된 게 아니에요? 오늘 뭐 00신문 보니 지금 일반 국민의 관심이 뭐냐면 격차문제가 제일 큰 관심인 것 같애. 어떡하면 소위 사회보장제도가 보다 더 완벽하게 짜여서 '내 삶의 안전을 도모해줄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이라고. 근데 지금 정치권에선 이에(격차 해소) 대해서 관심이 없어"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또 다른 기자는 "국민과의 접촉이 더 필요해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으셨어요?"라고 질문했습니다. 답변은 "국민과 접촉이라는 것이 반드시 일 대 일로 만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최 의원은 "여러분들(취재진)이 하고 있잖아요. 국민과의 접촉"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취재가 끝난 후 김 후보의 '국민과의 접촉(스킨십)' 발언에 대해 수차례 곱씹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예컨대 '국민을 일 대 일로 마주하지 않을 거라면 대선 후보들은 굳이 전국을 돌아다닐 필요가 있을까? 과연 끝까지 완주는 할까?'라는 생각 말입니다.

좋은 정책 만들고, 훌륭한 공약을 내 걸어도 결국 선택은 국민의 몫이라는 게 필자 생각입니다. 때문에 정치인이라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을 만나고, 그 목소리에 이목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따뜻한 봄날과 대비됐던 벚꽃정담. 후보님, 벚꽃이 지면 여름처럼 뜨거워질 수 있나요?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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