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보수언론이 안철수 띄운다"는 진보언론 주장에 대한 시각
입력: 2017.04.08 03:00 / 수정: 2017.04.08 03:00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상승세가 무섭다. 진보언론은 보수언론이 안 후보를 문재인 대항마로 낙점, 안철수 띄우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수언론의 안철수 띄우기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대구·충남·충북·세종 지역 선출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 /이덕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상승세가 무섭다. 진보언론은 "보수언론이 안 후보를 문재인 대항마로 낙점, '안철수 띄우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수언론의 '안철수 띄우기'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대구·충남·충북·세종 지역 선출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 /이덕인 기자

[더팩트 | 최재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상승세가 무섭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대선후보 지지율 3~4위권에 머물렀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다.

이 같은 '안철수 돌풍'에 대해 진보언론들은 "소위 '조중동' 보수언론이 '안철수 띄우기'에 전념하고 있다"며 "안철수 후보를 '반문(재인) 연대'의 간판으로 내세워 '문재인 대통령 당선'만은 막아보자는 게 보수언론의 기대"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 동력으로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보수언론은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만들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띄워주는 걸까. 전문가들은 "보수언론이 안철수 후보를 띄워준다는 것보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선거 프레임을 잡는 것일 뿐"이라며 "진보언론이 이런 보수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것도 선거 프레임을 짜는 것"이라고 봤다. 언론에서 다자대결 구도이든, 양자대결 구도이든 선거 프레임 차원에서 보도하는 것 일뿐이며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철수 후보에 대한 보도는 당연하다는 이야기였다.

◆안철수 지지율 급상승…양자대결 구도에선 문재인 앞서기도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변화 추세는 어떨까. 안 후보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 중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다자 구도에서 1위 문재인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가 하면 양자 구도에선 문 후보를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실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4~5일 유권자 1500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안 후보는 다자 대결에서 지지율 34.9%를 얻어 문 후보(38.4%)와 오차범위 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지난달 18~19일 조사에 비해 문 후보는 34.7%에서 3.7%포인트 상승한 데 그친 반면 안 후보는 13.0%에서 무려 21.9%포인트나 급등했다.

<서울신문·YTN> 공동 의뢰로 엠브레인이 4일 전국 유권자 10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다자대결 시 문 후보 38.2%, 안 후보 33.2%로 안 후보가 오차범위에서 문 후보를 맹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 후보는 엠브레인(문 후보 40.8%, 안 후보 47.0%)과 중앙일보 조사연구팀(문 후보 42.7%, 안 후보 50.7%) 조사에서 일대일 구도 시 문 후보를 따돌리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문병희 기자
사진은 지난달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문병희 기자

◆진보언론, "보수언론, 노골적 '안철수 띄우기' 나섰다"

진보매체 <오마이뉴스>는 지난 3일 "'안철수 띄우기'에 전념한 조중동, 노골성에서는 동아가 압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 브리핑을 인용하며 "조중동은 '안철수 띄우기'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문재인 대통령 당선'만은 막아보자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보수언론의 '안철수 띄우기' 방식은 달랐다. 동아일보가 가장 노골적이었다"고 지적하며 "동아일보는 지난 1일 '안철수의 예언'이라는 칼럼을 통해 안파고(안철수+알파고)라는 별명을 소개하며 안철수 후보의 예지력을 칭찬했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도 지난 1일 사설을 통해 '문재인 측의 독선적 국정 운영에 진절머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안철수 부상 현상'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며 '반문(재인) 여론'을 부각시켰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역시 "이제 초점은 지지율 1위를 고수해 온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에 맞서 안철수·유승민·홍준표 등 중도·보수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며 '반문연대'의 명분을 주려 노력했다고 이 매체는 진단했다.

이 매체는 특히 "보수언론들은 김종인·정운찬·홍준표 등 여타 후보들에 대해서는 '다시 대선판에 돌아오려 한다면 명분 없는 일' '공동화된 보수 표심을 노려 곁불을 쬐려는 사람' 정도의 평가를 내렸다"며 "특히 홍준표 후보에 대해서는 '가벼운 언행은 접어두더라도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그가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많은 보수 유권자들이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몰아주기'에 몰두하고 있는 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도 지난달 31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문재인 안철수 60%씩 밀어준 호남, 문재인 안철수 1대1 구도, 7부 능선 넘었다'는 한 매체의 기사를 비판하며 "호남권에서 국민의당 전체 표가 9만 표인데, 문재인 후보는 호남에서 14만 표를 득표했다"며 "실제 여론조사를 봐도 호남에서 문 후보 지지율이 적게는 2배에서 3배가 차이가 난다. 일대일 구도는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보수매체, 종편이 국민의당에 유리한 프레임을 받아주고 있다"며 "호남표를 갈라놓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문캠 일자리 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남윤호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문캠 일자리 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정치평론가 "보수언론 '안철수 띄우기' 아니다…당연한 언론보도 행태"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수언론이 노골적으로 '안철수 띄우기'에 나섰다고 볼 수 없다"며 "선거 프레임을 잡기 위한 당연한 보도 행태"라고 평가했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6일 <더팩트>에 "과거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언론의 프레임 짜기의 일환일 뿐"이라며 "보수언론이 '안철수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보수언론의 힘이 SNS나 종편보다 약하다"면서 "언론의 영향으로 판을 바꾼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황 위원은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에 대해선 문재인 후보의 확장성 한계에 따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 초반 문재인 후보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중도·보수 지지층은 안희정 후보를 지지했다"면서 "안희정이 없는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가 중도·보수 지지층의 대안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징벌하고 응징하기 위한 회초리 역할이 문재인이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으니 국민들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 검증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대안을 찾게 된다. 문 후보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이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추동력이 생기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사람을 질리게 하고 정 떨어지게 한다'는 안희정 후보의 말을 문 후보는 새겨 들어야 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이날 <더팩트>에 "보수 언론이 특별히 안철수 후보를 띄울려고 한 것은 아니"라며 "그동안 지지율 상위에 있던 대선후보가 민주당 후보여서 뉴스나 국민적 관심이 민주당 경선에 집중되지 않았냐. 민주당 경선이후 안철수 후보에게 중도·보수 지지층이 쏠리면서 '문재인-안철수' 구도가 나왔으니 안 후보가 주목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정치학) 교수는 "모든 대선은 양강 구도였다"며 "지지율 1위를 고수해 온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안철수 후보를 국민들이 선택했기 때문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보도 행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는 60대 이상의 지지가 두드러진다. 본인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보수를 대표하는 세력이 되고 있다"며 "안 후보의 상승은 문재인 당선을 저지하려는 보수 세력의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cho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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